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에쵸티와 젝스키스의 음반 감상법 : 성인용 Ver 1.2
       

새로 나온 H.O.T.와 젝스키스의 새 음반을 '어른'이 재미있게 듣는 방법은? 음악을 듣는 '나쁜' 방법으로 출발하는 수밖에 없다. 즉, 음악 자체를 즐기는 게 아니라 어떤 장르에 속하는가를 '조사'하는 일이다. 별 수 없다. 이야기에 끼어들려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조류에 민감한 척해야 한다. '얼터너티브 록', '갱스터 랩' 이 정도론 알아가지고는 안 된다. 키워드는 H.O.T.의 경우 '비주얼 록'과 '하드코어'이고. 젝스키스의 경우는 '테크노'와 '빅 비트(Big Beat)'다. 하드코어는 미국산(産), 비주얼 록은 일본산(産), 테크노와 빅 비트는 영국산(産)이라는 정보도 줏어모아야 한다. 음반 수록곡이 다 그런 건 아니고, 몇몇 곡에만 해당된다. 특히 타이틀곡인 <아이야>(H.O.T.)와 <Com' Back> (젝스키스).

<아이야>가 '하드코어'인 이유는 거친 기타 리프와 보컬의 래핑 때문이다. 도입부에 모짜르트 교향곡이 샘플링되어 있다고 당황하지는 말라. 주머니가 넉넉하면 키드 록(Kid Rock)이나 림프 비즈킷(Limp Bizkit) 등을 사서 듣고 '짜식들 베꼈군'이라고 한마디해도 된다. 한편 '비주얼 록'이라는 말은 중간에 피아노 반주와 함께 나오는 부분이 X 재팬(X Japan)의 음악과 비슷하고, 더 중요하게는 '메이크업'과 '코디'가 삐까번쩍하기 때문이다. 단, 이들은 비주얼 록이 아니라 '비주얼 힙합'이라고 포장하고 다니므로 용어 사용에도 요주의.

젝스키스의 <컴 백>이 '빅 비트'라고 부리는 이유는 전자음의 비트에 록 기타를 포함한 각종 사운드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빅 비트가 테크노랑 다른 것이라고 말하면 안되고, 테크노의 한 하위장르라고 말해야 정답이다. 그렇다고 해도 멜로디는 '일본 만화영화 주제가' 같으니까 친숙할 것이다. 중간에는 알아듣기 힘든 랩이 나오는데 이는 8마디로 녹음한 것을 두 배로 '스피드 업'한 것이니 섣불리 따라하다가 절망하지는 말라. '라이브'로 못하는 게 무슨 음악이냐라고 핀잔을 주어도 안된다. 테크노의 미학은 본래 그런 거란다.

각 곡들의 장르를 다 통달하려고 '오버'해서는 안된다. '사회비판적' 랩이 많고 사운드가 거칠면 '힙합'이라고 생각하고, 템포가 느리고 분위기가 달콤하면 R&B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족하다. 다음에 뜨는 곡이 있으면 신문이나 잡지를 보고 민첩하게 인터넷을 뒤지면 된다. 물론 이밖에도 주의사항이 많다. 이번 음반들에는 자작곡이 많다고 하니(정말일까?) 곡이 좋다고 해서 유명 작곡가의 것이라고 단정하면 안된다. <아이야>가 이 방송보류 판정을 받은 공식적 이유는 영어 랩에 들어간 'T'와 'P'가 '모호하다'는 것이지만, 감히 '씨랜드 참사'를 다뤄서 괘씸죄 비슷한 게 작용했다는 '유언비어'도 있다.

근데 뭔가 허전하다. 이번에는 표절 시비가 왜 없지? 그래야 대문짝하게 '광고 기사'가 나갈텐데. 아니나 다를까 9월 마지막 날 스포츠 신문들에는 H.O.T.의 곡이 표절이라는 보도가 떴다. 누구의 무슨 곡? DJ 퀵이라는 사람의 곡이란다. '스피드? 아, 김건모!'라고 말하면 신입사원들에게 '왕따'당한다. 십대문화에 아부하지 않고 아저씨가 '노래방 스타'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19990930

* <뉴스 피플 >에 게재됨

앞화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