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Fun^da^mental, [Erotic Terrorism], Nation/Beggar's Banquet, 1998

  

  

힙합에서 테크노로? 그렇지만 여전히 '하드코어'한 아시안 맨

이 음반의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음악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앨범 표지를 보는 것으로 충분해 보인다. 곱슬머리에 콧수염을 한 아시아계 남자가 장총을 들고 비장한 모습으로 서 있고 그 옆에는 그의 동지인 듯한 여자가 겁먹은 표정으로 서 있다. 정식으로 소개하면 파키스탄계 영국인 아키 나와즈(a.k.a. 프로퍼간디)가 이끄는 펀더멘털의 정규 두 번째 앨범이다. 이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작 [Seize the Time](1994)과 비교하여 달라진 점에 주목할 것이다. 첫 번째 달라진 점이라면 엔지니어 그레임 홀더웨이(Grame Holdaway)를 제외하고는 '그룹'의 멤버가 모두 바뀌었다는 점이다. 베이스 연주자와 밴조 연주자의 이름이 크레딧에 올라 있지만 그룹은 실질적으로 '원 맨 밴드'가 되어버린 것 같다.

또하나의 차이는 음악다른 하나의 차이는 음악 스타일의 차이다. 펀더멘털은 계속 '하드코어'하지만 전작 [Seize the Time](1994)이 '하드코어 랩'에 가까웠다면, 이 음반은 '하드코어 테크노'에 가깝다('하드코어라는 용어가 '메탈과 힙합을 섞은 장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항의는 사절한다). 그건 앞서 말한 '원 맨 밴드'라는 조건이나 음반이 발표된 시점의 트렌드를 떠올리면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Demonised Soul"은 프로디지를, "Godevil"은 나인 인치 네일스를, "Furious"는 케미컬 브라더스를 각각 연상시킨다. 엽기적인 아기울음 소리가 등장하는 짧은 트랙 "Blood in Transit"는 '에이펙스 트윈의 초기작들 중에 비슷한 사운드를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물론 이건 1:1 대응이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깝다'는 의미다. 드러밍과 루핑이 난무하는 사운드와 여러 이펙트를 사용하여 보컬을 인위적으로 왜곡시킨 것도 당대의 트렌드와 연관지을 수 있는 요소다. 물론 "Ja Sha Taan"이나 "One Ness"처럼 인도풍의 보컬, 이른바 챈트(chant)와 타블라 연주가 중심이 되는 트랙도 있지만 여기서 전자음향과의 결합이 두드러진다. 물론 이런 결합이 탤빈 씽 등 클럽 DJ들의 음악들처럼 화학적 결합이라기보다는 물리적 병렬같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이 앨범은 랩핑을 통해 선명한 메시지의 전달에 주력했던 전작에 비한다면 이번에는 여전히 급진적인 메시지를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물론 이런 변화가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변신이라서 듣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또한 새로운 청중을 확보하기 위한 상업적 의도가 뻔히 드러나 보이는 경우와도 거리가 멀다. 사람의 목소리를 비롯한 여러 샘플의 삽입을 통한 현장감의 전달이나 가사에 담긴 메시지는 여전히 불굴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부클렛에 가사가 적혀 있지 않아서 띄엄띄엄 들리는 단어들만 가지고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독해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부클렛에 수록된 끔찍한 사진들을 보고난 뒤의 효과는 영어로 된 가사를 '해석'하여 이해할 때보다도 훨씬 생생하다. 문제는 '현실이 이토록 끔찍한데도 왜 나는 이렇게 심심한가'라는 게 현대사회의 지배적 정서라는 점인데, 이에 대한 해답을 이 앨범에서 찾기는 조금 힘들다.

수록곡
 
1. Oh Lord! (Devil Would Like a Word)
2.
Demonised Soul (My Head Bus on a Hard Surface But I Could Never Hurt It)
3. Godevil (All Tainted by Wickedness)
4.
Ja Sha Taan (Joo Ley Lal Mustt Qalander)
5. Blood in Transit (After Dinner Mints)
6. Repent (Not Repented Yet)
7. Deathening Silence (Thru Bloodless Birth My Being a Clone)
8. Furious (Cruatacean of the Sea, Organism of Dust)
9. See I a (Dust on Ants Feet)
10. The Distorted C (All We Want)
11. One Ness (Dhann a Dhann)
12. Sliced Lead (Fill It With Lead)
13. Tongue Gone Cold (Grown to a Medical Specimen Paranoid Mad Careless Dev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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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da^mental, [Seize the Time] 리뷰

펀더멘털 공식 홈페이지
http://www.fun-da-mental.com/

* 웹진 [weiv]에 게재됨.

  

 

 

 

 

곱슬머리에 콧수염을 한 아시아계 남자가 장총을 들고 비장한 모습으로 서 있고 그 옆에는 그의 동지인 듯한 여자가 겁먹은 표정으로 서 있다. 정식으로 소개하면 파키스탄계 영국인 아키 나와즈(a.k.a. 프로퍼간디)가 이끄는 펀더멘털의 정규 두 번째 앨범이다. 이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작 [Seize the Time](1994)과 비교하여 달라진 점에 주목할 것이다. 첫 번째 달라진 점이라면 엔지니어 그레임 홀더웨이(Grame Holdaway)를 제외하고는 '그룹'의 멤버가 모두 바뀌었다는 점이다. 베이스 연주자와 밴조 연주자의 이름이 크레딧에 올라 있지만 그룹은 실질적으로 '원 맨 밴드'가 되어버린 것 같다. ......펀더멘털은 계속 '하드코어'하지만 전작 [Seize the Time](1994)이 '하드코어 랩'에 가까웠다면, 이 음반은 '하드코어 테크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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