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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박, '아시아계 미국인 록 음악'의 히어로
박수영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이 있다. 민족(ethnicity)은 한국이고, 국적은 미국이다.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록 밴드 시임(Seam)의 리더이다. 같은 박(朴)씨 성을 가진 박찬호나 박세리같이 한국을 빛낸 영웅은 아니지만, 그곳의 인디 음악계에서는 무시못할 지위를 가진 존재다. 국제적 밴드인 스매싱 펌킨스가 씸의 음악을 모방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국내에서는 '영미 음악에 중독된 매니아'들 정도만 그의 음악에 주목해 왔다. 그가 한국에 온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곳에서도 '인디'니만큼 그가 참가하는 공연도 인디 음악계의 '조촐한' 행사 중의 하나인 <소란 99>이다.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양일간 광운대 문화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씨임은 델리 스파이스, 미선이, 이한철(과 불독 맨션) 국내의 뮤지션들과 같은 무대에 선다. 베테랑 뮤지션인 장필순도 공연의 취지에 공감하여 참가를 약속했다. 박수영과 씸의 이름은 1995년 < 이번 공연이 이제 막 싹트고 있는 '한국의 인디 음악계'와 '미국의 아시안-아메리칸 음악 씬'에 어떤 영향을 낳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쨌든 양자 모두 '필요'를 느꼈고, 필요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 '파이팅 코리아' 등의 작위적 합일의 시도는 불필요해 보인다. 마이클 잭슨과 H.O.T.가 함께 하는 '위로부터의 연대'도 필요하긴 하지만 '비용'이 너무 크다. 이번 공연은 아래로부터의 보다 절실한, 보다 일상적인 소통과 연대라는 '비현실적 꿈'이 펼쳐지는 자리다.
1999.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