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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 철학의 이해

 

1. 흄 철학의 목적

흄은 자연과학에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던 실험적 방법이 인간의 연구에도 역시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따라서 "인간학은 다른 학문을 위한 유일하게 견고한 토대이므로, 우리가 이 학문 자체에 줄 수 있는 유일하고 견고한 토대는 경험과 관찰 위에 놓여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인성론'에서 인간 본성의 학문이 두가지 방식('쉽고 명백'한 것과 '정밀하고 난해'한 것)으로 나뉜다고 말한다. 그런데 추상적이고 난해한 형이상학적 사색은 어느 곳으로도 인도하지 못하므로, 우리는 학문을 난해한 물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인간 본성을 정확히 분석함으로써 오성이 그런 문제에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 인상과 관념

그는 우선 로크와는 달리, 인간 마음의 대상은 지각(perceptions)이며, 이것이 다시 인상(impression)과 관념(idea)으로 나뉜다고 주장한다. 그가 인상과 관념의 구별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생생함>인데, 이것은 다시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① 인상은 보통 뚜렷하고 생생한 지각(가령 감각적 지각)이며, 관념은 일단 마음 속에 들어온 인상이 사유나 추리, 기억 등에 의해 다시 나타날 때 생기는 희미한 것이다.

② 인상은 그것을 모방하는 어떤 관념보다도 원초적이며 시간적으로 선행한다. 이렇게 보아을 때 인상과 관념의 근본적인 질적 차이는 없다.

③ 인상은 마음에 주어지는 것이며, 그것을 지각하는 사람이 완전히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념은 공상적일 수 있다. 흄은 공상적인 관념을 설명하기 위해 단순지각과 복합지각을 구별한다.

이처럼 우리의 지각(마음의 대상)은 인상이거나 관념인데, 모든 관념은 인상이 있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생긴 것이다. 따라서 흄은 인상이 먼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사유나 정신활동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경험주의적 인식론을 제시한다.

3. 관념의 관계(relation of idea)와 사실(matter of fact)

'연구'에서 흄은 인간에 대한 연구의 모든 대상이 두 종류, 즉 관념의 관계(가령 수학)와 사실로 나뉜다고 주장한다. 이 중 수학적 명제의 진리는 존재에 대한 물음과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 즉 그것은 경험적 가설이 아니라 형식적 명제이다. 반면 사실에 있어서의 모든 추리는 인과적 추론인데, 이것은 확실한 지식일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의 지식에서 인과적 추리의 역할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인과관계의 본성과 우리가 인과적 추리에 의해 감각들의 직접적 증거를 넘어서서 나아가는 근거를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 흄의 생각이다.

4. 흄의 인과론

인과관계의 조건 : 근접성(contiguity)과 계기성(succession), 그리고 필연적 연관성(necessary connection)

흄은 인과의 관념도 대상들 간의 관계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성론'에서 인과 관계에 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에 시간적으로 선행하고 시간 공간적으로 근접해 있을 때, 그리고 전자의 대상과 유사한 대상들이 후자의대상과 유사한 대상들과 시간적으로 선행하며 시공간적으로 근접 관계에 놓여 있을 때, 그 전자의 대상을 원인이라 한다."

"한 대상에 대한 관념이 생기면 자연적으로 다른 대상에 대한 관념도 생기며, 한 대상에 대한 인상이 생길 경우 자동적으로 다른 대상에 대한 더 생생한 관념도 생기게 되는 식으로, 마음 속에서 결합되는 두 개의 대상 중 시공간적으로 근접되어 있으면서 시간적으로 선행하는 대상을 원인이라 한다."

여기서 공간적으로 두 대상이 근접되어 있다는 말은 두 대상 사이에 아무런 공간적 틈이 없음을 뜻한다. 그런데 두 대상 간에 공간적 틈이 없다는 말은 또한 무슨 뜻일까? 불행히도 흄은 '공간적 틈이 없다'는 말의 뜻을 더 이상 밝히고 있지 않으며, 이 대문에 근접성의 조건도 큰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흄은 근접성과 계기성만을 가지고는 인과관계가 충분히 해명되지 않음을 알고, 더 중요한 조건인 필연적 연관성을 제시한다. 그는 우선 필연적 연관성의 관념이 어떤 인상에서 유래되었는가를 조사했으나, 어디에서도 필연적 연관성의 관념과 대응될 만한 인상을 찾지 못한다. 그래서 직접적인 해답을 구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음의 질문들을 먼저 고찰한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필연적으로 원인을 가진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특정한 원인이 특정의 결과를 필연적으로 낳는다고 생각하는가? 원인에서 결과로, 결과에서 원인으로 나아가는 추론과 그 추론에 우리가 부과하는 믿음은 어떤 성격의 것인가?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흄의 입장은 철두철미한 경험주의적 인식론이다. 즉 그는 모든 관념들이 서로 상이하고 분리될 수 있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의 관념도 궁극적으로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독립된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첫번째 물음에 대해, 그는 모든 존재하는 것이 원인을 가진다는 주장은 "직관적으로 확실하지도 않고 명증적으로 확실하지도 않다"고 대답한다. 그리고는 두 번째 물음에 대해 대답하기 위해 원인의 관념에서 결과의 관념으로 나아가는 추론과정부터 살핀다.

"두 대상 간의 불변적 연속(constant conjunction)이 수차례의 경험에 의해 확인되면, 우리는 더 이상 고찰할 필요도 없이 전자의 대상을 원인, 후자를 결과라고 부르게 되며, 전자로부터 후자에로의 추리도 이와 같이 해서 성립된다."

흄은 이처럼 인과관계에 불변적 요소가 있음을 고찰한 후, 이제 본래의 주제인 필연적 연관성의 문제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가 두 대상이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말할 때 우리가 가지는 필연성의 관념이란 어떤 관념인가? 하는 것이 그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던진 물음이었으며, 그는 대답을 위해 필연성을 낳은 인상을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원인과 결과라고 말해지는 대상들과 불변적 연속의 관계를 고찰한 결과, 어느 곳에서도 필연성의 관념을 산출한 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그러면 그의 필연성론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가? 당시에는 필연성이 힘, 에너지 등으로 정의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흄은 그것들이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령 그는 어떤 대상에서 힘이나 필연성의 인상을 획득한 사람이 있다면, 그 대상이 무엇인지 지적해 보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구체적인 힘이 어떻게 구체적인 대상에 존재할 수 있는지 우리가 분명히 파악할 수 없으므로, 만약 일반적인 힘의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한다면 그것은 우리들 자신을 속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연성의관념에 해당하는 인상이 외부세계에는 없지만 dfl가 그런 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필연성의 관념을 가지게 되는가가 다시 문제시된다. 필연성이 경험의 반복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유사한 경험이 반복됨에 따라, 그런 반복을 경험한 주체인 인간의 마음에 스스로 필연성이라는 관념을 생성시키는 인상이 생긴다"라는 심리주의이다. 즉 인간의 마음은 자신을 외적 대상에까지 넓혀 그것들을 내적 인상과 결합시키려는 성향(propensity)을 가지고 있으며, 필연성의 관념에 대응하는 인상이 인간의 외부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필연성론의 딜레마

먼저 성향을 P, 두 사건 e와 f 사이에 필연적 연관이 있다고 믿는 믿음을 B라고 하자. 이 때 성향 P가 믿음 B의 원인이라고 한다면, 흄의 인과분석에 따라 우리는 P와 B 사이에 필연적 연관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같은 2차적 믿음을 B'라고 하면, 다음과 같음 문제가 발생한다. 즉 흄의 설명을 논리적으로 따르면 B'도 거짓어어야 하며 B와 B' 사이에 필연적 관계가 있다는 믿음 B''도 거짓이 되는 등, 결국 흄의 인과적 설명은 무한퇴행에 빠진다.

물론 이에 대해 '우리가 믿음과 성향에 관하여 완결된 논리적 체계를 수립할 수가 있는가가 문제시되지 않는 한 무한퇴행 자체는 오류가 아니다'라는 반론을 펼 수 있다. 하지만 무한퇴행은 접어두더라도 B'에 근거한 흄의 설명은 다음과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1) B'가 필연적 연관성에 관한 다른 믿음과 마찬가지로 거짓이라면, 필연성 관념의출처에 대한 흄의 설명도 거짓이 된다.

2) B'가 거짓믿음이 아니라면, "원인과 결과 사이에 필연적 연관성이 있다는 우리의 믿음이 거짓이다"는 그의 주장은 보편적 타당성을 가질 수 없다. B'의 경우에는 우리의 믿음이 참이기 때문이다.

5. 마음과 인격의 동일성 문제

동일한 대상이란 '지속되는 존재자라는 허구에 의해, 쪼개져 있는 대상들을 결합하는 경향'을 지닌 <상상력의 활동>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흄은, 단순불변하며 항상 동일하다고 생각된 마음의 존재도 부인한다. 즉 그는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관계에 의해 결합된, 그릇되게도 완전한 단순성과 동일성으로서 추정된, 상이한 지각들의 집적 또는 집합일 뿐이다. 이 지각들의 연관된 집단이 하나의 사고하는 존재를 구성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다발이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다발 이론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마음의 일관된 동일성이 전제되지 않고 마음을 단지 지각들의 집합이라고 보면, 동일한 경험은 존재할 수 없으며 따라서 습관이 형성될 수 없다. 또한 그는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의 이론에서 어떻게 기억이 가능하게 되는가도 의문시된다.

6. 자연주의적 윤리설

① 요약

흄은 선악의 구별도 이성이 아니라 도덕감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 때 만약 흄이 말하는 도덕감이 보편적 도덕의 원리가 될 수 있으려면, 동일한 대상에 의해 유발되는 도덕감이 사람이나 때에 따라 달라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동정심 등이 객관성을 만족시키는지는 의문이다. 결국 그의 경험론적 윤리설은 윤리학 자체의 부정에까지 이른다. 왜냐하면 그의 이론에 따르면 객관적인 도덕 판단의 기준을 제시할 수 없으며, 도덕 판단의 규범적 성격을 정당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② 흄의 윤리학은 그의 경험이론, 본성이론, 그리고 규약 이론의 규명을 통해 드러난다.

1> 경험이론 : 경험 이론에서는 인간의 지식의 대상은 관념이며 관념은 경험을 통해서 획득된다고 한다. 감각경험을 통해 인상을 얻고 반성경험을 통해 관념을 획득하는데, 관념은 상상이나 기억으로 떠오른 것을 말할 뿐이다. 지식은 이러한 관념 사이의 연합과 일치에서 비롯하는 것인데, 이것을 결정짓는 것은 실재의 사태연관이 아니라 주관의 연합의 습관에 불과하다고 한다. 흄은 관념의 연합이 시공간적 근접성의 원리, 비슷함의 원리, 원인과 결과의 원리에 따른다고 한다. 그런데 독립된 두 사건의 필연적 관계를 의미하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우리가 그 필연성을 인식할 수 없기에 두 원리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라서 우리의 정신은 대상을 파악하는 것도 아니며, 관념의 연합의 결과로 지식을 얻었다 해도 그것의 확실성은 주관적 개연성의정도에 그칠 뿐이라 한다.

2> 본성이론 : 본성이론에서는 인간은 회의적인 지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반복된 경험에 자연적 연상의 습관을 부여하여 자신의 인과관념에 신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이기심과 자신의 유용성을 고려하는 이해에 치우치게 되어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쾌라고 하고, 불리한 것을 불쾌라고 하며 도덕의 근거를 쾌불쾌에 있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도덕의 근거를 이해에 근거한 주관성에 기초하게 되면 인간의 다양한 경험과 각자의 반성능력으로 말미암아 사회질서는 보장할 수 없게 된다.

3> 규약이론 : 규약이론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질서가 존재하는 근거는 감정에 있다고 한다. 즉, 자신의 주관에 매몰된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시행착오적 경험을 통해 반성적으로 인위적 규약을 정하게 되는데, 그 반성하는 감정·정서가 도덕감이다. 도덕감은 자신의 유용성과 이해에 근거하여 쾌 불쾌를 느끼는 원초적 감정에서 후천적으로 발전된 것으로서 자신의 이해뿐만 아니라 공감에 기초하여 타인의 이해에도 설 수 있는 동정심·인간애가 있기에 객관성을 띤다고 보았다.

4> 흄은 인간이 인간의 지적 능력의 빈약함과 사욕에 머물기 쉬운 본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동정심에 기초하여 스스로 규약 및 규제를 설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점에서 그는 중세의 윤리관을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보겠다. 중세의 형이상학적 윤리학의 전통은 어떠한 선천적 도덕규칙에 따르는 것이 도덕적인 것이라 하면서 질서의 근원을 절대진리 및 신에게로 환원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적 탐구에 의해서는 드러나지 않는 존재와 신의 원리인 실재란 알 수 없으며 인간의 목적이 어떤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상 인간이 언제나 어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환원가능하기에 경험을 통하여 윤리적 판단에 관련된 지식을 추구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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