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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모 지상파 방송의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는 '게릴라 콘서트'라는 코너를 방영한다. 이 프로그램이 '장수 프로그램'이자 '인기 프로그램'이므로 게릴라 콘서트를 한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터이므로 어떤 포맷인지에 대한 설명은 가급적 생략하자. 단, 이 프로그램의 제작 의도 몇 가지만을 지적해 보자. 그건 무엇보다도 무대 위의 모습만을 에 선 모습만을 볼 수 있는 가수가 직접 팬들을 만나 호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브라운관 속에 갇혀 있는 한국 가수들이 직접 팬을 만나 '발로 뛰는' 모습에서 진솔함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나 할까. 이 글이 게릴라 콘서트라는 TV 프로그램에 대한 미디어 비평은 아니다. 단지 대부분의 게릴라 콘서트가 목표를 달성하고 성공으로 끝난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사실을 지적할 뿐이다. 게릴라 콘서트를 개최하는 장소들이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의 중소도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때로 '과연 TV에서 보여준 두 시간 동안의 거리 홍보가 홍보의 전부였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쇼'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런저런 방식으로 간접적인 사전 홍보가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숫자가 모일 수 있으리라는 게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공연을 한번 준비하는데 참여해 본 사람은 다들 알 것이다. 적어도 공연이 시작되기 한 달 전부터 각종 '노가다'를 통해 홍보를 해야 하고, 그렇게 해도 수지 맞는 공연을 만들어내기는 힘들다. 이건 '무명'이나 '언더'에 해당하는 음악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제 웬만큼 지명도를 확보한 대중음악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겉보기에는 그럴 듯한 공연이었어도 실제로는 적자인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초대권을 뿌리는' 관행 때문이다. 방송사에서 주최하는 공연은 두 시간만의 홍보로도 저렇게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데, 일반 공연기획사가 주최하는 공연은 왜 이리도 사람이 오지 않는 것일까. 혹시 방송사는 공짜 공연(무료 공연)인데 반해, 일반 공연은 유료이기 때문일까.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데 주위에서 알아보면 초대권, 이른바 '공짜표'가 있어도 공연장을 잘 가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으니 이 사실도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국 사람은 음악 공연장을 찾기 싫어한다'는 일반론을 내세우지는 않겠다. 어쨌든 현재 음악 공연은 자체적으로 수지를 맞추기 힘든 조건에 처해 있고,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편법이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초대권 뿌리기는 그 중 하나일 뿐이고, 그나마 초대권을 많이 뿌려서라도 공연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다행이다. 예매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아예 공연을 취소해 버리는 일도 허다하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대중음악계는 음반의 흥행 뿐만 아니라 공연의 흥행마저도 지상파 TV에 의존하고 있다. 음반의 흥행 여부가 순위 프로그램에서의 순위에 좌우된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그 반대가 아니다!). 그렇다면 공연은? 공연을 주로 갖는 가수나 음악인들은 순위 프로그램에 얼굴을 자주 드러내는 사람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 대신 이들은 심야시간대에 편성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에 의존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얼마 되지도 않으니 프로그램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공연을 앞두고 이런 프로그램들에 출연하는가 여부가 그 다음 주에 예정된 공연의 흥행을 좌우한다. 그게 공연 포스터를 시내 골목마다 도배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돈이 오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는 로비가 치열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가수들은 '위계서열'에 따라 출연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들은 '새 음반이 나왔다'라든가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그게 '상품의 광고'라는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그것도 공영방송이라는 곳에서... 한 프로그램은 영화배우들을 초대하여 '영화 홍보'까지 하고 있다. 내게 이런 현상은 가뜩이나 불모화된 공연 문화를 더욱 침체시키는 효과만을 낳는 것 같다. TV에서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공연에서 보여주려는 음악인들이, 공연의 흥행을 위해 TV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모순된 일이다. 이건 개별 음악인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차제에 지상파 방송에서는 모든 종류의 음악 프로그램을 폐지했으면 좋겠다. TV로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은 음악 전문 케이블 방송이나 위성방송을 보면 될 일이다. 아니면 지상파 TV에서 음악 전문 채널을 만드는 게 나을 것이라는 평소의 소신도 덧붙인다. 물론 즉각 폐지하라고 말하면 '과격한' 주장으로 들릴 터이니 노골적인 공연 홍보의 멘트라도 자제를 요구했으면 좋겠다. 그나마 현재 서울 시내 몇몇 곳이 라이브 공연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것은 1980년대 중반 TV 출연에 의존하지 않고 라이브로 정면 승부를 벌이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처럼 우직하고 뚝심있게 TV라는 가공할 매체로부터 독립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이 생기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안정된 지위에 올랐으면서도 매스 미디어를 통한 홍보 없이 지방의 소규모 클럽을 돌면서 전국 순회공연을 하고 있는 델리 스파이스라는 밴드에게 마음 속으로 갈채를 보낸다. 그들의 행동에 특별히 고상한 동기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방식이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당당하다'는 건 두 말할 필요도 없고. * 방송위원회에서 발행하는 대중문화비평지에 실릴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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