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Splin, [Kadr 25], Sony(Russia), 2001
국제적 수준의 '로컬' 록 앨범의 불투명한 장래

뻬쩨르부르그는 한때 '러시안 언더그라운드 록의 산실'이었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지는 못하다. '역전의 용사'들은 계속 음반 발매와 공연 투어를 하고 있지만 이들의 대를 이을 만한 거물급 신인 밴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러시아 각지 출신의 신진 밴드들은 이제 더 이상 '레닌그라드 록 클럽'을 찾지 않으며 음악 비즈니스의 센터가 된 모스끄바를 찾고 있다. 지금 소개하는 스쁠린은 떼낄라재즈(Tequilajazzz)와 더불어 쇠락해 가는 뻬쩨르부르그 록의 명맥을 잇는 존재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또한 뻬쩨르부르그의 땀땀(Tamtam) 클럽에서 경력을 시작하여 전국적 밴드가 된 케이스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 클럽이 아끄바리움의 전 멤버 세바 가껠(Seva Gakkel) 등에 의해 설립된 러시아 최초의 '민간' 록 클럽이라는 사실, 세바 가껠이 보리스 그레벤쉬꼬프의 '셀링 아웃'에 격렬하게 반대한 인물이라는 점은 이제는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스쁠린은 알렉산드르 바실리예프(Aleksandr Vasilev: 보컬, 기타, 프로그래밍), 니꼴라이 르이소프(Nikolai Lyisov: 드럼), 알렉산드르 모로조프(Aleksandr Morozov: 베이스), 스타스 베레조프스끼(Stas Berezovskii: 기타), 니꼴라이 로스토프스끼(Nikolai Rostovskii: 키보드)로 이루어진 5인조 밴드다. 이런 정보는 러시아에 살고 있는 이들의 팬이 아니라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이 음반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러시아의 록 밴드로서는 이례적으로 소니에서 발매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러시아', 즉 다국적 음반회사인 소니의 러시아 현지법인(간단히 말해서 '직배사')이 이 음반의 제작사이다. 이런 현상만을 두고 다국적 음반회사의 '현재화' 전략이 본격화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겠지만, 다국적 음반회사에서 선호하는 음악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가치는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음반을 듣고 있으면 스쁠린이 '수준 급의 밴드'라는 것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면서 보컬을 맡은 바실리예프의 비음 섞인 목소리는 '1990년대 청년 세대의 목소리'의 기준에 잘 맞으며, 다른 악기 연주자들의 연주력도 국제적 수준에 부합한다.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분노를 머금은 기타 록(angst-laden guitar rock)'이다. 이런 곡들에서 기타와 보컬은 제때 터져 주고 드럼과 베이스도 이를 잘 받쳐준다. 물론 "Moe Serstse(나의 마음)"와 "Tebe Eto Sintsya(네게 꿈꾸는 거야)" 등은 비교적 명랑한 편이고, 뒤에 배치된 "Poi Mne Eshe(내게 한번 더 노래해 줘)"는 어쿠스틱한 면과 일렉트릭한 면이 교차하는 사운드고 "Leningrad-Amsterdam(레닌그라드-암스테르담)"은 본격적으로 어쿠스틱한 발라드다. 중간에 배치된 "Fellini(펠리니)"는 프로그래밍된 전자음향으로 이루어진 특징적인 곡이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영미의 당대의 사운드의 규준'에 부합한다. 문제는 변방의 뮤지션들은 이렇게 음악을 '잘' 할수록 국제 시장에서는 '아류'라는 혐의를 받는다는 역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들처럼 영미의 트렌드를 추종한다는 혐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 "Zvezda Rok-n-rolla(로큰롤 영웅)", "Tebe Eto Sintsya'", "Plastmassovaya Zhizn'(플라스틱 인생)"에 나오는 플루트의 영묘한 소리를 들으면서 '억지로' 러시아적 필을 느끼려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이 음반이 국내에서의 대중성과 국제적 감성 사이의 모순에 희생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누리기에는 너무 어렵고 해외로 진출하기에는 여러 장벽이 있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평가를 말한다. 20011130

* 박일경 nikcuf@hanmal.net 의 도움으로 씀.

수록곡
1. Liniya Zhizni(Life Line)
2. Zvezda Rok-n-rolla(Rock'n'roll Star) 
3. Vsego Khoroshego(Farewell)
4. Moe Serstse(My Heart)
5. Riki-Tiki-Tavi(Riki-Tiki-Tavi)
6. SOS!
7. Fellini(Fellini)
8. Ostaemsya Zimovat'(Staying in Winter)
9. Tebe Eto Sintsya(This is Dreaming to You)
10. Sovsem Drugoi(Totally Different)
11. Plastmassovaya Zhizn'(Plastic Life)
12. Poi Mne Eshe(Sing to Me One More)
13. Leningrad-Amsterdam(Leningrad-Amsterdam)
14. Fine

관련 글
그 곳에도 '록의 시대'가 있었네(7): 글로벌 시대의 로컬 록을 향하여

관련 사이트
Splin 공식 사이트 (러시아어)
http://www.splean.ru
Splin 팬 사이트 (러시아어)
http://www.is.svitonline.com
Splin, [25 Kadr] 전곡 mp3 다운로드 사이트
http://txt.zvuki.ru/M/P/15328

* 웹진 [weiv]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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