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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joonProfile Articl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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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는 장르가
아니라 시스템이고
가요는 음악 장르가 아니다. 그건 '국적' 개념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된 지는 몰라도 '메이드 인 코리아' 대중음악은 모두 '가요'가 되었다. 목소리 꺾어서 웃기게 부르면 '트로트 가요'고, 통기타만 치고 노래부르면 '포크 가요'다. 구닥다리 얘기라고? 운을 맞추어 떠벌이면 '랩 가요'고, 눈감고 고음으로 불어제끼면 '발라드 가요'고, 디스토션 기타 반주에 노래부르면 '록 가요'다. 최근 하나 더 나왔다. 손가락에 마이크 끼고 노래부르면 '테크노 가요'다. 그래서 어쨌다고? 긁적긁적. 연초부터 비아냥거려서 죄송. 아무튼 '메이드 인 USA' 대중음악을 '송'이나 '튠'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팝송이란 말이 있지만 그건 그냥 보통명사에 가까워서 명확한 국적 개념은 없다. 미국의 대중음악은 별도의 명칭이 있다. 20세기 전반에는 재즈라는 이름으로, 후반기에는 록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를 평정했다. '당신, 선진국 콤플렉스 있군'이라고 질문할 지 몰라서 하나 더 준비했다. 이른바 '후진국' 중에도 대중음악계에 영향을 준 나라들이 있는데, 이들의 음악은 레게(자메이카)나 주주(나이지리아)라는 별도의 이름이 있었다. 언젠가 한 소설가가 "국악에서 '국'자를 떼어내지 않는 한 세계화는 요원하다"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나는 동감한다. 국악이나 국악처럼 가요를 국요라고 부르지 않는 거만 해도 다행이라고 여겨야지. 하긴 비슷한 용법을 사용한 나라가 없지는 않다. 프랑스의 샹송, 이탈리아의 칸조네, 스페인의 칸지오니 등등. 그런데 이제 이런 거 다 망했다. 반면 그동안 조용필과 계은숙 정도가 평정한 줄 알았던 일본의 대중음악이 갑자기 일취월장하여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작명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일본 대중음악은 엔까(演歌)도 가요고꾸(歌謠曲)도 아니고 '제이 팝 J pop'이다. 그게 무슨 차이냐고? 일단 음악에 '왜색'이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시스템이 혁신되었다. '한번 왔다가 사라지는 유행'을 만드는 스타 시스템이야 어느 나라나 다 있지만 그것 말고도 탄탄한 인프러스트럭처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X 재팬과 스피츠를 모르는 일본인이 꽤 많아도 그들에게 열광하는 한국인(및 다른 외국인)이 생길 수 있다. '세계화'에 대비하여 가요란 말 쓰지 말고 K pop이라고 쓰자는 운동이나 할까. 따라하는 것 같아서 찜찜하다. 아차, 북한 음악도 있으니까 SK Pop이라고 할까. 그러면 어떤 재벌기업만 좋을 테니 이건 안돼...차라리 가요라고 부르지 말고 업계용어인 '뽕'이라고 부를까. 그건 좀 그렇고... 누구 좋은 의견 업소? 하긴 소프트웨어가 바뀌어야 하드웨어가 바뀌지.
1999.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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