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R.E.M., [Murmur](I.R.S., 1983)  

음반 표지에는 미국 남부의 특산물(?)인 쿠주(kudzu)라는 이름의 포도넝쿨이 그려져 있다. 음반의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줄기를 뻗쳐서 주위의 환경을 뒤덮는 포도넝쿨처럼 이런 저런 스타일들을 '덮친다'. 그들은 스타일을 발전(develop)시킨다기보다는 포락(envelop)한다. 혹시 너바나와 펄 잼을 듣고 'R.E.M.이 얼터너티브 록의 원조'라는 소문을 듣고 이 앨범을 뒤늦게 구한 사람은 처음에는 실망할 지도 모른다. '분노를 머금은(angst-ridden)' 기타 사운드와 보컬은 없다. 록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이기에는 포크같은, 그것도 포크 '록'보다는 포크 '팝'에 가까운 이 음악이 얼터너티브 록의 원조? 조지아주 애씬스(Athenes) 출신의 이 밴드는 처음부터 이런 수수께끼를 가지고 등장했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는 아직도 완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첫 트랙 "Radio Free Europe"은 묘한 효과음 뒤에 드럼을 네 번 털썩거리면서 시작된다. 드라이빙감 넘치는 기타와 퍼커션이 엮어내는 업템포의 리듬은 '뉴웨이브'의 전형이다. 그렇지만 코러스 부분에 들어가면 기타는 아기자기하게 아르페지오 백킹을 전개하고, 아련한 백킹 보컬과 더불어 사운드는 희미하고 몽롱해진다. 업템포의 리듬과 싸이키델릭한 무드의 공존은 묘한 느낌을 준다. 그러다 보면 실망은 호기심으로 바뀐다. '징글쟁글'한 피터 벅의 기타는 능숙한 아르페지오로 백킹을 반복한다. 마이클 스타이프의 보컬은 무슨 의미인지 아무도 모를 가사로 시적 몽롱함을 만들어낸다. 마이크 밀스의 베이스 기타는 리듬보다는 멜로디를 연주한다. 매끄럽고 명징한 팝의 전성기에 나온 음반치고는 이들의 사운드는 불길하다는 느낌마저 줄 정도로 '앳모스피어릭'하다.

"Radio Free Europe"을 듣고 뉴웨이브의 리듬을, "Talk About Passion"을 듣고 포크 록의 리프를, 그리고 모든 곡에서 아메리칸 포크로부터 영향받은 팝 멜로디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지만 왠지 모르게 낯설고 외경스럽다. 팝을 전복하는 팝, 즉 안티팝(anti-pop)이라는 개념은 (영국의 스미스와 더불어) 이 앨범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Capapult"같이 명랑유쾌한 곡을 연주할 때도 마냥 즐겁지는 않고 "Perfect Circle"같이 피아노가 이끌어가는 아름다운 발라드를 들을 때도 센티멘털해지지는 않는다.

미국의 평론가들은 R.E.M.을 논할 때 "버즈(the Byrds)(혹은 러빙 스푼풀(Lovin' Spoonful))와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로부터 영향받았다"고 언급한다. 히피와 비트가 당대에 상극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것 사이에 평형을 유지하는 것'이 그들이 과거에는 '얼터너티브' 밴드였고 현재는 주류에서의 성공을 관리하면서 잘 버티고 있는 비결일지 모른다. R.E.M.의 수수께끼는 얄미울 정도로 계속된다. (20010509)

 

수록곡

 

1. Radio Free Europe*

2. Pilgrimage

3. Laughing

4. Talk About the Passion*

5. Moral Kiosk

6. Perfect Circle

7. Catapult

8. Sitting Still

9. 9-9

10. Shaking Through

11. We Walk

12. West of the Fields

 

관련 사이트

R.E.M. 공식 팬사이트

http://www.murmurs.com

 

* 웹진 [weiv]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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