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리아 4.5 

상하게 '재발매'된 리아의 음반
리아 4.5(모닝힐, 2000)

이럴 때 참 난감하다. '리아의 신보가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리뷰를 쓰겠다'는 명목으로 받아든 음반이 좀 이상할 때 말이다. 4.5라는 타이틀의 '신보'는 나중에 들은즉슨 지난 겨울 발표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접은' 4집 [찾기]의 '재발매'에 가깝다. 신곡은 두 곡, 앨범 마지막에 배치된 타이틀곡 "추신"과 "슬픈 눈의 Champ" 뿐이다. 뜨악한 시선을 보내야 할까? 좋게 말하면 소속사를 바꾸어 새출발하는 기분으로 발매한 음반이다. 좋지 않은 일들이 연속되던 상황을 극복하고 의욕을 다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고 일단 생각하자. 하지만 이 말만은 해야겠다. 혹시라도 4집을 산 사람만 '유사품에 주의'하면 된다.  

하지만 [weiv]에는 4집 음반에 대한 리뷰도 썼으니 할 말도 많지 않다. '여성 라이브 록 가수' 리아는 여전히 노래를 잘 하는가를 확인해볼까? 말괄량이처럼 발랄하게 재잘거리고("안해"), 시원시원하게 내지르기도 하고("나쁜 자식", "슬픈 눈의 Champ"), 감상적으로 차분히 속삭이기도 하고("야만해"), 쓸쓸하게 읊조리기도 하고("나만이 보이는 너와 숨을 쉴거야"), 소울풍의(soulful)한 창법도 선보이고 있다("Jam"). 이럴 땐 '다양한 창법을 무리없이 소화했다'고 평하면 된다. "검정 웨딩 4중주"(7번 트랙)와 "추신"(4집에는 없던 곡이고 이번 음반의 타이틀곡이다)에서는 '한 곡 안에서' 다양한 창법을 모두 들을 수 있다. 부드럽게 시작하다가 절정부에서 슈퍼소닉으로 후려대는 식 말이다. 상투적인지 아닌지 판단은 듣는 사람의 판단에 맡긴다.  

노래 이외의 음악은? 그것도 미리 한 얘기다. 말을 바꾸면 '모던 록이 아니라 메인스트림 록'이라고 말해야겠다. 물론 한국에는 그런 건 없고 모조리 '가요'지만. 그게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저쪽 나라들에서 화려한 쇼임과 동시에 훌륭한 예술로 대접받았던 시기인 1970년대 음악이 이념형인 셈이다. 이런 스타일이 음반의 프로듀서를 맡은 사람의 취향인 게 분명하다. 음악 스타일이 프로그레시브 록이다, 록 발라드다, 뉴 웨이브다, 순수 팝이다를 따지기 이전에 사운드가 꽉 차고 화려하고 장엄하다. 드럼, 베이스, 기타라는 록 음악의 기본적 악기편성 외에 어쿠스틱 기타, 현악기, 피아노, 신서사이저 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음색이나 음의 짜임새(texture)도 매끄럽다 못해 번드르르하다. 문제는 이게 가수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좀 '오버'한다고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메인스트림 록'이라는 말이 음악 장르라기 보다는 '어떤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긴 안목으로 투자를 해서 그만큼의 '품질'을 갖춘 음악을 만들어내는 시스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단기 승부에 목숨 거는 '주류 팝'( 및 '가요')와는 다른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라이브 록 가수'들에게도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런 시스템'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그런 게 만들어진다면 음악하는 사람들이 불필요한 스트레스는 안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음악만 들어 가지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변칙성 앨범 발매도 그 시스템의 속성과도 안 어울린다. 어쨌든 음반이 좋은 기획사에서 발매되었으니 만회의 노력을 배가하길 바랄 뿐이다. 꼭 무엇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스스로를 위해서. 20000624

* <뉴스 피플>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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