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한영애, {한영애 5}


한영애는 일반인들에게는 "[누구 없소]나 [말도 안돼] 등의 '라디오 히트곡'을 부른 여가수"로 기억된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자작곡이 없지는 않지만 그는 '곡을 받아서 부르는 여가수'의 범주에 속한다. 그렇지만 그의 노래를 들으면 '다른 사람이 만든 곡을 잘 소화한다'는 촌평을 넘어 '저 곡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곡이지?'라는 의문이 발생한다. 단지 '곡'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사운드도 단순한 반주를 넘어 그녀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조율'된다.

이번 음반은 오랜만의 신작이다. '오랜만'으로 느껴지는 하나의 이유는 기타리스트 이병우와의 공작인 4집 [불어오라 바람아](1995)가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이전만큼의 상업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신보 역시 특별히 '상업성'이나 '대중성'을 의식한 흔적을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경쾌한 레게 리듬 위에 실린 [따라가면 좋겠네](3번 트랙)나 강렬한 비트 위에 실린 록 발라드 스타일의 [야화](7번 트랙) 등은 음악 형식, 리듬, 멜로디 모두 익숙한 편이지만 한영애가 부르면 '또다른' 느낌을 던진다. 특히 [따라가면 좋겠네]는 계절감각과도 어울릴 듯하다.

이런 '또다른' 느낌은 트로트의 고전인 [봄날은 간다](박시춘 작곡), 포크의 묻혀진 고전인 [섬아이](김의철 작곡), [꽃신 속의 바다](이정선 작곡) 등의 '다시 부르기'에서도 계속된다. 이 곡들은 테크노의 전자음향과 전기 기타의 노이즈 등으로 채색되어 오리지널 레코딩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점차 귀에 익숙해지면 강호정, 신윤철 등과 함께 공들여 만든 [난.다(非常口)](1번 트랙), [문](5번 트랙), [감사의 마음](9번 트랙: 4집 앨범 수록곡의 리메이크) 등에서의 실험적 시도는 '반복해서 들어도 그때마다 새로운' 트랙이 될 것이다. 잘게 쪼개져 프로그래밍된 전자 리듬 위에 겹겹이 더빙된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진 음악. 감상의 촛점은 '트립합(trip-hop)', '드럼&베이스(drum&bass)' 등의 장르 이름을 붙이는 일보다는 그보다는 주술적인 느낌마저 주는 한영애의 목소리가 인도하여 어딘가로 높이 날아오르는 듯한 분위기, 때로는 우주적인 분위기를 느끼는 일이다. 이 곡들은 자연친화적 포크송으로 경력을 시작한 그가 록 음악을 경유하여 현재 어디에 이르렀는가를 조망해준다. 그가 다다른 지점은 이른바 '테크노스피리추얼리즘(techno-spiritualism)'이라고도 불리는 탈속적이자 범신론적인 음의 환경이다. 이 앨범은 1990년대를 종반의 대중음악계의 문제의식과도 상통한다. 현재 대중음악의 전위들의 화두는 '복고적 첨단'(혹은 '첨단적 복고')으로 보인다. 달파란(강기영)과 강산에 등의 '국내파', 신해철이나 이상은같은 '해외파', 나아가 99나 황신혜 밴드같은 '인디파' 등은 테크노 음악의 첨단적 기법을 '오래된 것'(혹은 '우리 것')과 결합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자 동시에 '경쟁적'이다. 이런 시도가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딜레탕트적 접근 이상이 될 필요가 있는 시점에서 한영애의 음반은 개인의 경력 면에서는 '종합적'이면서, 현 상황에 대해서는 '분석적'이다. 19990624


* <뉴스피플>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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