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H.O.T <<아이야>>의 재미없는 감상법

 

새로나온 H.O.T의 음반을 '아저씨'가 재미있게 듣는 방법은? 음악을 듣는 '나쁜' 방법으로 출발해야 한다. 별 게 아니라 심장박동 수가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없을 만큼 줄어든 다음에야 이 음악이 어떤 장르에 속하는가를 '조사'하는 일이다. 별 수 없다. 이야기에 간신히 끼어들려면 이 수밖에. 그러려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조류에 민감한 척해야 한다. '얼터너티브 록', '갱스터 랩' 이 정도 가지곤 택도 없다. 이번에 키워드는 '비주얼 록'과 '하드코어'다. 하드코어는 3집 앨범에 실린 <열맞춰>에서 이미 선보였다는 사실도 알아둬야 된다. 하드코어가 미국산(産), 비주얼 록이 일본산(産)이라는 정보는 기본이다.

첫 곡 <투지>가 무거운 베이스 기타의 리프로 시작하면 곧 스크래칭이 양념처럼 들어가고 보컬의 거친 래핑을 예상하라. 주머니가 넉넉하면 키드 록(Kid Rock)이나 림프 비즈킷(Limp Bizkit) 등의 음반을 사서 듣고 '짜식들 베꼈군'이라고 한마디 해도 된다. 단, 속으로만 해라. 하지만 래핑으로 일관하는 건 아니고 후렴구에는 당근 '따라 부르기 좋은 멜로디'가 나온다. 기타 속주와 괴상한 리프가 나와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곧 무드가 갑자기 부드러워지면서 속삭이는 멜로디가 나오기 때문이다. 적응이 되었으면 다음부턴 이제까지의 반복이니 안심하라. 근데 비주얼 록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차분한 피아노 반주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는 게 포인트다. 다음 곡에 열쇠가 있다. 단, 이들은 비주얼 록이 아니라 '비주얼 힙합'이라고 말하고 다니고 있다는 점도 명심하라.

두 번째 곡 <아이야>의 처음에 모짜르트 교향곡이 들어있다고 해서 '표절이다'라고 말하면 무식쟁이 취급당하니 잠자코 있어라. 기타의 속주에 이어지는 리프와 '사회비판적' 랩은 첫 곡과 비슷하니 듣기 힘들진 않을 것이다. "피우지도 못한 아이들의 불꽃을 꺼버리게 누가 허락했을까"라는 멜로디를 들을 때 숙연한 감정을 못 가지면 당신은 인간망종 취급당하니 조심하라. "새천년"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려오면 가사지를 펴라. "우린 필요에 따라 복제될지도 모르지"라는 문장을 발견하고 이 곡이 '세기말의 문명비판'이라는 심오한 사상을 표현한 것임을 깨달아라. "다음 세기기 올 때까지... 욕심은 버리고... 사랑은 아낌없이 주고...어쩌구"하는 마지막의 메시지는 마음 속 깊이 새겨 들어라. 두 곡이 좀 과격하게 들리면 새콤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세번째 곡 <The Way That You Like Me >와 '이지 리스닝 건전 댄스가요' <나의 너(My Girl)>을 들으면서 잠시 쉬어라. 계속 듣는 무리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각 곡들의 장르를 통달하려고 '오버'해서도 안된다.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랩이 많고 사운드가 거칠면 '힙합'이라고 생각하고, 느린 템포와 부드러운 분위기와 케니 G풍 색서폰 소리가 나오면 'R&B'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족하다. 다음에 뜨는 곡이 있으면 신문이나 잡지를 보고 민첩하게 인터넷을 뒤지면 된다. 물론 각 곡을 누가 불렀는지 알아내면 '아저씨 멋져'라는 반응을 듣겠지만 얼굴도 누가 누군지 구분 못한다면 이건 좀 힘든 일이다. 단, 이번 음반들에는 자작곡이 많다고 하니(정말일까?) 부클렛의 크레딧을 보고 확인하는 연습도 가능하다.

근데 뭔가 허전하다. 이번에는 표절 시비가 왜 없지? 그래야 대문짝하게 '광고 기사'가 나갈텐데. 아니나 다를까 9월 마지막 날 스포츠 신문들에는 H.O.T.의 <Korean Pride >라는 곡이 표절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누구의 무슨 곡? DJ 퀵(DJ Quick)이라는 사람의 <Speed > 라는 곡이란다. "스피드? 아, 김건모!"라고 말하면 신입사원들한테 '왕따'당한다. 10대 문화에 아부하지 않으면서 아저씨가 '노래방 스타'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P.S. 이 글이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분은 <Pu Ha Ha >를, 특히 그 앞의 대화 부분을 들으면 통쾌할 듯하다. '남 욕하는 책 써서 돈버는 사람'이 씹히고 있는데 누굴까? 괜히 찔리네. 돈버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남 욕하는 책 쓰는' 사람에는 해당될지 모르니... 근데 그 짓 말고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 쩝. 19991001

* <<웨이브>>(웹진)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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