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Glen Phillips, [Abulum], Brick Red, 2001

서던 캘리포니아로부터의 감정의 고해성사

글렌 필립스(Glen Phillips)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한국의 모던 록 팬들이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는 남 캘리포니아 출신의 토우드 더 웻 스프라킷(Toad the Wet Sprocket)이라는 밴드 출신이다. 포크 록 스타일의 '얼터너티브 밴드'로 홍보되면서 한국에서도 소니 레이블을 통해 펄 잼의 [Ten], 소울 어사일럼의 [Grave Dancer's Union] 등과 비슷한 시기에 이들의 음반 [Fear]가 라이센스로 출시된 적이 있다. 14살 때부터 레코딩을 시작하여 데뷔 음반을 냈을 때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그도 이제는 서른줄에 가까워졌고, 그 사이에 밴드는 해체되었다. 따라서 이 앨범은 '밴드 해체 뒤의 솔로 데뷔 음반'인 셈이다.

밴드 출신 음악인의 솔로 데뷔 음반은 대체로 '개인적이고 내향적(personal and introspective)'이라는 특징을 갖는데, 이 음반도 예외는 아니다. 만약 토우드의 후기작들을 듣고 '다소 매끄럽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 앨범에 더욱 만족할 것이다. 밴드 시절의 보컬 하모니와 다층의 사운드는 사라지고 소박한 사운드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른바 '감정적 나체주의(emotional nudism)'라는 솔로 싱어송라이터의 전통의 일반적 특징도 공유하고 있다. 좁은 방 안에서 의자에 앉아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다. 존 레논의 [Plastic Ono Band](1970)나 레오너드 코헨의 [Songs from a Room](1975)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분위기를 짐작할 것이다.

앨범은 월츠풍의 세박자 위에서 경쾌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애조띤 노래 "Careless"로 막을 연다. 이어  세 번째 트랙 "My Own Back Feet"과 다섯 번째 트랙 "My Own Town"에 이르면 템포가 점차 느려지면서 아련한 슬픔을 던진다. 오르간 소리의 볼륨이 커질 때는 '교회 분위기'까지 느껴지면서, '닉 케이브의 목소리가 조금만 청아했다면 이럴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가수는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속내를 털어놓는다. 물론 수다스러운 것이 아니라 차분한 톤이다. 건반과 현악기 등이 삽입되면서 슬픈 분위기는 더욱 깊어진다. 마지막 세 개의 트랙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이다. 특히 III도 화성(예를 들어 C 장조이면 E)을 잘 사용한 코드 진행이 슬픈 분위기의 조성에 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잘못 사용하면 촌스러워지는 화음이지만.

몇 트랙만을 골라서 먼저 설명한 이유는 나머지 트랙들이 비교적 평이한 기타팝 넘버들이기 때문이다. 음반의 주인공이 '인디 밴드 출신'을 확인시켜주는 인디 록 스타일의 기타 사운드가 들어있지만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다. 징글쟁글한 기타가 들어 있는 "Men Just Leave"와 프로그래밍된 전자 리듬이 전개된 "It Takes Time"가 상대적으로 특이하지만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다. "Drive By"같은 곡은 미국인들의 취향에 맞을 것 같지만 그것도 추측일 뿐이다.

그렇지만 가사를 함께 들으면 평이하지만은 않다. "Drive By"는 아버지가 이웃과의 불화 끝에 그 집에서 키우는 개를 총으로 쏴죽이는 에피소드를, "우리는 춤추고 불을 지르고 / 빌딩에 꼬리표를 붙이고 타이어를 베어냈다"는 가사를 담은 "Fred Meyers"는 가상의 상황을 아이러니를 담아 표현하고 있다. 가장의 책임(혹은 무책임)을 노래한 "Men Just Leave", 죽은 아버지에 대한 쓰라린 추모를 담은 "Darkest Hour"도 그의 작사 실력이 비범함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 해석은 음악을 들은 뒤 가사를 읽고 난 다음에 든 생각이다. 음악을 들을 때는 그런 느낌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디 록은 미국 중간계급(=중산층)의 민속 예술(folk art)"이라는 어떤 음악인의 말을 '미국 중간계급의 삶을 실제로 살지 않는다면 인디 록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이해하게 된다.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반쯤 포기하고 창조적 오해나 할 수 있으면 다행일 듯하다. 20010705

수록곡
 
1. Careless
2. Men Just Leave
3.
Back on My Feet
4. Fred Meyers
5. My Own Town
6. It Takes Time
7.
Drive By
8. Darkest Hour
9. Professional Victim
10. Train Wreck
11. Maya
12. Sleep of the Blessed

관련 사이트

글렌 필립스 사이트
http://kornfeld.kellogg.nwu.edu/toad/glen/

 

* 웹진 [weiv]에 게재됨.

 

  

Cover Image

 

밴드 출신 음악인의 솔로 데뷔 음반은 대체로 '개인적이고 내향적(personal and introspective)'이라는 특징을 갖는데, 이 음반도 예외는 아니다. 만약 토우드의 후기작들을 듣고 '다소 매끄럽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 앨범에 더욱 만족할 것이다. 밴드 시절의 보컬 하모니와 다층의 사운드는 사라지고 소박한 사운드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른바 '감정적 나체주의(emotional nudism)'라는 솔로 싱어송라이터의 전통의 일반적 특징도 공유하고 있다. 좁은 방 안에서 의자에 앉아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다. 존 레논의 [Plastic Ono Band](1970)나 레오너드 코헨의 [Songs from a Room](1975)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분위기를 짐작할 것이다.

이런 해석은 음악을 들은 뒤 가사를 읽고 난 다음에 든 생각이다. 음악을 들을 때는 그런 느낌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디 록은 미국 중간계급(=중산층)의 민속 예술(folk art)"이라는 어떤 음악인의 말을 '미국 중간계급의 삶을 실제로 살지 않는다면 인디 록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이해하게 된다.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반쯤 포기하고 창조적 오해나 할 수 있으면 다행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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