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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트 문화와 록 음악 2 책소개 (Introduction) 후기 (Postface) 1990년대 중반의 '얼터너티브 록'의 전개 과정을 지켜 보면서 우리는 록 음악이 이제 더 이상 '대안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달리 말해 록 음악이 얼트 문화의 등가물이라는 우리의 '순진한' 발상은 상당 부분 포기된 셈이다. 2권에서 우리는 대안적 음악'만'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주류와 대안 사이의 모호하고 가변적인 관계를 추적하려고 노력했다. 또 그 과정에서 록과 팝의 구분을 해체(혹은 상대화)하면서 대안적(얼터너티브) 음악이란 팝의 영토 속에서 인디의 경제적 토대를 가질 뿐만 아니라 미학적 타자성을 생산하는 음악이라고 정의했다. 즉, 주류와 대안은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 사후적 효과로서만 결정된다는 점을 밝히려고 했다. 팝도 대안적일 수 있고, 록도 주류적일 수 있다. 이런 시도가 단지 복잡함과 모호함만을 가중시켰을 뿐인지, 아니면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서는 시각을 제공했는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그런데 '팝 대 록,' '주류 대 대안,' '메이저 대 인디' 등등의 오래 된 이분법을 해체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팝 음악에서 대안적 문화를 추구한다는 기획은 모순적이지는 않더라도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팝 음악의 문화적 등가물은 대중 문화(혹은 팝 문화)일 것이다. 그런데 이 용어는 너무 광범하고 모호하므로 우리는 미디어 문화 media culture 라는 조금 선명한 용어를 택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그런데 현대의 미디어는 대중화('매스' 미디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고도로 집중화되어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미디어 문화가 민주적이고 평등하다는 과감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반反팝적인 대안적 문화가 미디어 문화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미디어 문화는 모든 문화적 투쟁이 전개되는 내재적 장이고, 대안적 문화도 마찬가지다. 대안을 추구하는 것은 미디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미디어를 만들고 그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다. 우리가 전통적인 하위 문화나 반문화의 이데올로기에 저항한 것은 이 때문이다. 미디어, 테크놀로지, 나아가 산업주의와 도시주의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유토피아일 뿐이다.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1980년대의 상황에서는 적어도 상이한 미디어를 가진 대안적 움직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인디 레이블, DIY 음반, 언더그라운드 팬진 등은 집중화되어 조직된 지배적 미디어와는 달리 국지적이고 특수한 미디어들이었다. '다른' 사운드는 이렇게 '다른' 미디어들을 통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진정한 감정을 허위적으로 왜곡하는 주류 미디어와 그 감정을 진실하게 반영하는 대안적 미디어를 구분하는 것도 또 하나의 이분법이다. 계속 닥쳐 오는 양자 택일적 선택은 너무도 가혹하기만 하다. 모든 것은 스펙터클이라는 기 드보르의 잠언은 아직 대답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우리는 정말 지겹더라도 다시 펑크, 그런지, 매드체스터의 경험으로 돌아가야 할 듯하다. 펑크와 그런지가 폭발할 수 있었던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미디어를 '과다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섹스 피스톨스가 '국영' 미디어인 BBC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영국 왕실을 모욕할 수 없었고, 또 니르바나가 '상업적' 미디어인 MTV를 통해 홍보하지 않았다면 반상업주의적 태도를 대중적으로 유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스톤 로지스가 상대적으로 '실패'한 것은 미디어와의 관계를 잘못 풀어 나갔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모든 것을 주류 미디어의 네트워크에 진입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오해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에서 살펴 본 1980년대 초 뉴 팝의 전략은 이런 철학을 실행한 것이었고, 그 결과 주류 네트워크의 폐쇄 회로에 갇혀 버렸다. 물론 그들의 개입을 통해 팝의 관습은 근본적으로 변화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관습을 만들어 냈다. 펑크를 급작스럽게 반전시킨 뉴 로맨틱스든, 그런지를 점진적으로 수정, 변형시킨 '기업형' 얼터너티브 록 corporate alternative rock 이든, 혹은 맨체스터 사운드를 여과시킨 브릿팝이든 팝 음악의 새로운 질서와 체계를 만드는 것으로 정상화되었다. 펑크, 그런지, 매드체스터 등은 일종의 카니발이었다. 그렇지만 모든 카니발은 카니발이 끝난 '정상적' 상태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 모든 부정은 '부정되기 이전 / 부정된 이후'라는 대립항을 가정한다. 그럴 경우 모든 것은 시지프스의 노력으로 끝난다. 따라서, 사고를 전환해야 할 듯하다. 이제는 내부로의 바이러스 침투를 통한 아래로부터의 전복이라는 꿈, 일거에 모든 것을 변혁시킨다는 묵시록적인 생각을 거두어야 할 듯하다. 전복은 늘 새로운 주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뿐이다. "Turn You Upside Down"은 "We Are Turned Inside Out"으로 쉽게 전화되고, 따라서 카니발은 정상적 일상을 향한 간주곡일 뿐이다. 모든 역사와 마찬가지로 팝 음악(그리고 록 음악)의 역사에 '끝'은 없다. 역사의 종언은 '끝이 없는 끝 endless end'을 향한 역사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급진적이든 점진적이든 펑크나 그런지는 미디어를 통한 스펙터클의 지배가 '정말로' 파괴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가졌다. 그것은 '위대한 부정'이었지만 불가능한 꿈이었다. 파괴와 창조는 하나의 동일한 one and the same 것이라는 진부한 경구가 있다. 그렇지만 부정된 이후 새로운 질서나 체계를 만드는 대신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체계나 질서로 만들어질 수 없는 불연속적인 계열체의 운동을 관찰하고 또 욕망한다. 역사의 종언, 그리고 팝의 죽음은 단 한 번의 거사에 의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목적지에 접근됨과 동시에 결코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고 그로부터 일탈하는 끊임없는 여행이다. 팝에게 죽음을! 록에게도 죽음을! 니르바나 그리고 얼터너티브 록이여, 안녕! 후티 앤 더 블로우피시, 오아시스, 앨러니스 모리셋도 안녕! 모든 위대한 1980년대의 인디(그리고 / 또는 얼터너티브) 밴드들이여, 안녕! 그러나 죽음과 작별은 일회적인 것도, 영원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번번이 일어나면서 점멸하는 순간이다. 우리의 삶과 만남은 이런 계기적 죽음과 작별을 통해서만 비로소 '살 만한' 것이 된다. 이는 또한 팝 음악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구성하려는 오래 된 관습과의 작별을 의미한다. 팝 음악은 중세의 종교를 대치한 현대의 민중의 아편이다. 그렇지만 아니 그러므로 팝 음악을 무시하거나 경멸하지 말라. 그렇지만 팝 음악에 동화되거나 동일화되지도 말라. 팝과 자신을 일치시켜서 자신을 통제하지 말라. 팝을 통해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자신을 통해 팝으로부터 벗어나라……. 그것은 '자기의 재창조 reinvention'도, '자기 통제의 상실'도, '소음으로의 중독 Addicted To Noise'도, '대양적 감정으로의 익사'도 아니고 이 모든 것을 긍정하면서 아무것도 긍정하지 않는 것이다. 얼트 문화가 XX문화, XX족이라는 이름을 달 수 없는 '모호한' 것임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이 모호한 여행은 끝없이 계속된다.
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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