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H.O.T, [Outside Castle], SM 엔터테인먼트, 2000   

한두달 전 쯤 H.O.T의 팬클럽에 올라온 글이 사이버공간에 돌아다닌 일이 있다. 그 중에 "H.O.T가 만에 하나 5집을 내고 은퇴를 한다손 쳐도 우리는 그들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사뭇 비장한 문투로 보아 마냥 잘 나가는 것 같은 그들에게도 최근의 상황에서는 위기감이 있는 모양이다. 최근의 상황이란 무엇일까? 젝스키스의 해체?(막상 라이벌이 사라지면 맥이 풀린다), 서태지의 컴백?(평소에 '존경한다'고 말했으니 맞붙기가 좀 곤란하다), 조성모의 선전(작년에 판매량에서 밀렸다고 하니 이번에 밀리면 '정상'은 힘들다) 등의 일련의 사건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H.O.T의 다섯 번째 앨범이 나왔다.

이번 음반의 감상 포인트는 1) 멤버들의 자작곡이라는 점, 2) R&B 스타일이라는 점, 3) 리듬은 이른바 '드럼&베이스'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점에 대해서는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넘어가자. 단, 창작이라고 하더라도 '사사받은' 것이 역력하다는 점만 지적하자. 스타 뿐만 아니라 뮤지션도 만들어질 수 있다? 두 번째 포인트는 현악기와 신시사이저의 장엄하고 화려한 도입부(장장 1분 40초다)로 시작되는 첫 트랙 "Outside Castle"을 들을 때 예견된다. "My Mother", "꿈의 기도" 등 전반부에 포진된 곡들 대부분이 그렇다(물론 후반부에도 있다). 템포는 느릿느릿하고, 노래는 흐느적거리고, 랩은 느물거린다. H.O.T식 R&B는 'Rap & Ballad'인 모양이다. 세번째 드럼&베이스 리듬은  무거운 비트와 드르르륵거리는 필인(fill-in)에서 확인하면 된다("Good bye-이젠"에서 가장 잘 들린다). 물론 이런 멜로디들에 드럼&베이스 리듬을 꼭 사용해야 됐을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후반부에는 기존 팬에 대한 서비스도 있다. 'Time Will Tell", "버려진 아이들"은 '힙합코어'라는 남한 사투리로 부르는 장르고, "파랑새의 소원"은 "캔디" 풍의 건전가요(혹은 동요)고, "Natural Born Killer"는 한 명씩 돌아가면서 랩을 하는 H.O.T 특유의 잡탕 스타일이다. 언젠가 한번은 들어봤던 것 같은 음악이라 '친숙하다'고 말할 사람도, '김빠진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버려진 아이들"에 나오는 '결손가정 및 소년·소녀 가장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SM산(産) '싱잉 엔터테이너'들은 창법이 비슷해지는 듯하다. 노래만 들어가지고는 신화나 H.O.T를 분간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S.E.S의) 바다나 보아나 그게 그거 같다. 게다가 작곡자가 달라도 모든 주파수대를 극대화시키는 편곡은 음악의 평준화를 가져온다. '대중가요라는 게 원래 그런 거지 뭐'하고 넘어가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 허락을 얻은 건지 아닌지 불분명하지만, 'My Mother"는 1980년대 팝의 고전인 왬(Wham)의 "Careless Whisper"를 '창조적으로 모방'했다. 모 옷 회사에서 했던 CF처럼 "표절도 전략입니다"라고 말하려는 것일까. 그런데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이라는 미국 밴드가 H.O.T의 모 히트곡에 대해 '표절이다'라고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근데 내가 왜 부끄러워 해야 되는 거지?

 

* <뉴스 피플>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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