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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에세이에 들어있는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2): 방그라, 드럼 머신과 레게와 만나다 가 너무 길어서 축약본을 보고 싶은 분을 위한 '요약본'입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용어부터 정리해 두자. 하나는 '아시아/아시안'이라는 용어다. 영어로 멋지게 발음하려면 '에이젼'에 가깝겠지만 아시아인이 유럽인이나 아메리카인의 발음을 따라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아시안으로 발음하자. 그건 그렇고 문제의 핵심은 '아시안이란 용어가 어떤 문화적 의미를 갖는가'이다. 이는 곧 '아시아인의 눈으로 본 아시안'이라기 보다는 비(非)아시아인이 보는 아시안이란 어떤가라는 문제다. 유럽과 아메리카가 문화적 헤게모니를 누려오고 있는 상황에서는 별 수 없는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양인이 생각하는 '아시안'의 표준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피부색이 검은 편이다. 그러니까 한국, 일본, 중국같은 온대 지역에 거주하는 누리끼리한 피부의 사람보다는 중동과 인도, 그리고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및 태평양 군도 등 아열대나 열대 지역에 거주하는 거무튀튀한 피부의 사람이 아시안의 표준적 이미지다. 불만이라구요? 하기사 일본인들은 메이지 유신 이후로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선언해 왔고, 중국은 나름대로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니 '우리가 어떻게 니들이랑 같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은 어떨까.... 글쎄 이건 뭐 오늘의 주제는 아니다. 두 번째는 '인디언'이라는 용어다. 영어로 Indian으로 쓰인 단어를 '인디언'으로 번역했다가는 문맥이 엉뚱해질 때가 많다. 남아시아대륙의 인도인, 북아메리카 대륙의 네이티브 인디언, 중남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오도 영어로는 모두 'indian'이다. 그러니 아시안과 인디언의 공집합은 남아시아 대륙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인 셈이고 이 사람들이 만들고 즐기는 음악이 오늘의 주제다. 이 음악은 이른바 방그라(bhangra)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남아시아 대륙은 인도 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의 나라들로 갈라져 있고, 이 나라들은 모두 인구밀도 높기로 유명하니 '방그라 = 인도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부정확하다. 조금 더 정확을 기하면 방그라는 인도의 북서부에 위치한 펀잡(Punjab)의 민속 음악이다. 펀잡이라는 지방에 대해서는 다음 세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1) 현재 펀잡 지방은 (힌두교를 신봉하는) 인도와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파키스탄 사이에 분단되어 있다. 2) 펀잡은 비옥한 곡창 지대로서 인근 나라들으 끊임없는 위협을 받아 왔다 3) 펀잡에는 시크(Sikh)교라는 '과격한' 종교를 신봉하는 신도들의 근거지가 있다. 방그라는 곡물수확기에 펀잡의 농민들이 즐기던 춤과 음악을 지칭한다. 돌(dhol)이라고 불리는 북과 툼비(tumbi)라고 불리는 한줄 짜리 현악기가 방그라에 필수적인 악기다. 물론 이 지역이 워낙 심난하다 보니 개중에는 시크교를 신봉하는 펀잡의 영웅들도 존재하고 이들을 기리는 가사도 많다. 대표적인 인물은 영국이 인도를 지배했을 때 영국인 총독을 암살한 우담 씽(Udam Singh)이라는 인물이다. 방그라는 강강수월래같은 춤이고 우담 씽은 윤봉길 의사같은 인물이라고 말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그게 언제 적 이야기냐고? 너무 뜸을 들였지만 본론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종교 분쟁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자 많은 펀잡인들은 조국을 등지고 영국으로 이주를 결행했다. 그 결과 런던, 버밍햄, 맨체스터 등의 공업지대에는 인도인 혹은 아시안들의 밀집거주지역, 이른바 게토가 만들어졌다. 이와 더불어 방그라도 영국으로 수입되어 이들 인도계 영국인 주민의 커뮤니티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1993년 아파치 인디언(Apache Indian)이라는 이름의 인도계 음악인이 "Arranged Marriage"라는 곡을 영국 팝 차트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방그라는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곡은 방그라라기보다는 레게 혹은 레게 랩(혹은 라가 ragga)에 가까운 것이었고 실제로 레게 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서 팝 차트로도 이동한 케이스다. 아파치 인디언의 음악은 비슷한 시기 한국의 룰라같은 댄스 그룹들이 부르던 노래나 큰 차이는 없다. 게다가 같은 아시안이라서 그런지 보컬은 영락없는 '각설이 타령'같은 레게 창법이다. 이른바 토스팅(toasting)이라고 부르는 보컬 스타일이다. 물론 한국에서 레게는 '아무 족보도 기원도 없이 들어왔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트렌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영국에서는 조금은 달랐다. 그건 바로 인도계 커뮤니티와 자메이카계 커뮤니티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묘한 상징작용도 있는데 다름 아니라 자메이카계들도 '서인도인(West Indian)'이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골상은 전혀 달라도 모두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그네들의 용법은 해괴하지만, 이렇게 '하위문화들 사이의 접속'을 낳았다는 점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그래서 영국의 평론들에서는 이런 새로운 조류를 '아시안 비트'라고 홍보해 대기 시작했다. 아파치 인디언은 '래퍼'에 가까웠지만, 코너숍(Cornershop)같은 록 밴드에 가까운 그룹이나 아시안 덥 파운데이션(Asian Dub Foundation) 같은 테크노 계열의 그룹도 등장했다. 요가나 명상수련을 할 때나 듣던 인도 음악은 이로써 현대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수박 겉핥기에 그친 이번에 이어 다음에는 그 과정을 조금 더 상세히 알아보자. 아, 그리고 숙제! 주변에 거무튀튀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주 발견되면 그들이 즐기는 음악도 들어 올 것. '구청에서 주최하는 위민잔치'가 종종 있다고 하니.... * 웹진 <펜슬>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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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그라는 곡물수확기에 펀잡의 농민들이 즐기던 춤과 음악을 지칭한다. 돌(dhol)이라고 불리는 북과 툼비(tumbi)라고 불리는 한줄 짜리 현악기가 방그라에 필수적인 악기다.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많은 펀잡인들은 조국을 등지고 영국으로 이주를 결행했다. 그 결과 런던, 버밍햄, 맨체스터 등의 공업지대에는 인도인 혹은 아시안들의 밀집거주지역, 이른바 게토가 만들어졌다. 이와 더불어 방그라도 영국으로 수입되어 이들 인도계 영국인 주민의 커뮤니티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1993년 아파치 인디언(Apache Indian)이라는 이름의 인도계 음악인이 "Arranged Marriage"라는 곡을 영국 팝 차트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방그라는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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