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Seam, [The Problem with Me] 

Seam의 내한 공연에 즈음하여 다시 들어보는 [The Problem with Me]

Seam, [The Problem with Me], Touch & Go, 1993(강아지, 2000)

나는 이제 Seam의 음악에 대해서 객관적 리뷰를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비틀스, U2, 너바나보다 Seam이 더 좋다"고 말하는 것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이 들릴 텐데 이를 어쩌나. 이건 정말 '나와 함께 하는 바로 그 문제(The Problem with Me)'다.   

그러니 객관적인 사실부터 시작해 보자. 이 음반은 Seam이 Touch & Go 레이블에서 발매한 첫 번째 앨범이자 그들의 정규 앨범으로는 두 번째다. 여기서 박수영의 Bitch Magnet 시기를 말하는 것이나, 이 앨범을 발매할 무렵 Bundy K. Brown이나 John McEntire 등 Seam을 거쳐간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시카고 언더그라운드'의 복잡한 족보를 추적하는 일은 짜증나는 일이다(이에 대해서는 http://hello.to/seam/history.htm 등을 참고). 어쨌든 이 무렵 Seam의 멤버는 지나칠 정도로 빈번히 교체되었는데, 레코딩 작업에 주로 참여한 인물들은 박수영 외에 Lexi Mitchell(베이스), Bob Rising(드럼), Craig White(기타)다. 따라서 후속작인 [Are You Driving Me Crazy]와 [The Pace is Glacial]에서의 상대적으로 안정된 라인업 - 수영을 포함하여 Chris Manfrin(드럼), Reg Shrader(기타), William Shin(베이스) - 과 다르다.

밴드의 불안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The Problem with Me]는 매우 정제된 사운드를 담고 있다.  [Headsparks]가 소박하고 풋풋하지만 때로는 '오갈 데 없는(빈티 나는?) 인디'같은 느낌을 준다면, 그리고 [Are You Driving Me Crazy]가 Seam의 작품들 중 가장 뛰어나지만 가끔씩 '너무 질질 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면, [The Problem With Me]의 곡들은 '미니멀'하면서도 '모든 것'을 보여준다. Seam의 이전과 이후의 모든 것이자, (다소 과장하면) 당시 인디 록의 모든 것 말이다. "Rafael", "Wild Cat", "Something's Burning" 등은 '보통의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만한 곡이다. 만약 U2가 재산을 몽땅 몰수당하면 이런 음악을 할지 모른다는 느낌, 그리고 인디 록이 '영락없는 록이지만 무언가 다른 록'이라는 느낌을 전달해 준다. 격정적이면서도 결코 '오버'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곡들을 들을 때 가장 자주 들려오는 기타 사운드는 짧게 비트를 끊어치면서 (1마디를 8개의 비트로 세분한다면) 4번째 비트와 다섯 번째 비트를 하나로 묶는(그러니까 '징징징지-잉징징'거리는) 주법, 그리고 9도 혹은 6도 음정을 텐션(tension)으로 추가한 코드 워크다(변칙 튜닝도 있는 듯한데 불행히도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기타 사운드가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처럼 가슴을 파고들 때는 누군가의 표현처럼 심장이 메말라버리는 듯하다. 톰톰을 많이 사용하여 둥둥 혹은 덜거덕거리는 드럼 비트도.   

그렇지만 심장이 완전히 메말라 버리게 놓아두지도 않는다. [Kernel]에도 처음 선보인 곡을 재차 다듬어서 수록한 "Sweet Pea"는 번디 브라운의 미묘한 E-bow 소리와 더불어 이른바 '노이즈델리아(noisedelia)'를 구현한다. 소음이라는 액체로 심장을 세탁하고 난 뒤에 느끼는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 소음 세탁은 "Road to Madrid"(의 마지막 부분)와 "Dust and Serpentine"(의 중간 부분)같은 느린 템포의 발라드(?)에서도 재현된다. 나는 아직도 Seam을 '슬로코어'라고 부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스타일의 곡에서 받은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그렇지만 슬로코어의 '정신'이 '느리게 축축 늘어지는 것 일변도'인 반면(이건 또 나름대로 맛이 있다. 예를 들어 Codeine이 커버한 "New Years"는 Seam의 오리지널과는 또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이 곡들에는 동태적인 변화가 있으므로 Seam을 '슬로코어의 대표적 밴드'로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즉, 무드와 템포와 음량과 텍스처가 급속하게 변하기 때문에 슬로코어의 '목표'인 '지루함'과는 거리가 있다. 마지막 트랙  "Autopilot"는 기타 루프가 반복되는 '실험적'인 트랙이다. 몽롱함을 선사하다가 툭 끊어진다. 이처럼 '불친절'하면서도 신선한 엔딩이 언제 또 있었나. 생각 좀 해봐야겠다.  

* 사족: 40분도 안되는 연주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은 아쉽다. 라이센스로 발매할 때는 Touch&Go에 연락해서 [소란 '99]에서의 몇 곡을 보너스 트랙으로 붙였으면 좋겠다. 힘들까? 20000518

수록곡
1. Rafael
2. Bunch
3. Road to Madrid
4. Stage 2000
5. Sweet Pea
6. Dust and Turpentine
7. Something's Burning
8. Wild Cat
9. Autopilot

* 웹진 <weiv>(http://www.weiv.co.kr)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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