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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트 문화와 록 음악 1 책소개 (Introduction) 서문 (Preface) 이 책은 1990년대 미국 중심의 반문화의 고유 명사가 되어 버린 얼트 문화 alt.culture 를 록 음악 중심으로 접근한 초보적 시도이다. 여기서 '얼트'란 일단 '얼터너티브 alternative'의 축약어라고 이해해 두자.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근거 없는 미화도, 근거 없는 냉소도 피하면서 '방금 그 곳'에서 전개되었던 운동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얼트 문화에 대한 전반적 조감은 '서론'을 읽어 보기 바란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한국 사회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문화에 대해 작업했는가? 왜 난데없이 '얼트 문화'인가? 그 이유는 우리들도 몇 년이 지난 다음에야 정확히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단지 우리의 머리를 스치는 욕망의 흐름 몇 가지를 채취할 수 있을 뿐이다. 먼저 이 작업은 저자들 가운데 한 명이 3년 전 존 레넌의 전기( 이매진: 세상으로 만든 노래 , 새길)를 쓰면서 1960년대의 급진 운동과 청년 반문화를 연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이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서동진의 록, 젊음의 반란 도 저자가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 때의 작업은 '그 때 그 곳'의 이야기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지금 여기'의 상황에는 우회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작업은 '지금 그 곳'의 이야기를 통해 우회의 거리를 조금은 단축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이미 중반이 넘어 버린 '1990년대'라는 상황에 대한 우리의 개입이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1990년대 한국 청년 문화의 주류인 이른바 '신세대 문화'에 실천적으로 개입하고 싶었다. 그것은 대중 매체에 의해 강요된 신세대 청년들의 정체성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우리의 '대안적' 해석을 제출하고 싶은 욕망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록 음악계의 상황에 대해 발언하고 싶은 욕망이다. 그런데 이는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작업 도중 자문을 구했던 뮤지션, 평론가, 매니아들은 우리의 작업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책 한 권 쓰는 일로 현실이 바뀔 수 있다는 우리의 생각이 망상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쓰면서 얻은 가장 소중한 역설적 교훈은 책을 쓰는 일보다 중요한 일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었고, '행동'이 없다면 한국에서는 록 음악도, 하위 문화 / 반문화도 전망이 계속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음악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건축물을 보고 춤추는 것과 같다 Writing about Music is like dancing about architecture"라는 말처럼 음악에 관한 글쓰기는 너무도 많은 사전적 제약을 갖는다. 하지만 어쩌랴, 배운 도둑질이 그것인 것을……. 우리는 마음을 다잡고 책을 완성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렇지만 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얼터너티브는 아직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므로 전반적으로 평가를 내리는 일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얼터너티브라는 현상은 급작스럽게 발생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진화의 산물로 간주할 수 없지만, 이전 시기의 문화적, 예술적 산물들과도 불가분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얼터너티브 음악의 의미를 논할 때 록 음악의 역사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러다 보니 서툰 솜씨로 인터넷을 뒤지고 외국에 책과 레코드를 주문하면서 우리는 책의 구성을 완전히 바꾸다시피 해야 했다. 아마도 현 시점에서 록 음악에 관한 책을 구성할 때 가장 안전한 방법은 엘비스 프레슬리로 시작하여 커트 코베인으로 끝내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방법은 너무 고루할 뿐더러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전제한다. 그 이데올로기는 '록 정신 rock spirit'이라는 경직된 기준으로 1960년대를 절정기로 간주하고, 1950년대와 1970 80년대를 그 앞뒤에 적절히 배치한 다음 1990년대를 록 정신의 부활로 간주하는 편리한 구성을 제공해 준다. 그런데 이런 신화론적 mythologic 이고 '평론가적'인 접근으로는 비동시대성이 공존하는 1990년대 록의 복잡한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감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1990년대의 밴드를 각 장의 화두로 삼아 논의를 전개하기로 했다. 독자들은 화두와 내용의 불일치에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제1장의 경우 그린 데이를 화두로 하면서 정작 그린 데이에 관한 얘기는 한두 페이지 정도밖에 안 나온다. 이 정도는 양해를 바랄 수 있는 문제지만, 더 큰 문제점은 처음 기획했을 때의 의도와는 달리 '아티스트 해설'이라는 그리 달갑지 않은 형식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책을 재미있게 쓰려는 고려에서 나온 양보였지만, 그 과정에서 록 음악과 관련된 여러 주제들을 깊이 다루려던 본래의 의도가 잘 드러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이론적 연구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상황에서 주제들의 '체계'를 제시하는 일도 우스울 것 같다.★ 결국 '작업의 어려움' 어쩌구 하면서 주접만 떤 셈인데, 각 부에서 다룰 주제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머리말을 마칠까 한다. 제1부는 '니르바나 폭발 Nirvana explosion'의 해인 1991년부터 그 파장이 시들해진 1994년까지의 기간에 얼터너티브의 주요 흐름을 형성한 밴드들에 대해 고찰한다. 주로 다룰 대상은 이른바 '시애틀 그런지'인데, 이를 통해 하위 문화와 반문화, 예술과 상업에 관한 테마가 관련 부분들에서 고찰될 것이다. 제1장의 4절까지는 1970년대까지의 록의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록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정리한 정도인데, 이 주제가 지루하도록 익숙한 사람은 제끼고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또, 헤비 메탈의 역사를 약술한 제3장의 1절, 1960 70년대의 록을 다룬 제4장의 3, 4절도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너무 장황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제2부는 1980년대 초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말이 아직 없던 시절 언더그라운드의 '인디(펜던트) 씬'에서 얼터너티브를 개척해 온 '포스트펑크' 밴드들을 소개한다. 먼저 U2의 경우에는 영국의 포스트펑크 씬의 상황에 대한 소개와 함께 비교적 짧은 언더그라운드 시절을 거친 다음 주류에 진입한 밴드가 어떻게 주류와 싸워 나가는지를 볼 것이다. 그 뒤로 우리는 미국 각 지역의 선각자들을 만나 볼 것이다. 소닉 유스를 통해서는 뉴욕의 아방가르드 씬을,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등을 통해서는 LA의 '쓰래시 훵크' 씬을, 허스커 두, 미트 퍼피츠, R.E.M.으로부터는 미국 변방 소도시의 인디 씬을 다룰 것이다. 제3부는 얼터너티브의 미래라는 주제로 여러 가지 새로운 흐름을 다룰 것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해 두자면, 제3부에 등장하는 뮤지션들이 모두 '젊은' 뮤지션은 아니다. 시기와 연배가 어떻든 '포스트그런지' 시대를 개척할 수 있는 여러 계열의 음악적 조류를 다루면서 세기말 로큰롤의 장래에 대해 논할 것이다. 따라서 제3부는 제1, 2부에 비해 다소 이론적인 글이 될 것 같다. 제4부는 한국 록 음악의 현실에 대한 접근이다. 1990년대 중반에 의미 심장하게 대두한 록의 몇 가지 흐름을 채취하여 그것에 대해 자의적으로 얼터너티브의 의미를 부여해 보았다.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역시 어려움은 먼 데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충분한 조사의 미비, 이전과는 다른 시각의 형성, 분주함을 빙자한 게으름 등 여러 이유가 겹쳐 이번에는 일단 제1부와 제2부만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현재 작업중인 제3부 이후에 대해서는 민망하게도 차례만을 첨부한다. 뒤늦게 "부록"을 첨부한 것도 시작할 때의 의도가 달성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부분적으로나마 만회하기 위한 것이다. "부록"은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한 여러 밴드들을 외국 연구자의 입을 통해 간략하게 알아보는 기획이다. 각 장은 팀 성원 각자에 의해 집필이 시작되었고, 서로 돌려 보면서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개인의 작업이 아니라 '복수複數로 씌어진' 팀 작업이었기 때문에 각 장마다 개인 필자를 명기하지는 않았다. 편자는 다른 성원보다 '많이' 작업했을 뿐 중심에서 고정된 시각을 강요하거나 위로부터 작업을 주도한 일은 없다. 이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분들은 일일이 이름을 거명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 책의 지은이에는 허드렛일을 포함한 여러 가지 작업을 도와 준 얼트.바이러스의 회원들, 특히 조성관, 황혜림, 서지연의 이름이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얼트.바이러스의 모임을 위해 공간을 제공해 준 서울 사회 과학 연구소의 김진균 소장님 이하 모든 연구원들(특히, 문아영 연구원)의 '불편'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취향과 무관하게 소중한 자료를 구해 준 뉴욕에 사는 편자의 누님, 그리고 니르바나만 틀면 "시끄러워, 뽀뽀뽀 틀어 줘"라고 조르던 네 살바기 딸과 남편의 '어린아이 같은' 작업에 미심쩍은 눈길을 주면서도 늘 따뜻하게 감싸 준 아내의 도움은 몇 마디 말로 할 것이 못 된다. 또한, 우리에게 '한국에서의 펑크 록'의 가능성을 보여 준 클럽 '드럭'의 대표 이석문 씨와 크라잉 너트, 옐로 키친, 갈매기 등의 '개러지' 밴드들이 준 영향은 매우 큰 것이었다. 또한 시나위의 신대철, 정한종, 신동현, 김바다, 크래쉬의 안흥찬, 배드 테이스트의 원종우, (구) 토마토의 권병준, 그리고 한영애, 강산에, 안치환, 이한철, 김현종 등 뮤지션들과의 짧은 시간 동안의 만남은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한 것 이상의 통찰력을 안겨 주었고, 우리를 '현실적으로' 사고하게 해 주었다. 집필을 거의 완료한 뒤의 일이지만, 노이즈가든의 윤병주,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 델리 스파이스의 윤준호, 김민규와의 사석에서의 장시간의 토론은 이 책에 담긴 내용과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 생산적인 기회였다.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한 계기로 해후하여 1970년대 말 프랑스의 펑크 씬의 상황을 소개해 준 프레데릭 베르텡 드니 Prederick Bertin-Denis 와 그를 소개해 준 마리 오랑쥬 리베 Marie Orange Riv 에게도 감사드린다. 그 외에도 작업 중에 만나 이런저런 조언을 주었던 소설가 이인성, '영화 청년' 정성일, '게이 인텔렉추얼' 서동진, 록 평론가 임진모, 성우진, 성문영, 박은석, '열혈 문화 투사' 노염화, '신세대 매니아' 최윤석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지만 편자를 늘 긴장하게 만들었던 다른 많은 인물들이 없었다면 이 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편자에게 책을 만들기를 권유했던 중앙일보사의 허문영 기자와 한창호 기자, 한나래 출판사의 모든 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변은 너무도 당연한 나머지 빠뜨릴 뻔했다. 그렇지만 우리의 노력과 의도가 어떤 것이었든 이 글이 주는 효과는 오직 독자에 의해 새롭게 생산될 뿐이다. 분기하고 증식하는 사유의 운동을!
음악 비평 모임 '얼트.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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