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시나위, [시나위], 퍼플/도레미, 2000      

'시나위'라는 이름에는 여러 가지 사연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시나위를 거쳐간 인물들' 중에는 가수로 뜬 인물들이 많다. 김종서, 임재범, 그리고 서태지, 문제는 사람들이 이런 사연은 알아도 '시나위의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작 밴드로서 시나위는 뜬 적이 없었으며 '히트곡'도 없다. 히트곡이 있다고 해도 "새가 되어 가리"나 "라디오를 켜고"같이 조금 있으면 20년이 다 되어가는 곡들이다. 시나위가 못 뜬 것은 음악을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도 명백하다. 어쨌든 하늘높이 뜨지 못한다는 점과 멤버 교체가 잦다는 점은 무관치 않다. 그래서 시나위의 음악적 정체성은 '록 음악'이라는 확실한 점을 빼고는 모호하다. 시나위의 록 음악은 대안적이기에는 정통적이고, 정통적이기에는 비주류적이다. 그래서 시나위가 '또다시' 결성되어 활동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운 마음 한편으로(이건 '한때의 록 팬'이었다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번 라인업은 7기쯤 되나", "'신대철과 아이들'이라고 말한다면 실례일까"라는 불경스러운 말이 입에 감도는 걸 숨길 수 없다. '의례적인 평을 써야 하나'라는 난감함과 더불어.

그런데 첫 트랙 "파란 밤"의 기타 전주를 듣자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비교적 단순한 사운드지만 공간감을 가지고 풍부하게 들린다. 록 음반의 프로듀싱을 오랜 동안 하지 않으면 '잡아내기' 힘든 사운드다. 감정의 직설적 표출이라는 이제까지의 주된 표현 방법에서 곡선적으로 침잠하는 방법으로 바뀐 듯하다. 라이브에서 잠깐 봤을 때 김용의 보컬은 '잘난 척하는 록 스타'를 벗어나지 못한 듯해서 거슬렸던 기억이 있지만 음반에서는 전체적인 사운드의 분위기에 맞게 암울하게 읇조리고 있다. 두 번째 트랙 "금지의 노래"는 굳이 말하면 '록 발라드'에 속하겠지만 '한국형'은 아니다. 어쿠스틱 기타의 아름다운 연주가 전면을 장식하고 중반부 이후 첼로의 그윽한 소리가 등장하는 이 곡은 '한국이 아니라면' 오랫동안 사랑받는 곡이 될 듯하다. '좋은 연주자이긴 하지만 보통 작곡가'라는 평(물론 '아버지와의 비교'가 많이 작용한 평이다)을 받는 신대철의 작곡이 '자리를 잡았다'는 느낌을 주는 곡이기도 하다.

후반부에서 어쿠스틱 기타 두 대가 스피커의 좌우에서 어우러지는 장면은 매우 아름답다. 이어서 트레몰로 이펙트를 이용한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나는 웃지"를 거쳐 네 번째 트랙 "정신의 좌착"에 이르면 이 음반에서 가장 '록 음악'다운 사운드가 나온다. 그리고 다섯 번째 트랙 "해가 진다"는 다시 분위기를 바꾼다. 이 곡은 인도 악기 시타(sitar)가 만들어내는 흐느적거리는 선율 위에서 낭만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도취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만가(輓歌)다. 그리고는 음악은 서서히 사라진다. 벌써? 아차 미니 앨범이고, CD 가격이 6,000원이었지. 한두곡 빼고 들을 것 없는 '보통 앨범'보다 '미니 앨범'이 훨씬 낫다는 말은 진부하고, 앞으로는 정말로 멤버 변동 없이 활동을 계속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남는다. 짧지만 잘 만든 록 음반이다.

 

* <주간조선>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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