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La Buena Vida, [Gran Panorama], Siesta, 1999 (국내배급 Ales Music, 2001)

'스페인 출신의 베테랑 인디 밴드'라고 이들을 소개하려다가 문득 '스페인'이라는 지역성(locality)이 인디(indie)라는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건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라틴 문화'의 원류에 해당되는 곳이고, 라틴 문화가 '뜨거움'을 상징한다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밴드 이름은 이들의 음악이 라틴계 특유의 '낙관주의'를 표현할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낮잠'이라는 뜻의 레이블 이름도 이런 예상을 역전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음악은 선입견들과는 정반대로 시종일관 나른하고 '밋밋'하다. 혹시라도 퍼커션이 넘실대는 라틴 음악 특유의 폴리리듬이나 혀를 또르르 굴리는 열창을 기대했다면 번짓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것이다.  드럼과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평이한' 리듬 위에서 나긋나긋하게 읆조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올 뿐이다. 그때 쯤이면 '시에스타'의 의미를 재고하게 된다. 물론 "게으름의 열정보다 더 강렬한 열정은 없다"는 이 레이블의 공식 문구에 동의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아무래도 '음악 장르가 뭐냐?'고 물어볼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그렇지만 '기타 팝(guitarpop)', '챔버 팝(혹은 오케스트럴 팝)', '신스 팝'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음악 스타일을 짐작할 사람에게도 이들의 음악을 간명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어쿠스틱 기타가 스트러밍을 계속하고 전기 기타음도 단순한 반주 이상으로 삽입되어 있지만, 관악기와 현악기의 오케스트라의 비중이 높으며, 몇몇 트랙에서는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전자효과음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ormenta en la Manana de la Vida(인생의 아침에 지나가는 폭풍우)"는  어쿠스틱 기타와 오르간으로 시작해서 드럼이 가세하고 2절의 노래가 끝난 뒤에는 관현악이 등장한다. 이란쭈 발렌시아(Irantzu Valencia)와 미껠 아기레(Mikel Aguirre)의 혼성 듀엣은 실연의 아픔을 처절하게  표현하고, '경음악'풍의 촌스러운 관현악 음색은 역설적으로 처절함을 증폭시킨다. "Bodas de Plata" 등에서는 단조의 오케스트라가 두드러지고, "Despedida(이별)"에서는 전자 효과음이 귓전에 맴돈다. 이런 곡들을 듣다 보면 발렌시아의 목소리에서 제인 버킨(Jane Birkin)이나 아스뜨루드 질베르뚜(Astrud Gilberto)를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거칠게 요약한다면 부에나 비다의 음악은 스페인의 음악적 전통보다는 영미의 팝과 록의 영향을 받고 '프렌치'와 '브라질'의 감성을 더한 독특한 스타일의 음악인 셈이다. 그렇지만 영미 팝의 국지적 변종이라든가 어설픈 모방이라는 평가는 너끈히 넘어선다. '글로벌 시대'에 이런 음악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미국이나 영국이 아닌 나라들에서 비슷한 유형의 음악을 발견할 수 있다. 스웨든의 카디건스(the Cardigans)처럼 국제적 밴드를 제외하더라도 일본의 피치카토 파이브(Pizzicato Five)와 코넬리우스(Cornelius), 프랑스의 타히티 80(Tahiti 80), 브라질의 파토 푸(Pato Fu) 등이 그들이다. 실제로 시에스타 레이블은 일본의 트라토리아(Trattoria), 영국의 엘(El), 미국의 민트 프레쉬(Mint Fresh) 등과 느슨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각 레이블에서 발매한 음반의 국외 라이센스 배급을 서로 맡아준다는 뜻이다. .

이들은 이미 한국의 '모던 록 매니아'의 더듬이에 포착된 상태다. 그렇지만 '수용'을 넘어서는 '생산'은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인디족(族)의 국제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게 어떤 문화적 의미를 갖는가도 모호하다. 추측한다면 그건 '느림'과 '게으름'을 새로운 열정의 원천으로 삼아 살아가는 족들의 커뮤니티 쯤 될 텐데, '바쁘게' 살아가는 데 길들여진 한국인들 가운데 여기에 '동참'할 사람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다. 뭐 그게 꼭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20010724

* [씨네 21]에 게재됨.

 

 

수록곡

 

1. Melodrama (멜로드라마)
2. Arroz amargo (슬픈 요리)
3.
Tormenta en la ma ana de la vida (인생의 아침에 지나가는 폭풍우)
4. El largo adios (기나긴 이별)
5. Odessa (Instrumental) (오뎃사)
6. Despedida (이별)
7. Surquemos el cielo entero (저 하늘을 깨끗하게 헤쳐보자)
8.
Bodas de plata (은혼식)
9. Aquella noche de Sabado (Instrumental) (그 토요일의 밤)
10. Guillermine (기예르미네)
11. Mi punto de vista (Instrumental) (내 생각에는)
12. Metronome (메트로놈)
13. Tode se tambalea (Hidden Track) (모든 것이 비틀거리네)
Bonus CD
1. Siracusa
(시실리인)
2. Mil vientanas abiertas (열린 천 개의 창문)
3. Otra vez tu (다시 또 너를)
4. Old man ("Love" in [Forever Changes]) (노인)

 

  

 

 

이들의 음악은 선입견들과는 정반대로 시종일관 나른하고 '밋밋'하다. 혹시라도 퍼커션이 넘실대는 라틴 음악 특유의 폴리리듬이나 혀를 또르르 굴리는 열창을 기대했다면 번짓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것이다.  드럼과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평이한' 리듬 위에서 나긋나긋하게 읆조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올 뿐이다. 그때 쯤이면 '시에스타'의 의미를 재고하게 된다.

 

거칠게 요약한다면 부에나 비다의 음악은 스페인의 음악적 전통보다는 영미의 팝과 록의 영향을 받고 '프렌치'와 '브라질'의 감성을 더한 독특한 스타일의 음악인 셈이다. 그렇지만 영미 팝의 국지적 변종이라든가 어설픈 모방이라는 평가는 너끈히 넘어선다. '글로벌 시대'에 이런 음악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미국이나 영국이 아닌 나라들에서 비슷한 유형의 음악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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