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w01b.gif Record Review:


 

안치환 , 《I Still Believe 》

안치환

유리상자 , 《Be Happy》

안치환

 

1999년 한해 동안 대중음악계에서 조금 특이한 트렌드가 있었다면 하나는 테크노, 다른 하나는 포크다. 테크노가 전세계적 유행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보다 난데없는 것은 오히려 포크 쪽이다. 지난 4월에는 <포크 페스티벌>이 열렸고 그 뒤에도 크고 작은 행사가 있었다. '포크 싱어 협회'같은 이익단체도 생겼고, 10월에는 방송사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포크 음악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한대수, 하덕규, 장필순 등 한 시대를 풍미한 포크 음악인들이 새 음반을 레코딩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렇지만 아직 성과를 볼 수가 없으니 올 가을에 포크와 연관된 신작들 중 눈에 띄는 것은 안치환과 유리상자의 음반이다. 안치환의 음반은 가을 이전에 발표되긴 했지만.

안치환의 여섯 번째 음반의 제목은 다. '아직도 그가 믿는 것'은 사랑이다. 앨범의 전반적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다. <나무의 서>, <살고 지고>, <악몽> 등은 록 음악의 사운드 배치를 도입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오후 시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80년대 노래'의 느낌이다. 어쿠스틱 기타 중심으로 때로는 현악기가, 때로는 관악기가, 때로는 피아노가, 때로는 하모니카가 등장한다. 그다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템포로 노래하는 목소리는 가끔 지친 모습도 보이지만 여전히 힘이 있다. 그의 사랑은 '이땅'(<살고 지고...살고 지고>)으로 시작하여 부모와 가족으로 이어지고(<어머니 전상서>, <삶을 위하여>) 마지막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으로 귀착된다(<사랑하게 되면>). 따뜻하다. 그의 사랑법의 다짐인 <나무의 서>와 <돌멩이 하나>는 따뜻함에 장중함이 더해진다.

안치환의 사랑법이 진중하다면 유리상자의 사랑관은 가볍고 화사하다. 이는 무엇보다도 현악기의 사용이 두드러지고 거기에 아코디온이 자주 등장하는 악기편성에서 느낄 수 있다. 가는 톤의 목소리의 화음과 선량하기 이를 데 없는 가사의 결합은 '결혼식 축가'로 제격일 <신부에게>에서 가장 정제되어 표현되어 있다. 또한 앨범 마지막에 수록된 긴 제목의 두 곡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죠>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랑을 하는 것>은 사랑의 기쁨과 슬픔에 관한 이들의 생각을 집약해서 드러낸다. 하나 더 언급할 점은 첫 트랙 <나는 기도>에서 엿볼 수 있듯 이들의 음악이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점이다. 그래서 다소 낯간지러운 감상에서 벗어나 빠른 템포를 취할 때는 안치환처럼 거칠게 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가스펠송의 경쾌함에 의탁한다. 교회의 '싱얼롱 타임'의 분위기 말이다.

두 음반은 많이 다르다. 음악인의 과거의 경력이 다르고 미래의 지향도 다르다. 그렇지만 두 음반 모두 가을이 아니라면 듣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달라도 포크는 '가을의 음악'이 되어 버린 건가? 그런 줄 몰랐냐고? 아! 가을이 지나간다.


<<수록곡>>

안치환

1. 나무의 서
2. 그런 길은 업소!
3. 돌멩이 하나 A
4. 살구꽃 지고 복사꽃 피던 날
5. 살고 지고...살고 지고...
6. 악몽
7. 어머니 전상서
8. 삶을 위하여
9. 그대 있음에
10. 사랑하게 되면
11. 강변역에서
12. 나도 그렇게
13. 돌멩이 하나 B

유리상자

1. 나의 기도
2. 끝내 전하지 못했던 말(BE HAPPY...)
3. 그댈 만나러 가는 날
4. 신부에게
5. 날 위해서...
6. 너 없는 아침
7. 아름다운 세상 2
8. 함께한 시간 끝에서
9. 세상에서 가장 슬픈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랑을 하는 것
10. 이보다 더 좋을순 없죠

 

1999.11.11.
<<뉴스피플>>에 게재됨.
1999 신현준 (gilles@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