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Fado, Morna, Modhina...포르투갈어로 노래하는 3인의 '월드 디바'들의 음반
  • Bevinda, [Terra e Ar], Cesaria Evora, [Live l'Olymopia], Hermina, [Coracon Leve]

오늘 소개할 세 음반은 '포르투갈'과 관련이 있는 음반들이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라기 보다는 포르투갈 사람들이 세계에 흩뿌린 문화라는 뜻에 가깝다. 일단 가사가 포르투갈어(혹은 그의 변형)이니까. 먼저 베빈다(B vinda)는 포르투갈 태생으로 주로 파리를 무대로 활동하는 디바다. 국내 모 PCS폰 광고에서 '희화화'되어 사용된 일이 있지만, 현재 그녀는 비가(悲歌)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파두(Fado)의 대표적 디바다. 이미 발매된 두 종의 음반이 팝과 재즈의 영향이 강한 '국제화된' 스타일이라면, 이번에 나온 2집 음반 [Terra e Ar]은 '오리지널' 파두에 보다 가깝다. 파두의 여왕인 고(故) 아말리오 로드리게스의 대표곡 두 개가 리메이크되어 있는 점도 그렇고.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와 에르미니아(Hermina)는 카보 베르데(혹은 케이프 베르데)라는 조그만 섬나라 출신이다. 서아프리카와 브라질 사이에 있는 이곳은 수백년간 포르투갈의 지배 하에서 노예 무역의 중간 거점이었던 지역답게, (남)유럽과 (서)아프리카(나아가 브라질) 사이에 문화적 잡종화(hybridization)가 발생했다. 모나(morna)라고 불리는 음악도 마찬가지인데, 지면관계상 간략히 말하면 파두의 악기와 멜로디, 서아프리카의 퍼커션과 리듬, 그리고 선원들의 뱃노래가 뒤섞인 스타일이다. 월드 뮤직 치고는 선율이 선명해서 비교적 친숙하다.

에보라는 '월드 스타'다. 중간에 잠시 음악활동을 포기했지만 40대 중반의 나이(와 체중!)에 레코딩을 재개하여 파리를 거점으로 월드 투어를 가지고 있다. 그녀의 노래에 대해서는 "카보 베르데의 빌리 할러데이"라는 말로 긴 설명을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음반은 파리 올랭삐아 극장에서의 실황을 담은 것이라서, 피아노 반주를 중심으로 하는 재즈 보컬의 연주회에 온 듯한 기분이다. 한 트랙만 꼽으라면 역시나 마지막 트랙으로 실려있는 "Sodade"이다. 공연 말미의 분위기와 어우러져서 보컬이 더욱 즉흥적이 되고 중반부의 바이올린과 하모니카의 솔로도 '예술'이다.

넉넉하게 달관한 듯한 에보라의 목소리와 달리 에르미니아의 목소리는 후두음이 강해서 '블루지(bluesy)'하다. 메마르지만 섬세하다. '칸타데이라(Cantadeira)라고 불리는 카보 베르데 여가수들의 전통 창법'이라는 정보는 유동 인구가 많은 섬나라 여인네들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기타 외에도 카바키노(Cavaquinho: 우쿨렐레와 비슷한 4현 악기)가 베이스와 퍼커션과 어우러진 단촐한 악기구성이지만 첫 곡 "Filosofia"부터 심상치 않더니 "Terra Q' Sede"에 이르면 낯선 곳에 와있는 느낌이 완연해진다.

한국이 '월드 뮤직의 중개무역 센터'인 파리가 아닌 다음에야 이들의 음악이 대중에게 도달하려면 드라마, 영화, CF 등과 '끼워팔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식 센티멘틀리즘과 결합되지 않으면 힘들다. 그것도 좋다. 헌데 '한국산(産) 월드 뮤직은 뭐 없을까'라고 엉뚱한 상상을 펼치면 심난해진다. 뉴욕에 살고있는 친구 말로는 대형 레코드점에 가면 안숙선의 [춘향가]와 임창정의 [늑대와 춤을]이 나란히 꽃혀 있다고 한다. 아, '그들'의 무시무시한 지리적 물신주의여. 그런데 '우리'의 음악 취향 자체가 이렇게 '도 아니면 모'로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하긴, 개(犬)까지도 족보 따지면서 '순종' 찾는 게 우리네 습성이니까.

만약 강수연이 '월드 스타'라면(정말 그런 지는 모르겠다) 그건 '세계 각지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개나 소나 좋아하는 스타'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뜻이라면 '인터내셔널 스타'라는 단어가 준비되어 있다. '월드'란 소수의 층의 취향에 부합하는 수식어이고, '월드 뮤직'도 마찬가지다. 즉,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이 아니라 특정 취향을 위한 음악이며, 한국에서는 '국산 가요와 영미 팝에 식상한 사람들'의 취향을 위한 음악이다. 이런 취향에 대한 가치판단은 미루자. '월드 뮤직' 음반들이 이제 막 소개되는 시점에서 괜히 초칠 일은 아니므로.  

 

* <씨네 21>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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