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Omara Portuondo, [Buena Vista Social Club Presents Omara Portuonda], 2000

오마라 뽀르뚜온도라는 긴 이름의 여가수는 올해 70줄에 접어드는 '쿠바 할머니'다. 지난 번에 방한 해서 두 차례 공연을 가졌고 이 지면을 통해서도 소개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의 일원이기도 하다. 쿠바의 다른 음악인들이 그렇듯 그녀도 특별히 핍박받은 것은 아니라도 대중음악의 국제무대에서 고립되어 살아왔다. 그녀에게는 쿠바의 고립이라는 현실과 연관된 또하나의 아픈 사연이 있다. 1960년대 초 이른바 '쿠바 미사일 위기'를 맞이하여 미국과 쿠바 사이에 일촉즉발의 상황이 초래되었을 때 언니인 하이디(Haydee)와 생이별을 하게 된 것이다. 마이애미의 호텔에서 함께 노래부르던 두 자매 중 오마라는 쿠바로 급거 귀국했던 반면 언니는 마이애미에 남기로 결심했던 일이다. 스페인계인 백인 어머니와 국가대표 야구선수인 흑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라는 사실도 '어떤 느낌'을 전달한다.

사설이 길었다. 이 음반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국제적 성공 이후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는 음반들이다. 아마도 루벤 곤잘레스, 이브라임 페레르에 이어 세 번째일 것이다. 음반의 주인공인 오마라 뽀르뚜온도는 "쿠바의 에디뜨 삐아프", "감정의 피앙세"라고 불린다. 앨범을 여는 트랙 "La Sitiera"를 들으면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과히라(guajira)라는 오래된 장르에 속하는 이 곡에서 단조의 전주가 끝난 뒤 나오는 처연한 노래는 원숙미를 넘어서 '고전미'를 발한다. 이 음반과 정반대의 곡이라면 세 번째인 "Donde Estabas Tu"이다. 여기서 70대의 할머니는  무도장의 아가씨가 된 듯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관능적으로 노래한다. 색서폰들의 협주와 스타카토로 통통거리는 카우벨 소리가 '지금은 파티중'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듯하다. 쿠바 음악의 수많은 장르들을 감별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나머지 트랙들에서 손(son), 볼레로(bolero), 맘보(mambo), 룸바(rumba) 등 다양한 스타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걸 모른다고 해도 큰 걱정은 없다. 피아노의 루벤 곤잘레스(Ruben Gonzalez), 기타의 콤파이 세군도(Compay Segundo)와 엘리아스 오초아(Elias Ochoa) 등 쿠바 음악의 거장들과 풀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받쳐주는 현악기 섹션이 만들어내는 고풍스러움은 오늘날 쿠바가 아니라면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운 소리다. 영화에서 이브라임 페레르와 함께 레코딩한 장면에서 듀엣으로 불렀던 "Silencio"가 없는 게 조금은 아쉽지만.

한 가지 궁금한 건 있다. 이제까지 수많은 쿠바 음악인들이 미국으로 망명해서 활동했지만 왜 유독 '부에나비스타 관련 인물들'만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일까. 혹시나 '오래된 신파가락'이라도 남한의 트로트는 천박하다고 멸시하고 북한의 "반갑습니다"와 "휘파람"은 '색다른 맛이 있네'라고 느끼는 변덕스러움과 비슷한 건 아닐까.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인물들은 다른 쿠바 음악인들과 더불어 오랫동안 변함없이 노래하고 연주해왔는데 말이다. 20010213

 

* <뉴스 피플>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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