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w01b.gif Record Review:


토이, < A Night in Seoul>
숲을 나는 새, <숲을 나는 새 - 행복한 왕자>
스위트피, <달에서의 9년>

 1월에 발표된 음반들 가운데 토이, 숲을 나는 새, 스위트피의 음반은 넓게 보아 '발라드'에 속한다. 물론 이 점을 제외하곤 음악적 뿌리나 뮤지션의 경력은 많이 다르다. 이 차이는 '발라드는 발라드이되 어떤 발라드인가'라는 점을 주목하게 만든다.

토이의 4집 음반 <A Night in Seoul>은 작사.작곡.편곡자로 이미 반열에 오른 유희열의 작품이다. 그의 음악은 '팝 발라드'와 '사랑 노래'라는 한국 가요의 전형이었다. '전형적'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인정받는 이유는 '고급스러움'에 있다. 이는 세련된 사운드 프로듀싱 뿐만 아니라 상이한 음악 스타일과 객원보컬들을 일관된 분위기로 중화시키는 능력으로부터 나온다. 이번 앨범에는 그의 전형인 타이틀곡 <여전히 아름다운지>나 <혼자있는 시간> 외 퓨전 재즈(<A Night in Seoul>), 트립합(<길에서 만나다>), 정글(<저녁식사>) 까지 손을 대고 있다. 토이의 음악은 '다채로운 원만함'을 선호하는 청자들에게 반가운 선물일 듯하다.

숲을 나는 새는 '록 발라드'를 추구하는 2인조 그룹이다. '신인 그룹의 데뷔 앨범'이지만 멤버 두 명이 록 밴드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아마추어적이지는 않다. 록 발라드의 정석은 디스토션 걸린 기타 리프와 절규하는 목소리가 강렬함을, 기타 배킹(backing)과 곡 전반부에서 섬세한 목소리가 부드러움을 분담하는 것이다. 이는 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지만, 이들은 강렬함보다는 부드러움을 택한다. 타이틀곡 <푸르른 너의 모습> 등에는 '정통' 록 음악에서는 터부시하는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 여성 코러스, 신시사이저 라인 등이 등장하고, 보컬의 창법은 절제되어 있고, 드럼 비트와 기타 솔로는 뒤로 물러나 있다. 이 점은 보통의 가요 팬들에게도 호소할 만한 요소로 작용할 듯하다. 단, 부활의 <사랑할수록> 이후 이미 '확립된' 스타일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지 단점으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마지막으로 스위트피는 1997년에 데뷔한 '모던 록' 그룹 밴드 델리 스파이스 김민규의 프로젝트다. 그가 선택한 음악은 '포크 발라드'다. 여섯 트랙이 수록된 자가제작 음반이고, 각 트랙도 어쿠스틱 기타와 건반악기 하나라는 최소한의 악기편성으로 이루어진 소품들이다. 발라드라고 해도 그의 음악은 한국형 발라드가 주는 감미로운 감정과는 거리가 있다. 그의 노래가 던지는 감정은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슬픔과 아련함이고, 이는 연주곡 <>에서는 악몽을 꾸는 것처럼 공포스럽기조차 하다. 이 음반은 80년대 중반 어떤 날이나 시인과 촌장처럼 '맥빠진 목소리로 절실한 감정을 표현하는' 전통, 한동안 단절되었던 전통을 '모던'한 감각으로 복원하고자 한다.

세 음반의 공통점은 또하나 있다. 그것은 복고적이고 때로는 동화적인 분위기다. 이들의 연배와도 관련되겠지만, 1980년대 중후반에 도시에서 성장기를 되돌아보는 듯하다. 물론 그 연배에 속하는 이들의 경험은 다양할 것이다. 카페에 앉아 연인과 함께 감미로운 시간을 보냈던 사람은 토이의 음반을, 방안에 틀어박혀 소년 시절이 지나감을 아쉬워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스위트피의 음반을, 채울수 없는 공허함으로 머리를 기르고 거리를 배회하던 사람은 숲을 나는 새의 음반을 각각 들어볼 만하다. 그런데 대중음악에서, 특히 발라드곡을 들으면서 왜 과거에 대한 집착이 생기는 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지나가 버린 것을 왜 자꾸 되돌리려 해"(스위트피, <그림자>)

1999.1.21.
<주간조선>에 게재됨. 
1999 신현준 (gilles@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