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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떴다'고 생각되는 한 뮤지션에게 "판
팔린 걸로 돈 얼마쯤 벌었냐?"는 불경스러운 질문을 던졌더니 "벌긴요 뭘..."이라고 말끝을 흐린다.
수입을 숨기는 게 아니라 '음반 판매로 번' 돈은 진짜 없다는 의외의 답변이었다. 물론 기획사나 음반사와 처음 계약할 때 받은
계약금이 음반 판매에 대한 대가로 볼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아직 신인이어서 그랬는지 액수는 '생활'을 해 나가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그를 포함한 한국의 음악인의 수입은 음반 판매가 아니라 '공연 뛰는' 일과 방송 출연을 통해 받는 '개런티'가 중요한
비중이었다. 물론 많지는 않지만 곡이 방송을 탈 때 <저작권 협회>로부터 받는 로열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저작권이란 뭘까. 골치아픈 법률적 정의에 의하면 저작권이란 이른바 '지적 재산권'의 일종이다. 유형의 물건처럼 무형의 지식에도 권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음악의 경우에도 저작권이 적용되고, 이는 가사를 쓴 사람(작사가)와 곡을 만든 사람(작곡가)가 일차적으로 소유한다. 이 권리는 단지 '명예'의 문제가 아니라 음악인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저작권 소유자가 저작권을 통해 얻는 수입, 이른바 로열티(royalty)는 두가지다. 하나는 음반을 판매하여 얻는 수입이다. 영어로는 'mechanical royalty'라고 하는데, 한국 법률 용어로는 '복제권'이라고 부른다. 음반이나 테이프같은 '카피(copy)'의 판매량에 비례하여 가격의 일정 비율만큼을 작사자와 작곡가가 나눠 갖는 것이 '원칙'이다(물론 작사자와 작곡가가 동일 인물인 경우는 혼자 가진다). 또 한가지는 방송, 공연장, 댄스 클럽, 노래방, 백화점 등 '공공장소'에서 곡이 연주되는 것에 따라 저작권자가 받는 로열티다. 영어로는 'performance royalty'라고 하는데, 아마도 실연료(實演料)라는 용어가 적절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실연료가 거의 전부고 복제료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반 판매를 통한 추가적 수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참고로 대중음악의 종주국인 미국의 경우 복제료와 실연료의 비중은 4.5 : 5.5 정도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는 실연료와는 별도로 복제료를 관리하는 단체도 없고, 그 이전에 음반사와 기획사는 있어도 로열티를 관리하는 '음악출판사(악보출판사가 아니다)'도 없다(몇 년전부터 음악 출판사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실질적 활동은 아직 준비 단계에 있다). 그렇다면 작곡가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국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대중가요 음반의 제작비 중에는 '곡비'라는 항목이 있다. 음반 발매 이전 제작 과정에서 일정액을 작곡에게 지급하는 항목이다. 이 곡비가 복제료에 해당하는 셈이다. 물론 '잘 나가는' 작곡가라야 곡비를 지급받으며, 여기에도 이른바 위계서열이 있다. 이른바 '히트곡 제조기'라고 불리면 한 곡당 1,000만원까지 받는다는 소문도 있다. 이런 '곡비 지급 관행'은 '방송 홍보비'와 더불어 음반제작의 '고비용 구조'의 중요한 원인이 다. 또한 앨범에 수록될 모든 곡에 'A급' 작곡가의 곡을 사용할 수는 없으므로 앨범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즉, 앨범의 절반 이상은 B급과 C급 작곡가의 곡이 수록된다). 또한 작곡가 입장에서도 갈등이 있다. 곡비를 지급받으면 판권 소유자에게 저작권을 '양도'(혹은 '이용허가')한 것이 되므로 나중에 분통이 터질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비를 작곡가들이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니라 음반 판매량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이나 노래방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모니터링'하는 일이 제도화되어 있지만 음반 판매량 집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렇게 '나중'을 기약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곡비라도 받고 저작권을 '파는' 게 현명한 지도 모른다. 각종 과중한 세제상의 불이익이 옥죄는 상황에서 음반사나 음반기획자들을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무튼 현재 관행에서 가장 손해가 큰 측은 자작곡을 연주하는 가수나 밴드들이다. 이들은 곡비조차 지급받지 못하며, 곡비든 복제료든 음반과 관련된 이들의 유일한 수입인 계약금에모두 포함된 셈이다. 이렇게 꼬이고 꼬인 상황이 언제 개선될 지는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서양의 진보적 학자들이 '저작권 개념은 부르주아 예술관에 근거한 것이며, 다국적 메이저 음반사의 과도한 불로소득을 낳는다'는 식의 주장은 남의 얘기로만 들린다. 990609 * <뉴 미디어 저널>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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