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김종서, <김종서 7집>
       

'코리안 메인스트림 로커'의 음악은 개인적으로 안들으면 그만이지만 공적으로는 무관심할 수 없는 처지라서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더군다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뿜빠 뿜빠거리는 스카 리듬에 귀를 끌린 적이 있기에 어쩌다가 씨디까지 받아들게 되었다. 처음 들었을 때 현숙의 주옥같은 히트곡 <정말로>, <낮이나 밤이나>의 리메이크가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댄서블 트로트 앙상블 스타일이었던 <실연>이라는 곡이다. 운좋게 세션에 참여시킬 수 있었다는 유명한 외국인 혼(horn) 연주자의 울어예는 소리가 시원시원하다(물론 '유명한' 연주자의 이름을 '처음 듣는' 경우 나는 당황하게 된다).

음반은 '벌써' 7집이란다. 내 기억에 작년에 음반을 냈다가 망했던 듯한 기억이 있는데 소개하기에는 이건 'special album'이었다는 해명 혹은 변명이 있다. 얄팍한 속임수였는지 진중한 진심인지는 확인을 요하는 일이나 폭우나 폭염으로 지친 나에게 그걸 기대하기란 무리다. 각설하고 7집이라는 연륜은 김종서가 '앨범 아티스트'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내용물은 한마디로 별루다. 좋게 말하면 김종서는 "이제까지 추구해 왔던 것을 완성하려고 하고, 변신과 탈피를 추구할 때도 '연속형'으로 접근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나의 분신의 표현법일 뿐이다. <하나>는 <희망가>에다가 다른 요소를 덧붙인 듯하고, <3 8 6>은 <타락천사>를 듣는 줄 알았다. 음악이 꼭 악곡 스타일 뿐이냐 사운드를 들어야지라고 말할 사람도 있다면, 다듬어진 작곡 스타일을 다듬고, 세련되고 매끄러운 편곡에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을 듯하다. 그렇지만 나는 메인스트림 록의 '사운드의 완성도'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다른 한편 몇몇 곡은 외국 뮤지션에게 헌정하는 곡처럼 들린다. <Loving U>는 비틀스를, <나는 나>는 비스티 보이스를 연상했다. 라틴 리듬을 도입한 <푸른 밤의 꿈>도 내가 과문한 탓에 모를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떠올렸다. 묘한 것은 이런 '스타일의 수용'이 한국 땅에서는 그다지 나쁜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서 비약 비약 비약을 거듭한다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이건 좀 병이긴 하다)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여 정치발전을 도모하고, 첨단 기술을 수입하여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외국 사상을 수용하여 학술 발전을 시도하는 사회구조가 몇 십년 지속된 나라에서 독창성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좀 웃기는 일일 지 모른다. 왜 다른 건 imitation이 별로 허물이 되지 않으면서 '문화'나 '예술'은 허물이 된다는 이데올로기가 나오는 걸까.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다. 취향 문화는 이런 차이를 둘러싸고 형성되어 왔고 또 형성되어 가는 듯하다. 깨갱. 19990705

* <웨이브>에 게재됨

 

 

 

앞화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