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서브] 1990년대 명반 50선 

Oasis, Definitely Maybe

맨체스터라는 지역이 1980년대 이래 영국 인디 팝에서 '가장 다양하고 창조적이었던 곳'이었다는 주장에 큰 이의가 없다면, 이곳 출신의 오아시스가 1990년대 중반 영국의 팝 음악을 상징한다는 주장에도 시비걸 수 없다. 이젠 그것도 로컬 사운드가 아니라 전영(全英: 'Brit') 사운드를 상징한다. 무엇으로? 별 것 아니라 밴드의 리더인 노엘 갤러거가 "위대한 노래의 특징"이라고 말하는 "전형적인 노래 형식을 따른다"는 소신이다. 근데 뭐 팝 음악을 형식을 따져서 듣냐고? 그렇지만 버스와 코러스가 두 번 반복되고 8마디의 브리지(bridge) 뒤에 기타 솔로가 나오고 코러스가 두 번 반복되는 형식은 너무나도 유구한 것이라서 듣는 이라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형식이다. 거의 예외가 없다. 특히나 코러스는 한 번만 들으면 따라부를 수 있을 정도로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앨범은 <I'm a Rock'n'roll Star>,< Supersonic >,< Cigarettes & Alcohol>,<Slide Away>등 싱글 히트곡 퍼레이드다.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다가도 그게 그거 같지만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솔직히 이 음반 그때는 꽤 들었는데 안 들은지 꽤 오래됐다. 다시 한 번 들어보자. 전형을 따르는 것이 왜 비범하게 들렸을까. 전형을 조금 깔짝거려 바꿔놓는 '보통' 팝송에 대한 상황적 비교우위에 지나지 않았을까? 아니다. 멜로디 뿐만 아니라 시끄러운 기타와 신나는 그루브도 있네.

 

Stereolab, Transient Random Noise-Bursts With Announcements

칼 마르크스(Karl Marx),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 노이(Neu!), 에스키벨(Esquivel), 선 라(Sun Ra),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 프랑스와즈 아르디(Francoise Hardy) 사이의 공통점은? '아무 것도 없다'가 정답인 듯 하지만, 답이 있다면 스테레오랩이라는 '로파이 아방가르드 버블검 팝' 밴드의 음악을 분해하면 나오는 성분들이다. 참 신기하고 놀라운 결합이다. 1980년대 이후 아방가르드라는 용어가 '노이즈'와 불가분하다고 할 때, 이 무시무시한 소음이 나른한 복고적인 팝 멜로디와 결합될 때의 느낌은 신선하다. 신선한 건 참 이상한데, 따지고 보면 이들의 음악에서 '오리지널'한 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악을 따지고 들을 필요는 없다. 게다가 이들 스스로 그걸 인정하기 때문이다. 극한적 노이즈에 '취향'이 있으면<Analogue Rock>이나 < Our Trinitone Blast>를 택하고, 노이즈 속에 숨어있는 멜로디를 찾는 게 취미이면 <Tone Burst >< Pack Yr. Romantic Mind>를 택할 수 있다. 급진정치적 메시지에 관심있는 사람은 때로는 영어로, 때로는 불어로 된 가사를 유심히 들어보고 만족할 수도 있겠다(하지만 어차피 안 들리는 나로서는...흠). 어쨌거나 앨범의 백미는 덜덜덜덜거리는 '모토릭(motoric)'한 리듬 위에서 전기 기타 노이즈와 켸켸묵은 무그 신시사이저와 샹송 멜로디가 15분 동안 미니멀하게 병진하는<Jenny Ondioline>이다. 오리지널리티가 소멸한 시대의 오리지낼리티란 이런 것인가.

 

Cypress Hill, Cypress Hill

서태지와 H.O.T로 인해 국내에 뜬 갱스터 랩의 대표자? 주의하라. 이들은 LA출신이지만 이스트코스트에 목매지는 않으니까. 공식적인 평가는 '최초의 라틴 힙합 수퍼스타'다. 출신이 멕시코, 이탈리아, 쿠바 등이니까. 물론 '라틴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이런 건 다 상술이라고 해두자. 본인들도 자신들의 '출신 성분'을 숨겼으니까. 어쨌든 1992년, 그러니까 '힙합 네이션'의 수도가 뉴욕으로부터 LA로 천도할 때 나온 이들의 데뷔 음반은 이런 역학관계의 변동과 무관하게 '그들만의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무거우면서도 몽롱한 비트, 불길하고 음산한 사운드는 힙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마치 코에다 솜을 끼우고 입을 비틀어서 쥐어짜는 시니컬하고 악마적인 목소리는 때로는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때로는 따라하고 싶은 충동을 던진다. 한마디로 '비트'와 '라임'이라는 랩.힙합의 양대 주요 요소도 모두 충족된다. 물정 좀 아는 사람이라면 '이스트코스트와 웨스트코스트가 만나다'라고 뻥칠 수도 있을 것이다. '메시지'는?<How I Could Just Killed A Man>같은 히트곡에서는 갱스터 랩의 테마를 담았지만<Stoned is the Way of the Walk>을 비롯한 대부분의 곡은 마리화나 복용 찬가. 'stoned'의 뜻은 사전 찾아보길.

 

Massive Attack [Blue Lines]

매시브 어택에 따라붙는 용어는 좀 많다. 트립합이라는 논란많은 장르는 기본이고 와일드 번치(Wild Bunch)라는 이름에도 주목해야 한다. 와일드 번치가 '사운드 시스템'의 이름이라는 것도 알아야 하고, 사운드 시스템이 음향장비들이라는 일반 명사가 아니라 '이동식 디스코텍'이자 'DJ 컬렉티브'라는 것도 알아두어야 하고, 이런 제도가 브리스톨이라는 지역에서 가장 발달했다는 정보도 필요하다. 또 '매시브 어택의 보컬이 누구야?'라는 질문을 던지면 망신당한다. 매시브 어택은 "가수들 몇몇을 불러다가 샘플러 등을 이용하여 이들의 노래를 '반주'해주는 유랑극단 중의 하나"라고 이해해 두면 편할 듯하다(불경스러운 표현에 대해서는 사죄). 각설하고 이 음반은 힙합의 리듬적 혁신을 소울.재즈 등의 전통적 사운드와 결합하고 때로는 덥(dub)의 기법도 차용하여 최면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트랙이 넘어가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음반 전체를 몽롱한 상태로 감상할 수 있다. 가끔 구분이 가는 건 다양한 게스트 보컬들과 리듬과 텍스처의 티나지 않는 변주다. 일단은 샤라 넬슨(Shara Nelson)이 보컬을 맡은 '트립합의 고전'<Safe From Harm>< Unfinished Sympathy >가 가장 두드러지지만, 또한명의 게스트 보컬이자 뒤에 트립합의 슈퍼스타로 등극하는 트리키(Tricky)의 목소리도 확인해 보길(힌트: 부클릿에 A Thawes라고 쓰여있는 인물이 트리키임). 한 마디로 너무 시대를 앞섰던 음반.

 

U2, [Achtung Baby], 1991

1991년, U2의 [Achtung Baby]가 나왔을 때 잽싸게 집어 들고 음반을 듣기 시작한 사람들 반응. '아니, 이럴 수가.' 1980년대 뻔드르르한 주류 음악과 일부에서 흘러나오던 '록은 죽었다'는 탄식의 틈새에서, U2가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양심적 록'의 대명사였던 점을 대비해보면 더군다나. 비록 "One"과 "So Cruel"처럼 팬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U2식 발라드가 끼어있기는 했지만, [Achtung Baby]의 초점은 그와는 반대이다. 이 음반은 열정과 정돈보다는 냉소와 혼돈, 진실한 감성의 전달보다는 뒤틀린 감성의 방출을 담고 있다. "Zoo Station"의 잔뜩 찌그러진 기타와 보컬,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의 테크노 댄스 리듬이 잘 보여주듯이, 이 음반은 포스트 모던한 이미지에 전자적인 사운드를 담고 있다. 뮤직 비디오와 콘서트에도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위악적이고 섹슈얼하고 혼돈스런 이미지가 적극 사용되었다. [Achtung Baby]는 [Zooropa]와 [Pop]으로 이어지는 U2의 일련의 음악적 탐험을 예비하는 신호탄이었으며, 여기서 보여준 이들의 커다란 방향 전환은 음악적 혁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19991119

* [웨이브(웹진)]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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