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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 테크놀로지와 음악산업: 'mp3 상품'의 온라인 시장의 (불)가능성을 중심으로

* 주: 이 글은 서울대 경제학과 이근 교수가 주도하는 정보통신기술 관련 프로젝트로 발간될 책에 수록될 글입니다. 아직 완성된 글이 아니므로 읽어만 보시고 인용 등 공적인 행동은 삼가주십시오. 덧붙여 이 글을 쓰는데 중요한 자료와 정보와 견해를 '업로드'해주고 '공유'를 허락해준 이정엽(evol21@weppy.com)님과 송창훈(anarevol@nownuri.net)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달리 말해 이 글은 거의 그들과 공작인 셈입니다.

1. 한국의 음반산업의 위기를 초래하는 정보통신기술?

이 글의 목적은 정보통신기술이 대중음악과 관련된 산업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한국의 음반산업이 현재 어떤 형세를 취하고 있는가를 개괄적으로 검토하는 일이 필요하다. 1980년대 말부터 10여 년간으로 시기를 국한시켜 고찰하면 일단 다음과 같은 바람직한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 1997년 현재 연간 매출액 약 4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규모로 판단한다면, 한국의 음반산업은 본격적으로 성장산업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규모는 세계 10위 권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또한 선진국의 음악산업이 이미 성숙단계를 넘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적어도 1990년대 중 후반까지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선진국의 음반산업이 1990년대 초 어느 정도의 회복과 성장을 보인 후 1990년대 중반 이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음반산업은 이들 나라와는 상이한 발전단계를 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둘째,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여타 산업부문과 비교해 볼 때, 음반산업은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의 비중이 크다. 이는 기본적으로 1980년대 중반까지 음반산업이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면도 있지만,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을 무시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왔던 국내 대기업의 관행에 비추어 본다면 특이한 예에 속한다. 1980년대 후반 음반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한 대기업들 중에서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뮤직만이 1990년대 중반 어느 정도의 시장지분을 차지하였을 뿐이다. 1998년 이후에는 삼성뮤직을 포함하여 모든 대기업 음반사들이 시장에서 퇴출 되었다.

셋째, 한국의 음악산업에서는 국내 대중음악(이른바 '가요')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1990년대 이후 이른바 '가요(국내 대중음악)' 대 '팝(주로 영어권의 대중음악)'의 시장점유비율은 대략 7 : 3 정도이고, 이 비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단지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만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데, 왜냐하면 이런 특징이 다른 문화산업에 비해서도 특이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내부문의 비중이 30-40% 정도인 영화산업이나 비디오산업과 비교해 본다면 한국의 음반산업은 적어도 국내시장에서만은 '자생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980년대 말 자회사를 설립하여 음반의 직접 배급(이후 '직배'로 약함)을 시작한 다국적 음악기업의 시장 진입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다.

정리하면 1980년대 말 이래 한국의 음악산업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국내에서 제작한 음반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바람직한 특징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한국 음반산업이 뿌리깊은 구조적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이 역시 대략 세가지로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지속적 성장의 이면에는 발매되는 음반 종류에 따르는 판매량의 극심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1993년 이후 한국 음악산업계는 1년을 기준으로 너댓종의 밀리언 셀러(milllion seller)를 탄생시켜 왔지만, 그 이면에는 10,000장 이하의 판매고만을 기록하는 음반이 70% 를 넘고 있다. 음반 1종 당 손익분기점을 판매량 50,000장 수준으로 잡는다고 했을 때 이는 '투기적 제작으로 인한 자원의 낭비'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중소기업(혹은 자영업) 주체의 음반 제작에도 불구하고 음반에 담긴 음악의 장르가 다양하지 않으며 이들 중소기업들이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순수 예술음악(art music)이나 전통 민속음악(folk music)같은 비상업적 음악이 시장에서 배척받는다는 점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의 다양한 장르들 중에서 특정 장르(1990년대 이후 등장한 '신세대 댄스 가요')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중소(혹은 독립) 음반사의 존립 근거가 '장르의 전문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국내 기업 중심이라는 특징의 이면에는 '전근대성'이라고 표현되는 음반의 제작 및 배급 과정의 불투명성이 자리잡고 있다. 전근대적 성격은 음악인과 음반사 사이의 계약관계 및 수입분배 과정부터 자금조달 및 홍보, 배급 과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폭넓게 나타난다. 그 결과 음악산업의 시스템은 여타 산업부문과 비교해 보더라도 '현대화'의 수준이 낮으며, 각종 '무자료 거래'와 '비공식 관행' 등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는 아직도 공정하고 투명한 음반판매 집계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현실, 그리고 불법복제음반이 아직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면 한국의 음악산업의 시스템은 '소규모의 제작주체가 국내 시장에서 거대한 수익을 목표로 투기적으로 음반을 제작한다'는 아이러닉한 특징을 갖는다. 이런 특징이 1990년대 이후 음악산업을 본격적으로 '산업'으로 성립시켰음과 동시에 단기간에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각종 문제점을 파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1997년 말의 경제위기 이후 음반산업의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경기위축의 여파로 음반시장의 규모가 격감했다. 1998년의 시장규모는 1997년에 비해 무려 13%나 감소되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음반이 '사치재'라는 성격 상 소득탄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일반적 설명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현 상황은 단지 경기침체라는 순환적 경기변동을 넘어서는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도매상의 연쇄부도와 소매상의 대량도산이라는 현상은 기존의 배급 및 유통 시스템이 붕괴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대박'을 노리는 소규모 기획사의 투기적 음반제작은 계속되고 있다. 음반 1장 당 판매량은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한 반면, 발매되는 음반의 종(title)의 종 수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더불어 한두 개의 특정 장르의 독주도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확실한 수요'를 가진 소비자인 10대 시장을 겨냥한 대량 판매 이외에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태다.  

여기서 본 연구의 핵심적 주제를 논할 필요가 있다. 음악산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음반시장의 위축의 원인의 하나로 'mp3의 보급'를 꼽고 있다. mp3가 무엇인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뒤로 미루어야 할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인터넷의 보급에 따라 과거에 음반을 구매하던 사람들이 mp3를 다운로드받으면서 음반시장 자체가 고사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mp3의 대부분은 '불법복제음반'의 새로운 유형으로 지목받고 있으며, 따라서 저작권법에 의해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한국 음반산업협회가 소리바다라는 인터넷 mp3 다운로드 업체를 고소한 사건이다.

본고는 이런 논점을 다루고자 한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mp3가 첨단 정보통신테크놀로지의 산물이며 따라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해결되기 힘든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한다면 이제까지 말한 '음반산업'이란 이제는 '오프라인 음악산업'이라는 말로 다시 표현해야 할 것이다. 즉, 정보통신사회에서 음악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단지 오프라인에서 음반을 배급·판매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산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가 미래의 음악산업의 발전에 결정적이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물론 현 상황에서 '온라인 음악산업'이라고 할 만한 실체는 불명확하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이 '새로운' 산업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에서 연유한다. 따라서 그것이 본격적 시장이나 산업으로 성립한다면 현 시점에서 예상하는 것과는 매우 상이한 형태를 취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음악산업의 몇 가지 예를 들어 볼 수는 있다. 하나는 현재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배급되는 음반 상품을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판매하는 경우다. 첫 번째 떠올릴 수 있는 유형은 '온라인 CD 숍(혹은 CD 몰)'이 그것이다. 이 경우 오프라인과의 연계가 필수적이지만 인터넷의 속성으로 인해 오프라인 판매와는 상이한 성격이 존재한다(예를 들어 물류비용이나 재고비용의 부재, 포장비용과 발송비용의 존재 등등). 두 번째 유형은 기성의 음반 포맷을 취급하지 않으면서 mp3 등 디지털 파일 형태를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배급하는 경우다. 이른바 '디지털 배급'이다. 마지막으로 두 번째 유형과 연관된 각종 '음악 서비스의 제공'도 새로운 음악산업의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본고는 이런 새로운 온라인 음악산업이 현 시점에서 어떤 형세를 취하는가를 분석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정보통신 테크놀로지의 효과는 시기별로 지역별로 상이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즉, mp3가 미국의 음반시장에 미치는 효과와 한국의 음반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동일하지 않다. 여기에는 각 나라(혹은 지역)의 제도, 관행, 절차, 시장의 특징들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의 음반시장의 시스템에 대해 mp3가 어떤 효과를 미치게 될 것인가라는 주제를 논하기 앞서 음악산업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일반적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 절은 일단 이런 기본적 주제를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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