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핑클, [Now 핑클 3집]   

'아저씨 평론가'가 핑클의 노래를 '좋다'고 말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핑클이 속한 한국 가요계가 음악 산업계라기 보다는 방송산업계이자 캐릭터 산업계이므로, 음악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음악 아닌 다른 걸 좋아하는 걸로 오해받기 쉽다. 실제로 핑클은 음악적으로는 핑클은 '옥주현과 언니들'이지만, 음악외적으로는 '효리, 진이, 유리....그리고 주현이'니까(주현이의 용모는 조혜련이 김혜수로 변신할 수 있음도 보여준다). 하긴 핑클의 음악만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게다가 '평론가'라면 이런 아이돌 그룹에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대중음악이라는 게 들어서 좋으면 그만이지 뭐'라는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므로 들어보고 평을 내려보자. 물론 앨범 전체를 감상하는 것은 힘겨운 일이므로 우선 타이틀곡을 집중적으로 들어보자.  

핑클의 신곡 "Now"를 처음 들으면 좋은 가요다. 입천장에 착착 달라붙는 솜사탕같은 건 여전하고 게다가 '관능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한번만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오는 8마디의 후렴구(여흥구?)가 먼저 나온다. 테크노 음악의 전자 효과음과 신시사이저 라인, 힙합풍의 무거운 비트가 나온 뒤 와와(wah wah) 이펙트가 걸린 훵키한 기타가 깔짝깔짝거린다. 남자 목소리가 나와서 의외라서 재미있기도 하고, 4마디가 끝날 때마다 '워 어오~'하는 부분은 흉내내보고 싶은 충동도 생기게 한다.  템포는 120 b.p.m.(분당 비트수) 정도라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딱 적당하다.

그 뒤 살랑거리는 노래 8마디가 나오고(원고 청탁하는 여기자나 나레이터 모델의 목소리를 잘 분간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효리인지 진이인지 유리인지 모르겠다), 4마디가 끝날 때 관악기 소리와 더불어 이펙트를 입힌 "Call Me", "Kiss Me"(정확히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걱정마라. TV에는 자막이 나오니까)라는 목소리가 나오면 가슴이 시리기도 한다. 그 다음 8마디는 주현이의 독무대. 부쩍 섹시해진 목소리(취향 따라 닭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가 "그냥 보낼 순 없어"라는 도발적인 가사를 담는다. 다음 8마디도 후렴구에 가까운데 '쟤들이 저렇게 음정을 잘 맞춰'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코러스 화음이 그럴 듯하다. 단, 한국어와 영어가 섞여 나오는 것 같기는 한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다. "꿈꿔 왔던 새리스 패숀모든"이라고 귀에 들리는데 궁금하면 가사지를 뒤져보는 수밖에.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악곡형식 표기법을 이용하면 A-A'-B-C(혹은 기-승-전-결) 형식이다. 1절이 끝나면 초반에 나온 후렴구가 반복되고, 신시사이저의 육중한 리프와 '나 잘 친다'풍의 기타 솔로가 어우러지는 간주가 잠깐 나온 뒤 2절이 시작된다. 2절이 끝나면 브릿지('염색 기법' 아니다)가 들어가고 후렴 나오고 끝난다. 쓸데없는 표기법을 이용한 이유는 모두 세 번 나오는 B부분은 가사도 똑같아서 혹시 한번 노래부르고 두 번 재활용한 게 아닌가라는 혐의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확인할 수는 없고 '분명하다'고 말했다가는 망신당할지 모르므로 이만. 좌우지간 한 번 듣고 두 번 이상 들은 느낌이다.

이어 나오는 "Feel Your Love"(두번째 트랙)에도 훵키한 그루브가 이어진다(물론 중간에 나오는 엉성한 랩은 좀 그렇지만). 디스코-하우스 풍의 "My Love"나 경쾌, 발랄, 깜찍, 상큼, 풋풋한 "One Fine Day"도 별 생각 없이 듣기 좋은 건전 댄스가요다. 나머지는 '핑클표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을 담은 발라드다. 발라드가 뭐가 어때서?'라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크게 공들여서 작곡한 것 같지는 않다는 이상은 아니다. R&B풍의 "Eternal Love"같은 곡은 작곡이 괜찮지만 좀 느끼해서 그룹의 기존 이미지와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이유 중의 하나는 한국에서 음반 하나를 제작하려면 작곡가한테 이른바 '곡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게 꽤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외국에서는 판매량에 따라 인세를 지급하는데 한국에서는 한다 는 말은 있었는데, 아직 잘 안 되고 있다. 이유는 여러분이 생각해 보도록). '히트곡 제조기'같은 사람의 곡을 구입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고 게다가 음반의 수명 주기도 몇 개월밖에 안되므로, 음반 전체를 '좋은 곡'으로 채우는 건 짱구나 할 짓이다. 누가 해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핑클같은 그룹을 위해 작곡하려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주현이가 노래를 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다른 멤버들은 뭐 하나? 효리, 진이, 유리의 목소리는 '파워'도 '높이'도 '길이'도 감당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니 몇 마디라도(주로 A 부분이다) 성량과 음역과 호흡을 고려하여 멜로디를 만들어야 한다. 한 마디 안에서 음정이 5도 이상 차이나면 녹음은 몰라도 라이브는 힘들다(별로 하지도 않지만). 엔간한 가수라면 앞의 몇 마디 정도야 무심히 듣고 지나가는 부분이지만, 핑클의 경우 오히려 이때가 시선집중의 시간이므로 대충 만들기도 힘들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면서 작곡하기가 어디 쉽겠나.

"Now"는 이런 조건을 잘 충족하면서도 듣기 괜찮으므로 가수의 특성에 맞게 잘 제작된 트랙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싶다. 그런데 왠걸 '표절 시비'가 붙었다. 이런. 하지만 '대비책'도 마련된 듯하다. 표절의 대상이 된 곡과 이 곡의 작곡자가 동일 인물(한국인이다)이기 때문이다. 묘한 일이다. 하지만 마지막 트랙 "날 기억해 줘"의 전주 부분도 외국 곡을 표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소식과 더불어 H.O.T의 표절곡이 미국의 록 밴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으로부터 '표절이다'라고 격렬한 항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조금....그렇다.

 

* <Swing>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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