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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음반은 20대 중반을 넘어선 한국인이 듣기에는 '버거운' 사운드를 담고 있다. 그래도 소개하는 이유는 '서태지'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지난 9월 발매된 서태지의 솔로 2집(제목 없음)에서 선보인 '하드코어', '핌프 록', '랩 메탈' 등으로 불리는 장르의 대표주자의 음반이기 때문이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서태지를 게스트로 하는 내한공연을 가진다는 루머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지만 미국을 비롯하여 '록 음악'이 강세인 나라들에서 이런 스타일의 음악은 인기 장르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림프 비즈킷은 인기 장르의 인기 밴드다. 이 음반은 이미 빌보드 앨범 차트의 정상을 정복했으니, 그곳에서는 라디오나 MTV를 틀면 마치 여기서 '핑클이나 지오디를 보듯' 이들의 음악과 뮤직 비디오를 보고 들을 수 있다. 한국에서의 판매고도 만만치 않아서 10만장 정도의 판매고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니 이 음반에 대해서 "이들의 이전 음반과 비교해 볼 때 뭐가 달라졌다", "유사한 스타일의 다른 밴드와 비교해서 이런 점이 독창적이다"라는 등의 평을 내리는 '매니아'도 많을 것이다. '그게 그거 같은' 사람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조금 다른 방식의 설명이 적합해 보인다. 림프 비즈킷은 플로리다 잭슨빌 출신의 5인조 밴드다. 프레드 더스트(Fred Durst)라는 리드 보컬을 중심으로 드럼, 베이스, 기타를 맡은 연주자들, 그리고 특이하게도 스크래칭을 맡은 DJ로 구성되어 있다. 짐작할 수 있듯 록과 힙합을 뒤섞은 사운드다. 자세히 말한다면 무거우면서도 신나는 비트와 기타 반복구(riff) 위에서 보컬은 '정말 힙합처럼' 랩을 쏘아 붙인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인상적 멜로디를 가진 후렴구의 '노래'가 있다. 특히 "My Generation"이나 "Rollin'"같은 곡이 특히 그렇다. 공연장에서 헤드뱅잉(headbanging)이나 슬램 댄싱(slam dancing)을 하다가 노래를 따라부를 수도 있는 음악이다. 그게 인기의 비결인 듯하다. 치키치키거리는 스크래치 음이나 뿅뿅거리는 기타 음도 양념처럼 들어가서 시끄러워도 지루하지는 않다. 물론 75분이 넘는 앨범을 다 들으려는 것은 무리겠지만. 메시지는? "내가 fuck이라는 단어를 두 번만 더하면 마흔 여섯 번이 되지"("Hot Dog")라는 가사가 있을 정도로 '저속'하다. 그렇지만 "엿같은 세상. 엿같은 장소. 모든 사람이 엿같은 쌍판대기로 판단되는 세상"이라는 부분은 '반항적'이기도 하다. 그렇긴 해도 반항은 뚜렷한 대상을 가진 것은 아니며 그게 연발 타격으로 이어질 때는 순수한 재미를 낳는다. 국내에서 이런 음악을 하는 음악인이 서태지밖에 없을까. 아니다. 서태지의 백 밴드에 한 명을 영구 파견한 닥터코어 911의 음반도 한두달 전쯤 나왔다. 지난 25일에는 이화여자대학교 강당에서 서태지와 닥터코어 911을 포함해 하드코어 밴드들이 참여한 합동 공연이 열렸다. 한국에서도 하드코어가 인기 장르로 자리잡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서태지의 공헌'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 '10대의 맹목적 분노'가 폭발할 만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 <뉴스피플>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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