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박기영,[박기영 3: 혼잣말] 

박기영 세 번째 앨범에 대한 '외교적' 평
 
박기영, [박기영 3: 혼잣말], 반도/유니버설, 200

작년 중반 이후 주목할 만한 신인급 여가수를 들어보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서문탁과 박혜경의 이름이 떠오른다(이수영도 있지만 관두자. 주현미가 백배는 낫다). 서문탁은 '터프한 언니'같고, 박혜경은 '귀여운 여동생'같다. 시답지 않은 비교를 꺼낸 이유는 박기영은 목소리도, 이미지도 둘의 장점을 모두 갖춘 양수겸장이기 때문이다. 거칠면서도 섬세하고, '와일드'하면서도 '마일드'하다. 지난번 히트곡인 "시작"은 박혜경과(科)같던데? 하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이었던 모양이다.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그친 1집과 하나의 히트곡을 집중 부각시킨 2집과 달리 3집은 '앨범'이라는 본래의 의미에 가깝다. "드디어 완벽한 '박기영'의 앨범이 나왔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밝혔고, 작곡과 제작을 직접 맡았다는 사실에 '의심'이 들 정도로 이 앨범은 수작이다. 무엇보다도 또박또박 발음하다가 스리슬쩍 이어부르고 그러다가 내지를 땐 시원스럽게 내지르는 창법은 모처럼 노래를 듣는 즐거움을 준다. 가사의 운(韻)과 멜로디의 운(韻)이 딱딱 맞아 떨어져서 듣기 좋고, 4마디가 끝날 때마다 크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도 듣기 싫지 않다. 타이틀곡 "Blu Sky", "어두운 상상", "가" 등은 그의 스타일을 확립한 곡들로 보인다. 가장 인상적인 곡은 시종일관 소리지르는 "혼잣말"인데, 특히 중반부의 쏘아붙이는 보컬은 압권이다. 연적(戀敵)의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소리지르면서 싸우는 여자의 목소리가 연상될 정도로.

물론 "널 보낸 나를"같은 한국형 스탠더드 발라드도 있고, "밝은 상상"같이 말랑말랑하고 '모던'한 곡도 있고, "그럴 수 없겠지"같은 찐득찐득한 블루스 넘버도 있다. 목소리에 음향효과를 입혀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낸 "열거"나 어쿠스틱 반주로 시작하여 점층적으로 고조되는 "활강"같은 곡은 팝 음악의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점도 보여준다. 영미 팝 뿐만 아니라 일본과 홍콩의 팝에도.

노래 말고 다른 건? 밴드가 아니라 세션 연주자들을 기용했지만 악기음도 '노래 반주'는 넘어선다. 각종 음향효과를 입힌 톤과 다양한 주법이 곡들마다 적절히 배치되어 있는 정다운의 기타 사운드는 아주 독창적인 건 아니지만 많이 연구하고 노력했다는 인상을 준다. 리듬 파트도 탄탄하다 했더니 강수호(드럼), 이태윤(베이스) 등 잘 나가는 세션 연주자들의 이름들이 눈에 띈다.     

그런데 불만이 없지는 않다. 음반 부클릿에 적힌 가사가 원곡과 틀린 부분이 많다. 또 음반 뒷면을 보면 CD에 동영상(뮤직 비디오)이 들어 있다고 적혀 있건만 CD-rom에 넣어봐도 아무 것도 안 나온다. 불량품이라서 그런가 하면서 홈페이지를 찾았더니 '"너무 급하게 앨범이 나오느라" 착오가 있었다고 하고, 4월 중순부터는 제대로 나온다고 본인이 직접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건 사소한 게 아닌데. 특히나 본인이 "소중하다"고 밝힌 "진짜 음악을 사랑할 줄 알고, 들을 줄 알고, 판단할 줄 아는 배타적이지 않은 대중"에게는 더욱 더 중요한데. 왜냐하면 이들은 음반을 '모으는' 사람들이니까. 이거 중순 이후에 정품으로 교환해 주던가, 비디오 CD 따로 주던가 하고, 다음부터는 착오없이 잘하세요! 20000406

* [주간조선]에 게재됨

앞화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