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Tool, [Lateralus], Volcano/BMG, 2001

  

  

동시대 백인 남자애들을 위한 '클래식 록' 혹은 '프로그레시브 메탈'

한국의 록 팬들이 툴을 어떤 범주로 분류하는지는 몰라도(하드코어? 얼터? 메탈?) 이들의 활동의 중심지에서는 '프로그 메탈(prog-metal)'이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는 뜻이라면, 대략 메탈에 기반을 두고 '프로그레시브'한 구성을 가진 음악을 전개한다는 뜻일 것이다. 밴드의 세 번째 정규 앨범으로는 [Lateralus]는 이런 정의에 가장 부합해 보인다.

'프로그레시브'와 '메탈'의 두 성분 가운데 메탈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물론 상업적 헤비 메탈과는 달리 어둡고 내향적이고 분노에 가득차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요즘은 무거운 사운드들은 대부분 어둡기 때문에 특별히 강조할 말도 아닐 것 같다. '원초적'이면서 정밀하게 계산된 드러밍과 베이스 라인이 속도감 있으면서도 둔중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마치 쇠몽둥이로 두들겨패대는 사운드는 80분의 재생 시간 동안 단속적으로 전개된다. 사족 격이지만 앨범에는 모두 13트랙이 수록되어 있지만 10개 트랙으로 들린다. 짧은 길이의 두 트랙("Eon Blue Apocalypse"와 "Mantra")은 간주나 전주로 들리고, 6번 "Parabol"과 7번 "Parabola"는 2부 구성을 취한 한 곡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툴의 음악은 종종 같은 범주로 묶이는 밴드들과도 다르다. 콘과 림프 비즈킷 등의 음악이 마구 때려부수는 것 같다가도 유심히 들어보면 팝적 코러스, 이른바 훅(hook)을 가지고 있지만 툴은 이런 구성과도 거리를 둔다. 한 곡 내에서 무드와 템포(때로는 조성)도 변화가 많아서 각 트랙은 '노래(song)'라기보다는 '작품(opus)'이라고 부를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변박과 엇박을 자연스럽게 구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첫 싱글로 발표된 "Schism"은 같은 곡은 5/4로 진행되다가 종반부에 가면 그런 패턴조차도 허물어진다. 4/4박자의 전형적 리듬 패턴은 일곱 번째 트랙인 "Parabola"에 가서야 처음 나온다. 두 특징 가운데 전자는 제인스 어딕션(Jane's Addiction), 후자는 사운드가든(Soundgarden)에 빠져들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매혹시킬 만한 요소들이다.

만약 '프로그레시브'라는 수식어를 사용한다면 이렇듯 관습적 록과는 상이한, '급격한 이행'이라는 특징 때문일 것이다. 한 곡의 길이가 매우 길다든가, 악기의 솔로 연주가 많다는 점은 이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보컬 스타일도 "Ticks and Leeches"의 초반부처럼 극도로 그르릉거리는 것부터, 최면에 걸린 듯 중얼거리는 것까지 편차가 크고, 기타 연주도 구불구불한 리프로 이끌어 가다가 전기 드릴이 작동하는 듯한 굉음을 내면서 '습격'을 가하는 등 다채로운 연주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다채로움'은 과시적이기는 하지만 '애크로배틱'하다거나 '재주부리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앨범은 '록 음악'을 듣는 사람들 내부에서도 '듣는 사람은 열심히 듣고 안 들을 사람은 관심조차 안 보일' 음반이다. 열심히 들을 사람들은 이 따위 리뷰로는 택도 없고 개별 곡의 구성, 악기들의 주법(예를 들어 기타와 드럼의 튜닝 및 토닝), 사운드 프로듀싱 방법, 가사의 의미와 메시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할 것이다. 물론 '이전 앨범과의 비교'도 필수일 것이다. 반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사람은 '백인 청년의 분노를 담은 강력하고 무겁고 거칠고 공격적인 사운드'에는 이제 그닥 관심이 가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마초이즘'이라든가 '백인 우월주의'를 꺼내는 일은 오버겠지만. 어쨌든 세세하게 분석하지 않더라도 '잘 만든 음반'인 것은 분명하고 '상업적 고려'가 쉽게 드러나는 다른 밴드의 음반과도 차별적이다. 그 의미는 현 시점의 미국 백인 청년 세대가 '자기들 세대의 클래식 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도 유추해 볼 수 있다. 20010614

P. S.
글을 마치려고 보니 이런 곡들을 커버(한국어로 '카피')하면서 고생깨나 할 '제 3세계'의 젊은이들의 승산없는 노력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조건도 환경도 열악하니 '운명이려니....'하는 수밖에 더 있겠나. 듣기만 할 사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수록곡

1. The Grudge
2. Eon Blue Apocalypse
3. The Patient
4. Mantra
5. Schism

6. Parabol
7. Parabola
8. Ticks and Leeches
9. Lateralus
10. Disposition
11. Reflection
12. Triad
13. Fa Aip de Oiad
 
관련 사이트
툴 공식 웹페이지
http://www.toolband.com

기타 툴 웹페이지
http://untool.net
http://toolshed.down.net

* 웹진 [weiv]에 게재됨.

  

Cover Image

콘과 림프 비즈킷 등의 음악이 마구 때려부수는 것 같다가도 유심히 들어보면 팝적 코러스, 이른바 훅(hook)을 가지고 있지만 툴은 이런 구성과도 거리를 둔다. 한 곡 내에서 무드와 템포(때로는 조성)도 변화가 많아서 각 트랙은 '노래(song)'라기보다는 '작품(opus)'이라고 부를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세세하게 분석하지 않더라도 '잘 만든 음반'인 것은 분명하고 '상업적 고려'가 쉽게 드러나는 다른 밴드의 음반과도 차별적이다. 그 의미는 현 시점의 미국 백인 청년 세대가 '자기들 세대의 클래식 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앞화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