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w01b.gif Record Review:


Lee-tzsche, Asian Prescription

첫 트랙 <Spring>은 동양(중국)의 현악기 이호(二胡) 소리와 서양의 리코더의 협연으로 시작된다. 이어 '시퀀싱(sequencing)'된 드럼 루프(loop)가 전체적인 리듬 패턴을 만들어 낸다. 리듬은 4/4박자같지만 후렴부에서는 12/8박자처럼 들린다. 후렴 부분에서는 타악기(퍼커션) 소리가 등장하고, 뉴에이지풍의 피아노 소리도 슬며시 들어와 있다.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노래부르는 여가수의 목소리는 사뿐사뿐 공중을 흘러다니고, 동일인이 부르는 높은 음의 배경 코러스는 더욱 위를 날아다닌다. 3/4박자의 친숙한 멜로디(특히 후렴구)를 가진 세 번째 트랙 <어기야 디어라>는 어쿠스틱 기타의 진행 위에 전기 기타와 현악기 소리를 깃들여서 "길들은 하늘에 이르는 방법을 말해주지"라고 말한다.

서양의 평론가들이라면 'ethereal[a. 천상의, 영묘한, 탈속적인]'이라는 수사를 사용할 음반의 주인공인 리채는 이상은의 예명이자 '월드 네임'이다. {'88 강변가요제}에서서 [담다디]로 그랑프리를 차지했던 선머슴애같던 그 인물 맞다. 앨범은 'XX기획'이 아니라 '東芝(도시바) EMI 주식회사'에서 제작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메이저 음반사인 EMI의 일본지사가 제작한 음반의 '라이센스판'이다. 음반의 형식(및 '가격') 뿐만 아니라 내용물도 마찬가지다. 노래의 가사가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음반에 참여한 프로듀서나 연주인들 대부분이 일본인이다.

간단히 말하면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상은이 세계시장을 겨냥해서 제작한 음반'이다. 그 때문인지 이 '다국적 음반'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노래의 멜로디에 주목하는 '가요'의 청취 관습을 유지하고 싶어도 멜로디가 전체적 사운드로부터 잘 분리되지 않는다. 대중가요에는 늘 있게 마련인 '귀에 쏙 들어오고 따라부르기 좋은 멜로디'는 아예 <Gongfuin(공무도하가>, <Chosungtal(초승달)>, <A Path> 등 이전에 발표된 곡들만 다소 익숙한 정도다. 뮤지션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한약재'에 비유했고 '아시아적 처방'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시끄럽고 불편한 음은 없어도 마냥 안락하게 들리지 않는 특징과 어울린다.

문제는 '세계 시장을 겨냥한다'는 세평에 대해 이 음반이 어떤 성과를 낳는가일 것이다. 현재 '월드 뮤직(World Music)'이라는 대중음악의 한 장르의 관습 상 외국인(특히 서양인) 청자들은 '동양의 신비' 같은 것을 느끼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기에는 음악적 이디엄이 좀 '보편적'이다. 혹자는 '여피(Yuppie) 취향의 음악'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약재의 이름만을 늘어놓았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듯이, 이 음반은 이후 '아티스트로서의 발전'을 계속 기대해도 좋을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 기대에는 국제적 성공을 거두더라도 '신지식인 광고'에 출연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기대도 포함된다.

1999.6.24
<주간조선>에 게재됨. 
1999 신현준 (gilles@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