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리아 4집, [..찾기] 

리아가 누구지? '요조숙녀'를 들고 나왔다가 '폭행소녀'가 되어서 스타일 구겼던 그 인물 맞나? 맞다. 하지만 폭행이란 것도 동정표를 받을 만한 사안이었으므로 이젠 시비걸지 말자. 고초와 공백을 갖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가 더 궁금하니까. 그리고 어쨌든 그는 '노래 잘하는 가수', '가창력 있는 유망주'니까.

새 음반의 특징은 한마디로 웅장하고 화려하다. 리아가 음반 발매 직전 뮤지컬 [햄릿]에서 오필리아 역을 맡았던 사실도 무언가 시사적이지만,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프로듀서를 맡은 송재준의 역할 때문인 듯하다. 송재준이 누구지? 캡틴 퓨처(Captain Future)라는 밴드의 멤버다. 캡틴 퓨처는 뭐지? '웅장하고 화려한' 스타일(사견을 보태면 넥스트같은 스타일)을 추구했지만 상업적으로는 불운했던 록 밴드다.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이런 스타일은 1970년대에 절정을 이루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프로듀서 본인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이 음반에는 "...같다"는 말을 들을 만한 곡들이 다채롭게 수록되어 있다. 물론 색안경을 끼고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몇 개만 예를 들어 보자. 전자효과음이 많이 들어있는 도입부(intro)는 핑크 플로이드가 1971-2년 경에 만든 트랙 같고, 은 디스코로 전향한 뒤의 킹 크림슨이 여자 보컬과 색소폰을 게스트로 초빙하여 만든 것 같다. <야만해>는 스콜피온스가 동양인의 정서에 맞추어 특별히 작곡한 곡 같고, <고백성사>는 퀸이나 스틱스가 공연 후반부에 '에브리바디 싱잉'하면서 부를 때를 염두에 두고 만든 듯하다. 그 외에 듀란 듀란(5번), U2(7번) 등의 이름도 스쳐 지나간다.

영미권에서는 이런 음악 스타일을 '스타디움 록'이라고 부른다. 문자 그대로 '경기장에 사람을 수만명 모아놓고 화려한 연예를 보여주면서 청중에게 일체감을 심어주는' 음악 말이다. 몇 곡에서 리아의 목소리는 이렇게 웅장한 공연을 감당하기에는 조금 힘에 부쳐보이지만 그녀가 아니라 젊은 가수들 중에는 다른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내' 록 음악인의 공연에 수만명이 입장할 일도 없을테니 안심하자. 하지만 "또다시 우는 나를 보고 있겠지", "지금 헤어진다면 내가 너무 손해지", "너의 그녀는 내가 봐도 너무 아름다운 걸" 등의 가사를 위해 이렇게 화려한 편곡이 필요한 지는 잘 판단이 안 선다.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러고 보니 디즈니회사의 음악 감독이 리아의 음반을 듣고 놀라와 했다는 이야기도 이상하지는 않다. 내러티브는 '아름다운 사랑과 슬픈 이별'이라는 진부한 것인데도 화려하고 웅장하게 포장되어 있어서 보기 싫어도 계속 보게 만드는 속성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쪽 사정이고 여긴 여기다. 새해(이자 새천년)에는 외국의 아무개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물론 '한국' 음악을 들으면서 '외국 음악의 영향'을 먼저 떠올리는 (나같은) 평론가(라기 보다는 '음악 깨나 듣는다는 사람')의 못된 습성이 먼저 사라져야 할 듯하다. 여기서 갑자기 한 세기가 바뀐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머리 속에 침소봉대와 아전인수가 발동한다. 그동안 '외국으로부터 영향받은 화려함과 웅장함'에 집착한 것은 대중음악인만이 아니라 20세기 한국인 모두(아니 절반)라는 생각. 19991222

* [주간 조선]에 개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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