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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음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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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음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세기말'이(라고 한)다. '문명의 과도한 발전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과 불안감' 식의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모 대기업의 PCS폰 광고에서 예쁜 여자 탤런트가 로봇같은 동작으로 움직인다. 가수로 변신한 여배우는 뮤직 비디오에서 우주복같은 '사이버틱'한 의상을 입고 있다. 이럴 때 나오는 것은 기계음같은 강박적 비트다. 인간은 기계가 되고, 기계는 인간적이 된다. 뭐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최근의 하나의 유행이고, 이 유행은 '테크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근데 유행을 진단하기 앞서 테크노 음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질문이 간단할수록 답은 복잡하기 마련. 쉽게 정의하기는 힘들다. technology에서 나온 말이니 '기술'과 연관된 음악이라고 추측을 시작하자. 테크놀로지라는 말도 너무 포괄적이니 '아무 기술이나 다'가 아니라 최신의 테크놀로지로 좁혀 보자. 이른바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비롯한 디지틀 테크놀로지가 그것. 아하 그러니까 테크노 음악이란 컴퓨터 등 전기.전자장비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음악이란 뜻이구나. 일단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악보지를 앞에 놓고 악기와 목소리를 이용하여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 모니터를 앞에 두고 마우스를 클릭히고 키보드를 클릭해서 음악을 만드는구나. 물론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샘플러나 신시사이저 등의 전자 악기를 이용해도 된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모호하다고? 솔직히 그렇다. 이렇게 말해버리면 순수음악계의 난해하기 짝이 없는 실험 음악부터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3분짜리 가요까지 전부 테크노 음악이 되버리니까. 이럴 때는 '협의의 정의'를 동원하는 게 산책이다. '사람들이 테크노라고 부르는 음악'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언더그라운드 댄스 클럽'(우리나라에서는 '테크노 바')에서 연주되고 즐기는 음악으로 좁혀진다. '댄스 음악'이라곤 하지만 예쁘장한 언니 오빠들이 나와서 춤추는 것을 감상하는 음악이 아니라, 험상궂게 생긴 DJ가 플로어 한 구탱이에서 믹싱 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나오는 음악이다. 유일한 '뮤지션'은 악기를 잘 다루는 연주자도 노래 잘부르는 가수도 아니고 바로 이 DJ다. 그래서 테크노 음악이란 말이 모호하니까 그냥 'DJ 음악'이라고 부르자는 주장도 있다. 도대체 어떤 음악이냐고? 일단 기계음의 비트는 대체로 공통적이다. 하지만 리듬이 똑같지는 않다. 본래는 '붐 붐 붐 붐'거리는 정박의 비트가 테크노의 상징이었지만 요즘은 록이나 힙합 리듬도 들어오고 꽤 복잡해졌다. 멜로디는 어떤 거냐고? 우리는 멜로디 그러면 '보컬'의 멜로디를 떠올리지만 테크노 음악에서 '노래'가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 음렬(sequence)이라고 불리는 모티브(앗! 전문용어다)가 반복되면서 멜로디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 거기에 온갖 곳에서 채집(sampling)된 음들이 여기저기 배치된다. 그러니까 테크노 음악의 범주에 포함되는 음악들은 '다양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장난 아닌 스피드가 난무하는 '(디지틀) 하드코어'부터 졸릴 정도로 명상적인 '앰비언트'까지. 또 그 사이에 무수히 많은 변종들이 있다. 테크노 음악이 연주되는 곳으로 가보자. 시내 모처의 테크노 바라고 써있는 곳을 가면 된다. 모르는 사람은 찾기 힘들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곳은 나이트'하고는 좀 다르다. '히트 가요'를 적당히 리믹스해서 틀어주는 나이트가 다분히 이성 파트너의 '헌팅'(건전한 나이트 출입객들에게는 죄송합니다)을 위한 장소이다 보니 '에로틱'한 분위기가 연출되지만, 테크노 바는 좀 다르다. 그렇다고 록 공연처럼 '우리는 하나'인 분위기도 아니다. '여기는 우리끼리'라는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있고 그러면서도 주위 시선 의식하지 않고 제각각 즐기는 분위기가 있다. 그게 무슨 의미냐고? "입 닥치고 춤이나 춰(Shut Up And Dance!)"라는 분위기다. 테크노 음악과 레이브 문화에 대한 오해와 진상 젝스키스나 구피가 '저희가여, 이번에는 테크노를 했는데여'라고 말하고, 채정안과 이정현같은 예쁜 탤런트도 테크노 음반을 냈다. 또 666이라는 독일 출신 그룹이 방한까지 해서 유행시킨 이른바 '도리도리춤'이 한국에서 테크노 음악의 상징이 되었다. 이들 테크노의 '매스 미디어 버전'도 테크노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전모'는 아니다. 일단 '해외 토픽'을 들어보자. 해마다 여름이면 베를린에서는 '베를린 러브 퍼레이드'가 열린다.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테크노 페스티벌이다. 오만가지 괴상한 의상과 화장을 한 젊은이들이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다. 베를린 시는 페스티벌로 인한 관광 수입도 쏠쏠하다고 한다. 베를린 뿐만 아니라 유럽과 영국의 도시에서는 크고 작은 페스티벌이 '정부 지원' 하에 개최되고 있다고 한다. 테크노가 청년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댄스라는 행위가 단지 여가의 피곤을 푸는 보완적 기능 뿐만 아니라 일상의 권태를 넘어서는 문화적 실천으로 존중받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물론 테크노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처음부터 곱지는 않았다. 1988년대 후반 경부터 댄스 파티는 눅눅한 지하실을 벗어나 지상으로 심지어 야외로 진출했는데, 이를 레이브(rave)라고 부른다(갑자기 떠오르는 R.ef라는 이름은 생각해 보니 이런 레이브와 별 상관 없다). 인터넷 등으로 비밀리에 연락을 취하고 모처에 집결하여 날밤을 새워 마라톤 댄스 파티를 여는 일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1992년 영국에서는 이들을 족치기 위해 크리미널 저스티스 법안(Criminal Justice Bill)이 제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집시법'같은 거다. 대상은 좀 다르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테크노 DJ 들 몇몇은 1990년대 초중반 이후 '레코딩 아티스트'로도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앨범도 발표하고 '라이브 콘서트'도 여는 스타가 되었다는 뜻이다. 1997년 여름 팝 음악계는 영국
출신의 프로디지(The Prodigy)의 앨범 < 하지만 테크노 음악의 본거지가 여전히 언더그라운드 클럽이라는 사실은 불변이다. 스타 테크노 DJ들도 여전히 클럽에서 DJing을 한다. 테크노를 '팝 음악의 하나'로 즐기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전자 비트에 몸을 맡긴 채 밤새 춤을 추는 테크노 음악광들의 수도 늘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춤을 출 때 나타나는 정신상태를 트랜스(trance)나 엑스터지(ecstasy)라고 부른다. 곧이 곧대로 들을 필요는 없지만, "기슬(technology)을 통해 영성(靈性: spirituality)을 추구한다"는 심오한 컬트 사상도 등장한다. 엑스터지라는 약물도 종종 사용된다고 하는데, '굳이 약물을 왜 하느냐, 음악만 들어도 그런 상태를 경험하는데'라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테크노는 '말'이 필요없을 때 듣고 즐기면 된다.
음반 가이드 MTV's Amp(compilation) 타이밍도 테크노가 주류 음악계에 본격 입성한 즈음의 '테크노 인기 트랙 모음집'다. 타이틀은 당시 MTV가 신설한 '테크노 전문 프로그램'이다. 라인업은 영국 출신의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퓨처 사운드 오브 런던(Future Sound of London), 골디(Goldie), 오비틀(Orbital),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가 주축이고 독일의 아타리 틴에이지 라이엇(Atari Teenage Riot), 미국의 크리스털 메쏘드(The Crystal Method)도 결다리로 등장. 단, 이것만 듣고 '테크노 음악을 마스터했다'라고 말하면 비웃음 받을 수 있으니 조심. Trainspotting O.S.T. 한국 땅에 테크노라는 복음을 전파한 전도사. 욕먹을까봐 미리 말하면 테크노 트랙은 언더월드, 레프트필드, 베드록 이상 전부 세 개뿐. 그래도 언더월드의 <본 슬리피(Born Slippy)>가 들어있다는 건 테크노 현장학습으로는 영화를 직접 보면서 영국의 양아치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는 게 제격. Underworld, The Second Toughest in the Infants 이들 자신이 한때 무명 신스팝(synth pop) 그룹이었던 만큼, 1980년대 신스 팝에
열광했던 '언니'들이 테크노에 입문할 때 적격인 앨범. 신시사이저는 물론 기타 사운드나 보컬의 노래 등 익숙한 요소도 종종 등장한다.
한국판에는 Spawn O.S.T. 자신이 '열혈 록 매니아'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테크노에도 한번 기웃거리고 싶은 사람을 위한 종합선물. 왜냐하면 메탈리카, 매릴린 맨슨, 콘 등 유명 록 밴드가 나름대로 유명한 테크노 뮤지션과 합동으로 작업한 것이니까. 단, 록(이나 메탈)의 광신도라면 "테크노하는 놈들이 신성한 록 을 조져놨다"고 말할지도. '이들이라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조금은. Matrix O.S.T. 테크노, 힙합, 록을 제각각 따로 감상하면서 동시에 크로스오버까지 느끼고 싶은 사람을 위한
옴니버스. 하이 파이(hi-fi)이자 사이 파이(sci-fi) 분위기를 맛보면서 시끄럽고, 어둡고, 혼돈스러움을 느끼고 싶을
때 제격. 테크노 팬으로서는 미트 비트 매니페스토(Meat Beat Manifesto)와 프로펠러헤즈(Propellerheads)를
국내반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헬로윈 레이브 파티의 송가인 The Prodigy, The Fat of the Land 두말할 필요 없는 테크노 슈퍼스타의 최성공작. '여기는 우리끼리'라는 레이브 파티의 분위기를 '우리는 하나'라는 록 콘서트의 정서와 참 절묘하게도 결합시켰다. 그래서 때로는 이단아라는 말도 듣지만. 스타는 스타를 알아보는법인지 마돈나가 소유한 매버릭 Maverick 레이블에서 발매. 히트곡('곡'은 없지만) <파이어스타터 Forestarter>, <호흡 Breathe>가 역시나 '짱'. The Chemical Brothers, Dig Your Own Hole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케미컬 브라더스의 정규 2집 앨범. 어쩔 수 없는 '팝' 감성이 배어있는
테크노 듀오가 내놓은 식단은 <블록 로킹 비츠 Block Rocking Beats>, 브릿팝과 만난 달파란, <<휘파람별>> 늘 '깜짝 놀랄 일'을 선보이는 강기영의 테크노 프로젝트. 평소의 지론대로 '쌈마이'를 이용하는 기법이 탁월. 특히 뽕짝을 샘플링한 <휘파람을 불며>나 <휘파람 루프>는 복고적으로 코믹하면서도 미래주의적으로 진지하다. 이후의 작업이 궁금해지는 아티스트의 신호탄이자 워밍업.
1999.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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