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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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발랄해진 고독가들의 예쁜 소품 시카고 출신으로 워싱튼 D.C.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디 밴드 에이든(Aden)의 세 번째 앨범이다. 밴드를 이끈 제프 그램(Jeff Gramm)이 절반은 한국계('한국인'이라고 쓰면 너무 오해가 많을 듯하다)라든가, 밴드가 어떻게 결성되었는가, 제프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가를 설명하는 일은 다른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사실 특별할 것은 없다. 여느 인디 밴드들처럼 '대학교를 다니다가 비슷한 음악을 듣는 친구들을 만나 밴드를 결성하게 되고 대학가 근처의 클럽에서 연주하다가 인디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매하게 되고...어쩌구'하는 스토리는 이제 공식이 되었으니까. 이는 연주하는 음악도 마찬가지다. '슬픔', '고독' 등의 단어는 인디 팝의 하나의 코드가 된 지 오래고 이들 역시 그렇게 분류되는 운명에 처하는 것 같다. 요 라 텡고(Yo La Tengo)에서 실험성을 제거하고 노래 구조를 더 명확하게 하든가 씨임(Seam)에서 강렬함을 완화하고 멜로디 라인을 부드럽게 하면 에이든의 음악이 될 것 같다. 물론 음표 하나 하나를 톡톡 끊어치고, 한 곡의 연주시간이 3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추가될 것이다. 이는 앞의 두 앨범 [Aden](1997), [Black Cow](1999) 특히 "Snowy Sidewalk"([Aden] 수록)나 "Sadness"([Black Cow] 수록)을 들으면 쉽게 느낄 수 있는 점이다. 또한 "Sadness"가 그리 유명하다고 볼 수는 없는 인디 밴드 툴루즈(Toulouse)의 커버라는 사실에서도 이들의 정서적 및 윤리적 지향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가 에이든을 '인디과(科) 트위속(屬)'으로 분류해버리고 끝내려는 말로 들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미국 음악'과 '영국 음악'을 기어이 구분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면 '미국 인디 밴드이면서도 영국적인 팝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의 범주로 분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음악은 이제는 질릴 만도 한 '숫기없는 남자아이의 칭얼거림'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게다가 "Gulf Coast League"나 "Some Odd Belief"처럼 '슬픔의 코드'에 맞춘 곡들도 있지만(팬 서비스?) 무언가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도 역력하다. 처음 두 트랙을 지나서 세 번째 트랙에 들어서면서부터 '로킹(rocking)'한 에이든의 면모를 들을 수 있고 다섯 번째 트랙에서 잠시 숨을 고르지만 "(Rock Me Now) Rokulator"에서는 기타 솔로와 더불어 꽤 '터프'한 면모도 보여준다. 기타 솔로는 틴비트 레이블의 '사장님'인 앤디 크레이튼(Andy Creighton)의 솜씨인데, 그가 거쳤던 밴드를 뒤져보는 일도 흥미롭다. 뉴질랜드 밴드 나이스(Nice)의 커버곡 "Dear John"에서는 슬라이드 기타와 키보드까지 동원되어 '노이지'한 면까지 보여준다. "Dull Reactor"와 "Brief Summer Rain"는 이들이 기본적으로 짧은 곡을 쓰는 노랫군(songster/songsmith)임에도 불구하고 '(포스트)록 실험주의'에도 지속적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의사소통의 편의를 위한 어법을 빌자면, 전자는 토오터스(Tortoise)를, 후자는 가스트르 델 솔(Gastre del Sol)을 각각 연상시킨다. 이런 다양한 스타일의 추구가 앨범의 일관성을 해치지는 않는다. 그건 아마도 두 대의 기타와 베이스의 톤에 미세한 변이를 가하면서도 일관성을 부여하는 프로듀싱 덕택으로 보인다. 이런 사소한 변화에 대해서, 자기 몸 하나 가누지 못해 비척거리는 1990년대 미국의 '얼터너티브'한 청년 세대의 정체성에 무언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해석하는 것은 분명 과대망상일 것이다. 아무튼 '세장의 앨범을 발표했다'는 것은 음악 활동이 이제 더 이상 취미생활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프로페셔널 인디'라는 모순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 주목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고한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 이상이 필요할 것이므로. 20010918 사족
수록곡
* 웹진 [weiv]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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