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Bevinda, [Fatum]
  • Faye Wong [Only Love Strangers]    

두 음반의 주인공은 대중음악의 '종주국'인 영미권이 아닌 지역에서 나온 여가수들이다. 베빈다는 '파도(Fado)의 새로운 여왕'이고, 페이 웡은 '칸토팝(Canto pop)의 새로운 여왕'이다. 파도는 포르투갈의 (과거의) 민속음악이자 (현재의) 대중음악이고, 칸토팝이란 홍콩의 대중음악을 총칭한다. 낯선 언어로 노래부른다는 점이 다소 거슬릴 지 몰라도, 워낙 노래를 잘해서 음악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그렇지만 두 가수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사뭇 다르다. 단순한 대비 몇 가지를 해보자. 베빈다의 창법이 절절한 반면 페이 웡의 창법은 절제되어 있다. 베빈다가 열창(熱唱)이라면, 페이 웡은 냉창(冷唱)이다(물론 이건 '말장난'이다). 베빈다가 고전적 비극에 나오는 감정과민한 여주인공같다면, 페이 웡은 현대 영화에 나오는 무감정한 여주인공같다.

창법에만 주목하는 건 좋은 감상법은 아니므로 사운드 전체를 느껴보자. 베빈다의 음반에는 파도의 전통 악기인 '기타라'(기타)는 물론이고, 플루트, 아코디언,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의 악기들이 등장하고, 음악 스타일도 '정통 파도'라기 보다는 여타 음악 장르들과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있다(그래서 정통 파도보다 사운드의 질감이 '매끄러운' 편이다). 포르투갈 태생이지만 프랑스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그녀의 경력은 '포르투갈적'이면서도 '범유럽적'인 음악의 느낌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위에 열거한 악기들 대부분도 '유럽인'의 애상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악기들이다. 모 PCS폰 회사의 CF에 등장하기도 하는 "Ter Outra Vez 20 Anos(다시 20살이 된다면)" 이나 모방송국 드라마의 주제가로 등장하는 "O Jardim(정원에서)"가 특히 그렇다. 보사노바, 삼바, 플라멩코 등 라틴 계열의 리듬이 부각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왁자한 분위기가 아니라 애상을 거들어주는 '나른한' 흥겨움이다. 베빈다의 노래는 '대양'이나 '대지'를 떠올리게 한다.

페이 웡의 음악에는 '민족적' 요소가 없다. 그녀는 중국 여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주현미'가 떠오르지 않는 유일한 인물일 것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신시사이저 중심의 악기구성은 '보편적'이며, 악곡 구조나 음악 형식도 팝 음악의 다양한 스타일들을 큰 여과없이 수용하고 있다.

가사가 잘 안 들리게 볼륨을 낮추고 들으면 마치 아일랜드나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팝 음악을 듣는 느낌을 받게 된다. 붕 떠있는 듯한 사운드, '대지'보다는 '천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가 베이징 출신이면서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홍콩이 문화적 정체성이 모호한 곳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게다가 그녀가 출연했던 [중경삼림]의 불연속적인 이미지의 나열을 떠올리면 이런 느낌은 배가된다. 묵직한 전기 기타와 장중한 오케스트라, 그리고 효과음을 덧입힌 보컬이 어우러진 첫 트랙 "開到茶(겨우살이풀이 되어)"이나 록 스타일의 기타와 테크노 음향이 결합된 마지막 트랙 "精彩(Fantastic)"은 '가사만 영어라면' 국제적 팝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 없어 보인다.

도식적인 비교에 너무 골몰했던 듯하다. 두 음반 모두 '한국 가요도, 영미 팝도 들을 것 없네'라는 마음이 들 때 유용하다. 단, 그때 느껴지는 '이국적' 감정이 '편안하다'는 건 참 역설적이다. 19991022

* [뉴스 피플]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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