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Kino, [Posledniy Geroi(The Last Hero)], Moroz, 1989/1996

매끈하게 재포장된 '변화'의 목소리

"오늘날 러시아는 서방에서 하나의 패션이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이런 태도가 진지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우리를 '순교자'처럼 대한다. 오! 러시아 애들도 우리처럼 기타를 치네! 나는 순교자라고 느끼고 싶지 않다.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결정했다. 먼저 우리는 프랑스에서 앨범 한 장을 발매했다". 1989년 빅또르 쪼이의 발언이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이 음반은 1989년 프랑스의 발 도르쥬 스튜디오(Studio du Val d'Orge)에서 매스터링된 '베스트' 형식의 음반이다. 물론 프랑스에서만 발매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프랑스에서 동시 발매되는 형식을 취했다. 어쨌든 이 음반은 '서방 세계'를 염두에 두고 발매된 끼노의 작품인 셈이다. (참고로 끼노는 1985년 프랑스 텔리비전의 도큐멘터리 프로그램 "Rock around the Kremlin"에 출연하여 러시안 록의 존재를 알린 일이 있다).

먼저 선곡을 살펴보면 '뻬레쓰뜨로이까를 노래한 곡'으로 유명한 "Khochu Peremen(Demand Some Change)"은 이 음반에서만 들을 수 있다. '말 달리는' 듯한 후주에서 들을 수 있듯 정력적인 곡이다. 또한 "Elektrichka(Suburban Train)", "Posledniy Geroi (The Last Hero)"는 새롭게 편곡해서 레코딩했다. "Gruppa Krovi (Blood Type)"를 비롯하여 3, 7, 8, 9, 10번 트랙들은 1988년작 [Gruppa Krovi (Blood Type)]에서 선곡되었고, "Pechal (Sorrow)"은 같은 해 발매된 정규 앨범 [Zvezda Po Imeni Sontse (A Star Named Sun)]에 수록된 곡이다. 그래서 얼핏 들으면 [Gruppa Krovi (Blood Type)]에 몇 곡을 추가한 '편집 음반'처럼 들린다.

'편집'은 곡을 선별하고 순서를 재조정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이 음반의 사운드는 음질이 깨끗하고, 전체적으로 음이 높아졌다(주: 다시 연주하여 레코딩한 것인지 오리지널 레코딩의 트랙들을 소스로 하여 재편집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Gruppa Krovi(Blood Type)"의 경우 오리지널 레코딩은 F#m 키에 트랙 길이는 4분 44초이지만, 이 음반에서는 조성이 전체적으로 1/4음 정도 높아지면서 트랙 길이가 4분 정도로 짧아졌다.

이런 프로듀싱은 러시안 록의 '지저분한' 음색에 낯설어하는 이방인들의 귀에 맞추려는 효과는 있을 지 몰라도 정작 러시아의 골수 끼노 팬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물론 서방 세계에서 러시안 록에 대한 관심은 문화적 관심보다는 정치적 관심이었고, 러시아의 록 밴드가 '소비에트 체제에 대해 얼마나 저항적인가'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이런 점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런 복잡한 정황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전성기의 끼노의 작품들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음반인 것만은 사실이다.
20010811

* 참고
이 앨범 이전에도 미국에서 발표된 러시안 록의 샘플러 [Red Wave](1986)에도 끼노의 곡이 다섯 곡 수록된 일이 있다. 이 두 장짜리 음반에는 끼노와 더불어 뻬쩨르부르그의 동료 밴드인 아끄바리움(Akvarium), 알리사(Alisa), 스트레인지 게임스(Strange Games)의 레코딩이 모두 21곡 수록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 음반은 소비에트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비합법 음반'이라서 정규 발매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음반을 기획한 조애너 스팅그레이(Joanna Stingray)가 말하듯 "(소비에트) 당국의 허락을 받으려면 하세월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캘리포니아의 여성 록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조애너 스팅그레이는 뻬제르부르그에 수차례 방문하면서 러시안 록을 미국 시장에 소개하려고 노력했고, 끼노의 멤버 유리 까스빠리얀과 결혼했다.

수록곡
1. Khochu Peremen (Demand Some Change)
2. Elektrichka (Suburban Train)
3. Voina (War)
4. Trolleiibus (Trolley-train)
5. Pechal (Sorrow)
6. Posledniy Geroii (The Last Hero)
7. Gruppa Krovi (Blood Type)
8. Mama Mi Vse Tiazhelo Bol'ni (Mama, We're All Gone Bad)
9. V Nashikh Glazakh (In Our Eyes)
10. Spokoinaya Noch'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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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도 '록의 시대'가 있었네 (1): 빅또르 쪼이(Viktor Tsoi)
이글라=러시아판 트레인스포팅 혹은 트레인스포팅=영국판 이글라

관련 사이트

빅또르 쪼이 관련 러시아어 사이트
http://kinoman.net
http://as.stu.lipetsk.ru/~dik
http://www.music.ru
빅또르 쪼이 국내 팬 사이트
http://my.netian.com/~megathon
빅토르 쪼이를 비롯한 러시아 뮤지션을 소개하고 mp3를 제공하고 있다.
빅또르 쪼이 가사번역 사이트
http://dom.xocah.org:1919
한국어로 번역된 빅또르 쪼이의 가사를 볼 수 있고 끼노의 전곡을 감상할 수 있다.
빅또르 쪼이 다큐멘터리
http://www.crezio.com/kbsplus/videolib/video2_su_special1.htm
1995년 KBS [일요스페셜]을 통해 방영된 빅또르 쪼이 다큐멘터리의 동영상

* 웹진 [weiv]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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