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스위트피,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 문라이즈/드림비트, 2000 

스위트피(Sweet Pea)라는 이름은 보통의 음악 팬들에게조차 낯설 것이다. 델리 스파이스의 멤버 김민규의 솔로 프로젝트라고 말해도 '조금' 나은 정도일 것이다. 델리 스파이스가 자우림이나 크라잉 너트처럼 '홍대앞 인디 씬 출신'이라는 것도 하나의 정보일 뿐이다. 더군다나 밴드의 정규 음반도 아니고 멤버들의 솔로 음반까지 주목하는 것은 엔간한 '매니아'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이런 대중지에 이들의 음반을 소개하는 것은 '인디'라는 특수한 취향에 주목해 달라는 권고는 아니다. 그냥 음악에 주목해 달라는 뜻이다. 요즘 대중음악의 주류에 비추어본다면 대중적이라고 말하기 힘들겠지만, 음악이 특별히 어렵다거나 실험적인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멜로디가 아름답고, 몇 곡을 제외한다면 '통기타 가요'에서 그리 멀지 않다. 조동익, 이병우, 장필순, 하덕규, 동물원 등 '옛날' 뮤지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와 비슷한 감성도 느낄 수 있다.

노래는 대체적으로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소품이다. 수록곡 중 가장 대중적인 "복고풍 로맨스"에는 사이먼&가펑클의 많은 곡들에서의 기타 주법(이른바 '쓰리 핑거 주법')이, "달에서의 9년"에는 한줄 한줄 느리게 튕기는 아르페지오가, "유혹 위에 흐르는 강"에는 힘찬 스트러밍이 있고 그 위에 단아한 멜로디가 흐른다. '후렴이라도 한번 더 했으면 좋겠는데'하는 마음이 들 때면 슬쩍 끝나버리는데, 그게 아련함과 아쉬움을 더한다. 그렇지만 미사리나 일산 근교의 라이브 카페에서의 '느끼한 목소리'와 '에코우 걸린 통기타' 소리는 없다. 그 외에 첼로("복고풍 로맨스"), 피아노("어디 가니"), 플룻, 리코더("Moonrise") 등의 악기음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 몇몇 곡에서는 전기 기타와 드럼 사운드도 있지만 '록 음악'처럼 그리 시끄럽지는 않다.

특이한 것은 비매품 부록으로 '문라이즈 소속 음악인'의 컴필레이션 음반이 별도의 CD로 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한철("대학가요제" 대상 출신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키큰 친구 맞다)과 Thomas Cook(인디 밴드 마이 앤트 메리의 멤버)의 곡은 스위트피 음반에 실린 "어딜 가니"와 더불어 잘하면 '한국 인디 가요'의 하나의 스타일이 탄생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다오와 Clare(김경모)는 실험적 사운드 속에 슬쩍 숨어있는 멜로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제대로 음악하는 친구들'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런데 문라이즈란 무얼까. 이들이 모여 있는 '레코드 레이블(상표)'이다. '인디 레이블'이라면 그렇다. 그렇지만 한때 매스컴에서 소개한 '울긋불긋한 머리를 하고 과격하게 소리지르는 애들'이 모인 곳은 아니다. 사업체라기 보다는 수줍지만 강한 자의식으로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공동체다. 이들을 인디라고 부른다면 '주류 음악계로부터 독립하려는 투사'라는 뜻이라기 보다는 '주류의 분주함으로부터 슬쩍 비켜서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어쨌거나 청명하면서도 외로움타기 쉬운 이 가을에 참 어울리는 음반이다.

 

* <뉴스피플>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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