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긱스, [긱스(Gigs)] 

첫 트랙 <노올자!>는 (한국의) 국악의 5음계의 멜로디와 흑인음악의 음계와 리듬의 어울림으로 시작한다. 힙합의 스크래칭과 클래식 성악의 합창이라는 이질적 요소도 슬쩍 삽입되어 있다. '정신없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정제된 편곡 때문에 안정감을 잃지는 않는다. 엇박의 느낌을 잘 살린 관악기가 인상적인 "champ"를 지나 낭만적인 무드의 세 번째 트랙 <랄라라>까지 훵키(funky)한 리듬이 지속되면서, '재기'와 '노련'이라는 상반된 느낌을 모두 준다. 이 점이 앨범의 '기조'다. 세 곡의 작사자는 이적, 작곡자는 정재일이다("champ"는 둘의 공작). 이적의 존재는 목소리와 창법을 들으면 알 수 있지만 정재일은 누군가. 베이스를 맡고 있는 그는 1982년생이란다. 한편 기타의 톤이나 연주 스타일을 들으면 한상원이라는 이름도 떠올릴 수 있다. 그렇구나. 긱스는 '한상원 + α'과 '이적 + β'으로 상징되는 베테랑 뮤지션과 '무서운 젊은애들'의 결합이다.

레게풍 기타와 끈적한 멜로디가 담긴 <새벽 네시 전화벨이 울릴 때>에서 잠시 쉬더니, <돌연변이>는 직선적인 하드록 스타일인데 작곡자의 이름을 확인하니 정원영이다. 어쩐지 3번 트랙에 나오는 피아노 소리가 맛깔스럽다 했더니... 그의 이름을 먼저 언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라도 해야 할 듯하다. 그와 더불어 건반악기를 맡은 강호정에게도. 아무튼 무드있는 작곡과 편곡으로 일가견있는 정원영으로서는 의외의 곡다. 즉흥감이 넘치는 연주와 목소리에 디스토션을 가한 여섯번째 트랙 <신천지>를 지나 "tripping now"에 이르면, 테크노와 퓨전 재즈와 라틴 리듬이 범벅이 된 연주곡이 중반부를 마친다. 밴드 이름이 긱스인 이유가 가장 잘 확인되는 대목이다.

후반부로 들어가서 <맞아!>에 이르면 초반의 훵키한 리듬이 재개되면서도 블루스적 '필'이 강한 듯 하더니, <옆집아이>(8번)에 이르면 느린 템포의 블루스가 본격적으로 진한 느낌을 전달한다. "red sneakers"(9번)는 전반부의 훵키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랩이 두드러지고 악기의 솔로가 번갈아가면서 나오고, <연쇄살이고양이톰의저주>는 멤버들 사이에 딱딱 맞는 합주가 두드러진다. <만월광풍>의 작곡자는 이상민인데, 그동안 솜씨있는 드러밍을 선보인 그에 대해 이제야 언급하는 점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아가에게>는 정원영이 작곡한 '대곡'풍의 발라드로 대형공연의 대미를 장엄하게 장식할 만한 곡인데, 이것만으로는 아쉬웠던지 직선적인 록 사운드인 <날개>가 이어진 뒤에야 앨범이 모두 끝난다.

총평한다면 긱스는 마치 노장과 신진이 조화를 이룬 '국가대표 팀'같다. 각 방면에 일가견있는 사람들이 솜씨를 마음껏 뽐내면서 팀워크를 맞춘다는 점에서. 앨범의 각 트랙을 모두 설명한 것도 별로 처지는 곡이 없어서 그렇다. 그러다 보니 '딱히 두드러지는 곡이 없다'는 점이 한국의 대중음악계에서는 불운할 지도 모르겠다.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대중성은 많지 없다'는 평이면 괜찮으려나. 궁금한 점 한 가지. 가요 순위 프로그램 나가서 그 정도 사운드 낼 수 있으려나. '당신들 하나 때문에 복잡한 장비 쓰긴 힘들다'고 그럴 텐데. 한 가지 더. 수퍼게임보다 동네야구가 더 좋은 소수의 사람의 취향에도 안 맞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시내버스에 대문짝만하게 음반 광고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19991201


* [주간조선]에 게재된 글의 수정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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