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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 Review:

Various Artists, [Talvin Singh Presents... Anokha: Soundz of Asian Underground](Polygram, 1997)

'Talvin Singh Presents...'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타이틀 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탤빈 씽(Talvin Singh)이라는 이름과 함께 유명해진 클럽 아노카(Anokha)에 드나들던 인도계 영국인 뮤지션들의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탤빈 씽의 정규 데뷔 앨범보다 먼저 발표되었고, 탤빈 씽의 작품이 두 트랙을 장식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하고도 주목할 만한 음악들이 많이 수록되었다. 처음에 탤빈 씽의 음악을 접하고 '이런 유형의 뮤지션은 이 사람 혼자 뿐이겠지'라고 생각한 사람에게는 그게 착각임을 알려주면서.

탤빈 씽의 음악과 유사한 드럼&베이스 스타일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스테이트 오브 벵갈(State of Bengal))은 탤빈 씽에 비해서도 더욱 '순수한' 드럼&베이스 트랙이다), 전체적으로 앰비언트 혹은 칠 아웃)의 분위기도 강한 편이다. 몇몇 트랙에서는 뉴 에이지(혹은 명상음악) 풍의 사운드도 등장하는데, 특히 아마르(Amar)의 "Heavy Intro"의 경우 리듬과 비트는 거의 없고 그 대신 현악기가 많이 도입되고 있다(이 트랙의 주인공인 아마르는 탤빈 씽의 트랙 "Jaan"에도 목소리를 빌려주고 있다). 인도의 저명한 영화감독인 라만(A.R.Rahman)의 트랙은 실제로 <Mumbai>라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서, 인도산(産) 음악이라는 느낌이 명시적이다.

이런 차이는 아티스트에 따라 인도 악기를 도입하고 인도(에 뿌리를 둔) 음악과 혼성교배하는 정도와도 관련지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탤빈 씽의 트랙이 '스탠더드'로 존재하고, 그를 중심으로 한편에서는 드럼&베이스 스타일에 인도의 악기음만 슬쩍 묻힌 트랙들이, 다른 한편에는 악기 뿐만 아니라 음계와 형식 면에서 '양악(洋樂)'의 느낌을 찾기 힘든 트랙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런 점이 탤빈 씽의 본래의 기획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추측이 든다), 이로 인해 앨범은 전체적 일관성을 가지면서도 미세한 차이의 스펙트럼을 드러내고 있다.

회고적으로 본다면 이 음반은 1990년대 중반 LTJ 부켐(LTJ Bukem)이나 골디(Goldie)가 했던 것처럼 '드럼&베이스의 미래를 제시했다'는 일반적 의의보다는 인도의 음악적 유산을 일렉트로니카의 첨단 사운드와 성공적으로 교배했다는 특수한 의의를 갖는 것 같다. 이런 점을 차치한다고 해도, 이 음반에 수록된 트랙들은 당시의 드럼&베이스 씬 전체를 고려한다고 해도 수준급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아시안 언더그라운드'라는 용어가 하나의 음악 장르처럼 사용되면서 영국에서 '아시안', '아시아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섰다는 문화적 의의도 지적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 음반의 제작 및 음반에 수록된 혁신적 사운드가 한두 사람의 천재에 의해 주도된 것이 아니라 '집단'의 작업으로 수행되었다는 점이 중요한 상징작용을 갖는다. 실제로 탤빈 씽 외에도 이 음반에 참여한 음악인들은 독자적 성과를 계속 발표하고 있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는 마지막 트랙을 장식하고 있는 킹수크 비와스(Kingsuk Biwas)이다. 그는 베두인 어센트(Bedouin Ascent)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난해하다(obscure)'는 평을 듣는 '인텔리전트 댄스 음악(IDM)의 대표적 아티스트'가 되어 있다. 20010528

수록곡

1. Jaan - Talvin Singh

2. Flight IC408 - State Of Bengal

3. Kizmet - Lelonek

4. Shang High - Future Soundz Of India

5. Chitagong Chill - State Of Bengal

6. Mumbai Theme Tune - A.R. Rahman

7. Distant God - Talvin Singh / Leone

8. Heavy Intro - Amar

9. Equation - Equal I

10. Spiritual Masterkey - Osmani Soundz

11. Accepting Trankuility - Milky Bar Kid

12. K-Ascendant - Kingsuk Bisw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