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임현정, [가위손]

 대중음악의 종주국인 영미권에서 '모던 록'이란 영미권에서는 '대학생 나이대의 젊은애들이 즐겨듣는 대중음악의 상위장르' 정도의 의미다. 별달리 심각한 뜻은 없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좀 다르다. 모던 록은 '대중'음악이라기 보다는 소수 매니아들의 컬트의 대상인 '외국 음악'이다. 간단히 말해서 모던 록은 문화적 전위들의 취향에 걸맞는 '쿨'한 음악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모던 록'을 내세우면서 주류 대중음악계에서 크고 작은 성공을 거둔 경우도 꽤 있다. 삐삐밴드, 패닉, 주주클럽, 리아, 더 더, 자우림 등등. 패닉과 리아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프론트우먼을 앞세운 그룹들이고, 따라서 '비주얼'했다. 물론 자신의 곡들 몇 개를 '모던 록 스타일'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준 김종서나 신성우같은 록 가수들도 있기는 하다.

이런 분할의 틈새에서 한 장의 '모던 록 음반'이 만들어졌다. 주인공은 이제 20대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임현정이다. 앞서 언급했듯 '여성 모던 록 가수'는 그다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녀는 별달리 '비주얼'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전달하는 감정은 남다르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노래 잘하는 한국 여가수'의 전통에 속한다. 일전에 그녀의 '불운한' 데뷔 음반을 평하면서 나는 라는 엉뚱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엉뚱함은 상이한 공간에서 활동하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대중의 기호와 조화시킨 인물들에 대한 경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번 느낌은 이번 음반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의 냉소적 메시지와 익살스러운 리듬은 한영애의 <말도 안돼>를, <첫사랑>의 낭만적 멜로디와 '풍류' 있는 리듬은 이은하의 <청춘>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그녀는 '위대한 한국 여가수의 전통'을 계승하는 복고주의자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그녀는 단지 가수가 아니라 작사자이자 작곡가이고, 그 '권력'을 이용하여 사운드 전체의 질감을 '모던'하게 다듬어 내었다. '모던'함이 단지 음악 형식이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감수성의 문제라면, 이 음반은 이 문제에 대해 최대한의 노력을 투여한 결과물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음악은 'sensual'하지는 않지만 'sensible'하다.

마지막으로 이 음반은 '한국 록 음악'의 관습에도 슬며시 도전하는 부수적 효과를 낳는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오빠들이 사랑노래를 열창하는 것'이라는 '비디오형' 주류 록 음악에는 생래적으로 무관심했울 테지만, 그녀는 '젊은 남자애들의 분노에 가득찬 절규'라는 언더그라운드의 지배적 경향과도 거리를 두는 듯하다. 틈새에서의 고독이냐, 새로운 지반의 창조냐라는 질문은 불원간 답변될 듯하다.

말이 너무 길어졌다. 음악을 들을 때 이런저런 말들이 떠오르는 상황은 그다지 행복한 상황은 아니다. 거꾸로 말하면 말들을 잊게 만드는 음악이 필요한 시대일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말해서 아마추어적 순박함이나 프로페셔널한 끈기를 모두 느끼고 싶다면 이 한 장의 음반을 들어보면서 그 '성취도'를 느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라고 당돌히 주장하는 이가 작업실과 스튜디오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면서 만든 "가슴으로 느껴지는 그런 노래"를 들어보자. 199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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