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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한국인들은 아르헨티나로 '농업 이민'을 떠난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로의 이민은 독일로 떠난 '광업 이민', 미국으로 떠난 '상업 이민(?)'을, 베트남으로 떠난 '군사 이민(??)'과 더불어 한민족의 '세계경영'의 전초전이었을까. 허튼 소리는 집어 치우자. 분명한 것은 1960년대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국(富國)이었다. 이 사실을 두고 격세지감을 느끼든, '개발도상국의 흥망성쇠'를 느끼든 그건 각자의 자유다. 아르헨티나의 부(富)가 주로 농업과 축산업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진 편이다. 20세기 전반기 두 차례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유럽에 곡물과 육류를 수출하여 부를 축적했다는 사실 말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살장과 피혁 공장이 줄지어 서있고 그래서 선지 냄새가 그칠 새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 이 소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다름 아니라 빰빠(pampa)라고 불리는 드넓은 대평원이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대간(大簡)인 안데스 산맥의 동부에 위치한 이 평원이 바로 소들이 뛰어놀던, 뛰어놀다가 도살장으로 향하는 터전이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문화가 '유럽'의 영향이 크기는 하지만, 이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같은 대서양을 끼고 있는 항구 도시에서 가장 강하고, 여기에서 북서부로 향하여 안데스의 고원지대를 향할수록 유럽의 영향은 줄어들거나 변형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북서부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칠레, 페루, 볼리비아의 음악 문화와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달리 말해 폴끌로레(folclore)라고 불리는 민속음악의 유산이 존재하는 것이다. 폴끌로레에 대해 말하려면 역사책을 뒤져보아야 한다. 아르헨티나의 주민들 중에는 흑인뿐만 아니라 인디오나 메스띠소의 비중도 매우 작지만 여기에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이 있다. 다름 아니라 이 지역이 처음부터 아르헨티나의 안정된 영토였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865년부터 1870년에 파라과이와 유혈 전쟁을 치렀고 그후 거의 10년에 걸쳐 내내 토착 인디오들을 '소탕'하는 대가를 치른 다음에야 아르헨티나는 빰빠를 획득한 것이다. 예상외의 거센 저항에 부닥친 아르헨티나 군대가 결정적 승기를 잡은 것은 1879년부터 1880년 사이 훌리오 로까(Julio Roca) 장군 휘하에 치른 '황야의 전쟁(War of Desert)'이었다. 이를 통해 토착 인디오들은 제거되거나 산 속으로 쫓겨났고 그 자리에서 대규모 목축과 농업이 전개되어 아르헨티나의 국부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그 전부터 빰빠의 주인은 가우초(gaucho)라는 목동들이었다. 아, 이 목동들은 유럽의 목동들처럼 순박하지 않고 매우 '터프'한 존재들이니 유의하라. 이들은 1810년대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혁혁한 공로를 쌓았다. 문제는 이들 '지방의 건달'이 독립 이후 각 지역에서 도당을 결성하여 토호(土豪)가 되고, 이들 토호들 중에는 아르헨티나 전체의 정권을 탈취하려는 인물도 생겼다는 점이다. 이들은 중앙집권적 공화제에 반대하여 연방주의(federalist)를 주장했고, 그 결과 양 세력은 1819-20년 내전까지 치렀다. 그리고 가우초 출신의 후안 마누엘 드 로사스(Jaun Manuel de Rosas)는 1927년부터 1852년까지 대통령을 역임하면서 반대파들을 잡아 족친 것으로 유명하다. 더 복잡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지만 아르헨티나가 현대국가로 성립하면서 가우초는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로운 피억압자 계급으로 전락했다. 이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아르헨티나의 문학에서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는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의 "남부", "이시도르 끄루스의 전기"에도 가우초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런 작품 속에서 가우초들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묘한 경외심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그건 다름 아니라 가우초가 전통문화의 보존자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드디어 언급할 폴끌로레도 예외는 아니다. 폴끌로레는 빰빠와 안데스 지역에서 스페인의 음악문화가 인디오 문화의 영향을 받아 변형된 음악문화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고유의 악기로 만들어내는 리듬과 노래, 그리고 고유의 복장으로 추는 춤들이 폴끌로레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그 중에는 꾸에까(cueca)처럼 칠레에서 융성한 폴끌로레, 그리고 바일레씨또스(bailecitos)나 까르나발리또스(carnavalitos)처럼 볼리비아에서 융성한 폴끌로레도 포함되지만, 삼바(zamba) 주 3), 차까레라스(chacareras), 바구알라스(Bagualas)처럼 아르헨티나에 고유한 폴끌로레도 적지 않다. 요즘은 탱고의 하나의 하위장르가 되어버린 발스도 출발은 폴끌로레였다. <a href="http://www.weiv.co.kr/ram/0407s04.ram">Gustavo Leguizamo y Manuel Cast - Maturana (zamba) </a> <RA> <a href="http://www.weiv.co.kr/ram/0407251.ram">Musiciens de la Pampa - Zamba de ausencia </a> <RA> <a href="http://www.weiv.co.kr/ram/0407251.ram">Mercedes Sosa - Zamba de la Distancia </a> <RA> <a href="http://www.weiv.co.kr/ram/0407252.ram">Mercedes Sosa - Chacarera del 55 </a> <RA> <a href="http://www.weiv.co.kr/ram/0407242.ram">Leon Gieco - Chacarera de violin </a> <RA> <a href="http://www.weiv.co.kr/ram/0407252.ram">Musiciens de la Pampa - Bailecitos </a> <RA> <a href="http://www.weiv.co.kr/ram/0407242.ram">Leon Gieco, collected by) - Baguala para mi muerte </a> <RA> 악기의 경우도 께나(quena), 시꾸스(sikus) 같은 플루트와 유사한 피리들, 기타를 의미하는 기따라(guitarra) 및 이와 유사한 아르빠(Arpa)나 차랑고(charango), 그리고 봄보(bombo)와 까하(caja) 같은 타악기들이 폴끌로레에 고유한 악기들이다. 이들 중에는 스페인 등 유럽으로부터 건너온 악기들이 '아메리카화'된 것들도 있고, 인디오의 악기들이 '끄리오요화'된 것들도 있다. 스페인의 식민통치자들은 본국으로 쫓겨나고 인디오들이 아르헨티나 국민으로 배제되었다고 해도 양자의 영향은 전통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a href="http://www.weiv.co.kr/ram/0407192.ram">Atahualpa Yupanqui - Viene Clareando </a> <RA> <a href="http://www.weiv.co.kr/ram/0407191.ram">Atahualpa Yupanqui - Trabajo, Quiero Trabajo </a> <RA> <3> <i> Mercedes Sosa & Friends...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아르헨티나의 밥 딜런'인 레온 히에꼬</i> 그렇지만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것은 '에쓰노뮤지콜로지(ethnomusicology)'를 전공하는 사람에게 맡겨 두어야 할 것 같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의 민속음악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일단 아래 표와 이 표가 실린 사이트로 발길을 돌리기 바란다. 이 글의 관심은 폴끌로레의 음악적 전통이 아르헨티나의 대중음악에 영향을 주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전통문화로 박제화되고 있는 가라는 수준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누에바 깐시온(Nueva Cancion)이라는 음악을 아는 사람이라면 긍정적으로 답할 것이다. 아타후알빠 유빵끼(Atahualpa Yupanqui)와 메르쎄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누에바 깐시온이 네오폴끌로레(neofolclore)라고 불렸던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니던 사람은 소사의 테이프가 불법복제(?)되어 '언더그라운드'에서 유통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 '남미의 존 바에즈'라는 것이 당시 소사에 대한 지배적 인상이었던 기억도.... 누에바 깐씨온은 아르헨티나보다는 칠레에서 더욱 융성했다는 것이 정평이다. 비올레따 빠라(Violetta Parra)와 빅또르 하라(Viktor Jara) 같은 인물이 그 장본인이다. 또한 삐노체트의 쿠데타로 빅토르 하라가 암살되는 등 칠흑의 독재가 지속되면서 유럽으로 망명한 누에바 깐씨온의 후예들도 있었다. 인띠 이이마니(Inti-Illimani)나 낄라빠윤(Quilapayun) 등 그룹 형태로 활동한 음악인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국내의 아트록 전문 음반사인 시완 레코드를 통해 소개된 적도 있다. 그렇지만 폴끌로레와 누에바 깐씨온이 대중음악과 잘 어우러진 나라는 칠레라기보다는 아르헨티나다. 상징적인 음반은 메르쎄데스 소사가 망명을 거쳐 고국으로 돌아와서 가진 공연의 실황 음반 [Mercedes Sosa en Argentine]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에는 듀엣곡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에서 찰리 가르씨아와 레온 히에꼬라는 이름이 주목된다. 찰리 가르씨아는 지난 번에 소개한 바 있으므로 레온 히에꼬라는 인물을 소개해 보자. 간단히 말해서 찰리 가르씨아가 '아르헨티나의 존 레논'이라면 레온 히에꼬는 '아르헨티나의 밥 딜런'이다. '밥 딜런'이란 말의 의미는 '깨어있는 의식을 가진 포크 록' 뮤지션이라는 이야기일텐데 레온 히에꼬는 여기에 딱 어울리는 인물이다. 게다가 이때 '포크'란 (북)아메리카의 포크가 아니라 남아메리카의 폴끌로레이므로 '밥 딜런의 아류'라고 부를 수도 없다. 저 음반에서 소사와 히에꼬가 함께 부른 "Solo le Pido a Dios(신에게 간구할 뿐입니다)"라는 곡은 본래 히에꼬가 만들고 연주한 것으로, 남미권에서는 "Blowin' in the Wind"와 유사한 지위를 갖는 곡이다. 또한 소사는 비교적 최근인 1997년에 [Canta a Charly Garcia]라는 앨범을 발표했는데. 제목 그대로 찰리 가르씨아가 작곡한 곡을 '리메이크'한 음반이다. '민중가수'이자 '월드 뮤직 디바'가 후배 록 뮤지션을 헌정하는 음반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어쨌거나 '범국민적 록'이라는 뜻인 록 나씨오날(rock nacional)이 괜한 과장은 아닌 모양이다. '양키의 음악'으로 출발한 로큰롤이 처음부터 '국민적(nacional)' 음악이었을 리는 없다. 그 역사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알아보자. 20020404 <a href="http://www.weiv.co.kr/ram/0407211.ram">Mercedes Sosa (feat. Leon Gieco) - Solo le Pido a Dios </a> <RA> <a href="http://www.weiv.co.kr/ram/0407231.ram">Leon Gieco - Solo le Pido a Dios </a> <RA> <a href="http://www.weiv.co.kr/ram/0407212.ram">Mercedes Sosa (feat. Charly Garcia) - Cuando Ya Me Empiece a Quedar Solo </a> <RA> <a href="http://www.weiv.co.kr/ram/0407221.ram">Mercedes Sosa - Rezo Por Vos<i>in [Canta a Charly Garcia]</i> </a> <RA> <a href="http://www.weiv.co.kr/ram/0407222.ram">Mercedes Sosa - Cerca de la Revolucion<i>in [Canta a Charly Garcia]</i> </a> <RA> * 교보문고에서 발행하는 웹진 [Pencil]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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