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사회주의의 이론 역사 현실 책소개
(Introduction) 저자의
평 (Self-critique)
너무 오래되어서 이젠 기억도 잘 안난다. 남아있는 파일도 없고 출판사(도서출판 민맥)도 전업한 상태라서 헌책방 아니라면 책을 구할 길도 없다(황당하게 들리겠지만 민맥은 '레이블 인디'의 모태가 되는 출판사다). '(구)소련 사회에 대한 운동권적 관심'이 부활할 전망은 거의 없는 상태라서 재출판될 일은 없을 듯하다. 단지 내가 저술한 부분에 대한 나름의 애착은 있다. 그 부분은 [신경제정책(NEP)의 전개와 1929년의 '대전환']이라는 부분인데, 레닌이 죽은 뒤 스탈린이 정권을 잡기까지의 상황을 '무협지처럼' 서술했다. 애착이 가는 점은 엉뚱하게도 글의 '내용'은 아니다. 이 주제는 국내외에서 많은 저술이 있고 '스페셜리스트의 영역'이므로 나같이 그곳에 가보지도 않은 주제에 뛰어난 글을 남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나의 애착은 '글쓰기'에 대한 나의 자의식이 싹트던 무렵에 쓴 글이라는 점, 그리고 나름대로 당시의 지배적 글쓰기 형태를 비켜섰다는 점이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관심없겠지만 당시의 글쓰기는 진중하고 살벌한 형식이 대세를 이루었는데, 이 글은 '무거운 내용을 가볍게' 처리하려는 노력이 조금은 엿보인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의 글들을 모아 내가 '책임교열'한 최초의 책이다. 일종의 'remix'인 셈인데, 이런 방식은 최근까지도 나의 스타일로 굳어진 듯하다. '필자들의 개성'과 '책의 일관성' 사이의 모순을 다루는 방법을 처음으로 배웠다고 할까. 아무튼 칼 마르크스의 사상은 나의 어딘가에 남아 있는 건 분명하다. 어떤 형식으로 남아있는 것인지는 나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설령 그걸 알면 뭐할까... 최종수정(20010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