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한충완, [한충완], 폴리미디어/크림, 2000   

한국인에게 재즈는 무엇일까? 이소라나 김현철이 부르는 '가요'의 반주음악? 아니면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듣는 이지 리스닝 음악? 그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몇 년전 난데없이 불어닥쳤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재즈 열풍을 기억한다면 결과가 좀 썰렁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즈는 여전히 대중음악인들이 '언젠가 한번 도전해 보아야 할' 대상이고, 그래서 적잖은 이들이 유학 길에 올랐고 지금도 오르고 있다. 오늘 소개할 음반의 주인공인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의 경력은 김광민, 한상원, 정원영 등과 더불어 '버클리 음대 출신'이라는 정도로 줄이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니까. 하나만 더. 재즈 드러머이자 만능 연예인인  남궁연과 더불어 트라이빔(Tribe-heam)이라는 재즈 그룹을 만들어 활동한 일도 있다.

1993년과 1995년에 발표한 솔로 음반이 있지만 결례스럽게도 들어보지 못했다. 들리는 말로는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 음반도 '노래'가 없는 연주곡(정확히 말하면 기악곡)이므로 '어렵다'는 반응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가 없으면 다 '어렵다'고 하니까.

모두 9개의 트랙이 수록된 앨범을 미리 죽 들어보면 처음 두 트랙과 마지막 두 트랙이 활발한 분위기의 연주곡이다. 훵키한 리듬에 기초한 퓨전 재즈 스타일이다. 기타의 한상원, 베이스의 김병찬, 트럼펫의 이주한, 색서폰의 장효석 모두 악기 연주에는 도가 튼 인물들이라 상호연주(interplay)가 착착 들어맞는다. 이상민과 데이비드 브레인브리지가 나누어 맡은 손놀림이 능수능란한 드럼 연주도 훌륭하다. 첫 트랙 "Off Road"가 처음 가보는 도로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으로 여행의 출발을 알린다면, 두번째 트랙 "Jungle"은 다양한 타악기(퍼커션) 소리로 인해 남쪽에 있는 어떤 나라의 이국적 정취를 자아낸다. 특히 퀴카(cuica)라고 짐작되는, 가죽에 문질러대어 나는 퍼커션 소리가 귀를 잡아끈다. 유학 중에 '제 3세계 음악'을 공부한 그의 음악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간에 있는 다섯 트랙은 대체로 느린 템포의 차분한 분위기다. "비온 뒤"와 "남과 여"는 감미롭고 낭만적인 색서폰 소리가 주도하고 정작 앨범의 주인공의 피아노 연주는 전체를 지휘하기는 하지만 나서서 튀지는 않는다. "남과 여"에서 3박자의 리듬이 곡선을 그리며 전개되다가 청아한 악기소리가 들리면 가을하늘에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연상되는데 음반 크레딧이 적힌 곳을 보면 멜로디카(melodica)라는 악기다. 멜로디카 소리는 다음 트랙 "딸에게"까지 연장되고, 그게 끝나면 동요 "종이 비행기"가 재즈 화성과 만나는 연주가 나온다. 이걸 듣고 아련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일 거다. 그래도 서늘한 밤에 양주 한 잔 걸치고 들으면 괜찮을 듯하다. 이제까지의 음악이 좀 '어렵다'고 느꼈다면 일곱 번째 트랙 "Memories of You"를 들으면서 쉬어가도 좋다. 케니 G나 데이비드 코즈를 방불할 정도로 대중적인('한국 취향의') 코드 진행이 나오니까(물론 이 곡만 그렇다).

마지막 두 트랙은 처음의 두 트랙과 비슷한 스타일이면서도 연주가 조금 날카로와진다는 느낌이 든다. 각자가 느끼기 나름이겠지만, 뭐랄까 조금은 심난하고 긴장되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분위기도 앞의 두 트랙이 전원적이었다면 이제는 도회적이다. 장거리를 달려와 톨게이트를 바라보면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낼 때의  심정 같다고나 할까. '바쁜 일상'이 떠오르고 '거기에 얽매이기 싫은데'라는 생각이 들 즈음 40분 남짓한 여행은 모두 끝난다. 좋은 여행이었다. 정말로 여행을 떠나서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들어야겠다. 물론 에어컨에서 나오는 싸한 공기가 있어야 하겠지만.

 

 

수록곡

1  Off Road

2  Jungle

3  비온 뒤

4  남과 여

5  딸에게

6  종이 비행기

7  Memories of You

8  Come with Me

9  Sketch Both Sides

 

관련사이트

폴리미디어 레이블의 홈페이지

http://www.dylife.com

 

* 웹진 [weiv](http://www.weiv.co.kr)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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