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IC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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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나이지리아의 수도 레이고스(Lagos)에서 제 2회 아프리카 문화축전(Festival of African Culture: FESTAC)이 개최되었다.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들의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세계 각 대륙에 흩어져 살고 있던 아프리카인의 후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춤과 음악을 즐기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세 명의 음악인이 만났다. 한 명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또 한 명은 펠라 쿠티(Fela Kuti), 나머지 한 명은 질베르뚜 질(Gilberto Gil)이었다. 스티비 원더야 워낙 유명한 미국의 팝 스타고, 펠라 쿠티는 지난번에 소개했던 나이지리아의 음악적 영웅이다. 질베르뚜 질은 스티비 원더만큼 유명하지 않고, 펠라 쿠티처럼 전설적이지는 않지만 두 인물의 장점을 고루 갖춘 브라질의 아티스트다. '천재형' 음악인이면서 '블랙 파워'의 대변인이었다는 뜻이다. 브라질 북동부의 바이아(Bahia), 그리고 이곳의 주도(州都)인 살바도르는 다른 지역보다 흑인의 비율이 높다. 리우 데자네이루를 뉴욕에 비유할 수 있다면, 살바도르는 뉴올리언스에 비유할 수 있다. '음악의 고향'이라는 뜻인데, 질베르뚜 질의 고향도 살바로드 근교의 농촌이었다. 1942년생으로 3살 때부터 북을 치면서 "나는 뮤지션이 될 거에요"라고 말했다는 그는 10대 시절 드럼, 트럼펫, 아코디온 등을 독학으로 마스터하고, 동향의 뮤지션 주앙 질베르뚜(Joao Gilberto)의 "Chega de Sodede"를 들은 뒤에는 기타를 집어 들었다. 이른바 '보싸 노바의 시대'였다. 한편 주앙 질베르뚜가 그의 영원한 선배이자 우상이었다면, 1963년 대학교를 다닐 때 만난 까에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는 평생의 동료가 되었다. 두 천재형 음악인은 마치 '브라질 국가대표 축구팀의 흑백 콤비 스트라이커'처럼 지금까지 수많은 곡을 양산하면서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도 정열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60년대 중반 브라질의 중심으로 진출한 바이아 출신의 촌뜨기들은 1967년 TV에서 주최하는 음악 페스티벌에 출연하여 "Alegria Alegria"(까에따누 벨로주)와 "Domingo No Parque"(질베르뚜 질)을 연주하여 커다란 파란을 일으켰다. 이렇게 시작된 '문화운동'은 뜨로삐깔리아(Tropicalia)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때마침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 벌거벗은 히피들이 알딸딸한 분위기에 젖어있을 때 질과 벨로주가 이끄는 일군의 젊은이들은 척 베리와 안또니우 까를로스 조빔을, 싸이키델릭 록과 보싸 노바를, 일렉트릭 기타와 아코디온을, 노이즈와 샤우트를 뒤섞었다(참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는 의미에서 뜨로삐깔리스따들은 자신들의 지향을 '식인주의(cannibalism)'라는 언뜻 듣기에 살벌한 표현으로 부른다). 1969년 군부 정권이 질과 벨로주를 '애국적이지 않다'는 황당무계한 이유로 체포하면서 뜨로삐깔리아 운동은 끝났다. 그렇지만 뜨로삐깔리아의 짧지만 강렬했던 실천은 국내적으로는 MPB(musica popular brasileira)라는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키고, 국제적으로는 브라질 사람들이 "영화 [흑인 올훼]에 나오는 것처럼 원시인처럼 살아가겠지"라는 편견을 불식시키는 '모더니즘' 운동이었다. 6개월만에 석방된 뒤 영국 망명을 거쳐 1972년 브라질에 귀국한 이후 질베르뚜 질의 활동은 다소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1977년 나이지리아를 방문하여 자신의 아프리카적 뿌리를 재확인한 뒤에는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하이라이프(highlife)와 주주(juju) 등 서아프리카의 음악을 도입하고 요루바어를 가사로 사용하는 등 브라질의 음악의 '재아프리카화(reafricanization)'을 시도한다. 이는 그 무렵 브라질 흑인(이른바 아프로-브라질리언)의 민권운동의 부흥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그 절정은 1980년 저명한 레게 뮤지션 지미 클리프(Jimmy Cliff)와 팀을 이루어 공연을 가진 일, 그리고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를 포르투갈어로 번안한 "Nao Core Mais"가 브라질의 팝 차트 1위를 차지한 일일 것이다. 1984년에는 씨네마 노부(Cinema Novo)의 거장 까를로스 디에그스(Carlos Diegues)의 영화 [Quilombo]의 사운드트랙을 맡아 16세기 브라질 흑인 노예들의 반란을 그린 것도 또하나의 업적일 것이다. 1990년대 이후 그는 고향인 살바도르에서 공직(公職)에 당선되어 제도권 내에서 브라질의 '블랙 파워'의 신장을 실천하는 대변인이 되어 있다. 펠라 쿠티같은 '카리스마적 리더'는 아니더라도 질베르뚜 질은 한때의 '청년 세대의 아이콘'에 머물지 않고 '전국민이 좋아하는 스타'이자 '억압받는 흑인의 대변인'이 되었다. 또한 1980년대 이후에는 미국 대도시의 공연장 쯤은 가볍게 매진시키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것도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비굴하게 타협하지도 않으면서. 대중문화계에서는 재능의 크기와 성공의 정도가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능의 크기에 비해 과도한 성공을 누리거나 재능 만큼의 성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 법칙이다. 이런 대중문화계에서 재능의 크기만큼 성공을 누리면서도 자신의 뿌리를 이루는 정체성을 잃지 않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제 3세계'에 사는 '흑인'이.... 20011012 * 주: *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발행하는 웹진 <Bookian>에 게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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