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크럽을 통해 듣는 쿠바 음악의 여러 스타일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반이 발매된지 꽤 지났고. 내한 공연도 있었고, 도큐멘터리 영화도 3월 초에 개봉되므로 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쿠바 음악'의 다양한 면모에 대해 설명해 보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반의 부클렛에는 개별 곡들의 장르(혹은 스타일)가 친절하게 적혀 있으므로 초심자에게는 매우 편리하다. 그래봤자 장님 코끼리 만지기일지 모르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들어오는 처음 세 트랙을 장식하는 손(son)이라는 장르다. 현재 라틴 팝의 주류의 하나가 된 살사(salsa)와 유사하면서도 느낌은 많이 다르다. 똑같이 블루스에 속한다고 해도 머디 워터스의 블루스와 에릭 클랩튼의 블루스가 느낌이 많이 다르듯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손과 마르끄 안소니의 살사는 '다른' 음악으로 들린다. 뭐니뭐니해도 손은 1920년대부터 쿠바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악이었다. 영화를 본 사람은 루벤 곤잘레스가 언급한 고(故) 아르세니오 로드리게스(자막에는 '알세뇨'로 표기됨)는 이름을 들었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콩고로부터 흑인 노예로 쿠바에 건너온 선조의 후예인 아르세니오 로드리게스는 콩가(conga) 드럼을 많이 사용하는 등 아프로 쿠반(afro-cuban)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한 인물이다. 말하자면 손은 룸바나 살사라는 이름으로 쿠바 음악이 국제화되기 이전 시기의 '흑인'(정확한 용어는 아프로 꾸반) 냄새가 물씬 나는 음악인 셈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손도 그런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손 이전에 단존(danzon)이 있었다. 유럽의 대무(對舞)인 콘트라단자(contradanza)가 쿠바에 건너와 변형된 이 댄스음악은 보다 오래된 느낌을 준다. 이 음반에도 동명의 트랙인 "Buena Vista Social Club"과 "Pueblo Nuevo"가 단존에 속한다. 음반에는 본래의 단존이라기보다는 피아노 중심의 재즈 스타일로 편곡되어 있지만. 한편 "Guantanamera"라는 '세계적 민요'로 유명한 과히라(guajira)라는 장르도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이 되기 이전의 쿠바의 민속음악의 정서를 전달하는데 앨범에서는 엘리아즈 오초아(Elias Ochoa)가 마치 블루스를 듣는 듯한 느낌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꾸바 음악에 민속음악이나 댄스음악만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서정적이고 한맺힌 노래도 있는데 이는 볼레로(bolero)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영화에서 이브라힘 페레르와 오마라 뽀르뚜온도가 함께 불렀던 "Silencio"(이 음반에는 없고 이브라힘 페레르의 독집에 있다)처럼 느린 템포 위에서 가수의 절창이 폐부를 찌르는 노래다. 마리아 떼레사 베라(Maria Teresa Vera)라는 전설적 볼레로 뮤지션이 작곡한 "Veinte Anos"는 시대를 초월한 명곡에 속할 만하고 이 음반에는 '꾸바의 에디뜨 삐아프'라고 불리는 오마라 뽀르뚜온도의 목소리로 재해석되고 있다.

꾸바 음악이 '순수한 꾸바의 음악'인 것은 아니다. 스페인계의 백인과 아프리카계의 흑인의 비중이 거의 비슷한 나라이기 때문에 흑백 간의 문화적 혼종화(htbridization)이 두드러진 나라다. 앞서 언급한 손도 아프리카의 리듬과 스페인의 화성이 결합하지 않았다면 탄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점에서 꾸바의 대중음악은 미국의 대중음악이었던 재즈와 닮았다. 단지 닮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손과 재즈 사이에는 직접적 교류가 많았다. 20세기 중반까지 꾸바가 까리브해의 라스 베가스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아바나와 뉴올리언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자연스럽다. 재즈가 워킹 베이스의 4비트를 벗어나 보다 세련된 리듬으로 발전한 데에는 쿠바로부터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꾸바 음악 역시 재즈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쿠바인들은 그것을 influencia americana 혹은 그냥 americana 라고 불렀다. 음반 뒷 부분에 수록된 두 곡 "Amor de Loca Juventud Orgullecida Juventud", "Orgullecida"는 영향을 주고 받은 모습을 알 수 있다. 꾸바인들은 '미국 스타일의' 음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제 3국인이 듣기에는 꾸바와 미국의 느낌이 동시에 들어있는, 그러면서도 두 개의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음악으로 들린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꾸바 음악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꾸바 팝의 제왕인 로스 반 반(Los Van Van)이나 NG 라 반다(NG La Banda)같은 젊은 음악인의 음악이 아직 소개되지 않은 지금 더 이상의 소개는 시기상조일 듯하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은 꾸바에 '어떤 전통'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전통이 (이 음반의 프로듀서인) 라이 쿠더(Ry Cooder)의 말처럼 '강물이 흐르듯' 넘쳐흐르는 꾸바 음악의 입문 이상은 아니다. 물론 그 이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지만.

 

관련 사이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한국 공식 사이트

http://www.bvsc.co.kr

부에나 비스따 소셜 클럽 관련 음악인들의 상세한 정보를 모아놓은 웹페이지

http://www.afrocubaweb.com/Portuondo.htm

 

* 교보문고 웹진 [Pencil]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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