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Asian Dub Foundation, [Rafi's Revenge], Slash/Polygram, 1998 

  

  

레게, 방그라, 정글이 만나서 춤도 추고 혁명도 외치다

아시안 덥 파운데이션이라는 이름의 그룹이 어떻게 결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므로 별도의 소개를 참고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앨범을 제작할 때는 5인조의 라인업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아 두자. 그룹을 구성하는 멤버들의 면면이 특이하다면 첫째는 무엇보다도 '팝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로서는 특이하게 아시아계라는 점일 것이다. 이런 사실이 이제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면 두 번째 특이한 점이 있다. 그것은 퍼커션 연주자, 기타 연주자, DJ, 랩퍼 등 이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음악인들이 하나의 그룹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특이함은 이들의 음악의 특이함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 간략히 말한다면 덥/라가/댄스홀, 훵크/힙합, 정글/드럼&베이스, 방그라(및 벵골 음악) 등 이질적 음악 장르들이 한데 녹아 있다. 조금 더 분석적으로 말한다면 덥 레게(dub reggae)의 아주 낮은 주파수대에서 전개되는 베이스라인과 정글의 살벌한 브레이크비트가 섞여서 복잡한 리듬 패턴을 만들어내고, 그 위에 프리스타일 랩과 비슷하지만 그것과는 뭔가 다른 랩핑이 전개된다. 또한 이런 식의 '테크노 음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사람까지 배려하듯 흥미로운 기타 사운드가 여기저기 양념처럼 삽입되어 있다.

첫 트랙 "Naxalite"는 시타(sitar) 소리같은 기타가 딜레이음과 더불어 인트로(혹은 리프)를 만들고 그 뒤에도 각종 다채로운 노이즈를 만들어내는 것을 듣는 재미가 있다. '챈드라소닉(Chandrasonic)'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별명(본명은 스티브 챈드라 사발레)은 '테크노 음악'에 기타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노하우로 인해 붙여진 이름같다. 물론 이 곡보다는 다음 곡 "Buzzin"이 더많은 대중적 반향을 받을 만하다. 주문을 외는 듯한 보컬 뒤에 기타 라인과 브레이크비트가 등장하면 저절로 발과 머리가 흔들어지는 곡이다. 그러고 나면 보컬 스타일이 '라가머핀'하게 바뀌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다음 트랙인 "Black White"는 인도의 대중음악(종종 영어로 'indipop'이라고 혼동스럽게 표기하는 인도의 '팝')의 느낌이 완연한 키보드 소리와 '나나나...'하는 챈트와 더불어 레게 비트가 등장하다가 이내 랩핑과 어우러진다. 제목처럼 흑백의 만남, 동서양의 만남이 가장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트랙이다. 물론 '제 3세계'의 음악적 질료만 들으면 '깬다', '구리다'는 말이 조건반사로 나오는 사람에게는 예외.

비슷한 스타일이 전개되면서 중반부의 트랙들은 다소 지루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매스터 D의 자유분방한 보컬이 불쑥불쑥 등장하므로 음악 듣다가 조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물론 현악기의 가느다란 음이 유혹하는 "Dub Mentality"와 아코디온이 중간에 삽입된 "Tribute to John Stephens"는 덥이라는 장르(라기보다는 기법)이 '최면적 효과'로는 최고라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해 주므로 듣다가 꾸벅꾸벅 졸아도 괜찮을 듯하다. 두 트랙 모두 이들이 왜 '아시안'이면서 그룹 이름에 '덥'자를 넣었는가라는 의문도 풀어준다. 종반부로 가면 숨겨진 명곡이라고 할만한 음악도 만나게 된다. 마지막 트랙인 "Digital Underclass"는 랩핑 없이 키보드와 타블라 소리, 여자 보컬의 챈트가 드럼&베이스의 불길한 느낌과 조화되어서 '감상용'으로도 적절하다. 시작과 마지막에 슬쩍 삽입된 기타 사운드에서도 재차 음악적 센스를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앞 트랙인 "Rafi"도 랩핑은 조금 있지만 타블라 소리와 와와 기타 사운드가 부각되고 있다. 이런 스타일의 트랙들을 듣다 보면 '1960년대 인도풍 음악을 접목했던 싸이키델릭 록 음악들, 그거 혹시 사이비 아냐?'라는 불경스러운 말까지 니오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아 '춤도 추고 혁명도 외치는 음악'이라는 평에 어울리는 음악이자, 1990년대 후반의 테크노/일렉트로니카 씬은 물론 대중음악 씬 전체를 고려하더라도 가장 신선하고 독창적인 음반이다. 물론 레게나 방그라같은 음악은 '빈티나고 쌈마이스러운 스타일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숭고한 영국 음악에 왠 아시아적 요소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양자 모두 제외해야겠지만.

수록곡

1. Naxalite
2.
Buzzing
3.
Black White
4. Assassin
5. Hypocrite
6. Charge
7. Free Satpal Ram
8. Dub Mentality
9. Culture Move
10. Operation Eagle Lie
11. Change
12. Tribute to John Stevens
13. Raf1
14. Digital Under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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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3): 정치 선동 그리고 파란 눈의 아시안들
Asian Dub Foundation, [Community Music] 리뷰

관련 사이트

아시안 덥 파운데이션 공식 홈페이지
http://www.asiandubfoundation.com

  

 

 

 

 

 

 

 

 

덥/라가/댄스홀, 훵크/힙합, 정글/드럼&베이스, 방그라(및 벵골 음악) 등 이질적 음악 장르들이 한데 녹아 있다. 조금 더 분석적으로 말한다면 덥 레게(dub reggae)의 아주 낮은 주파수대에서 전개되는 베이스라인과 정글의 살벌한 브레이크비트가 섞여서 복잡한 리듬 패턴을 만들어내고, 그 위에 프리스타일 랩과 비슷하지만 그것과는 뭔가 다른 랩핑이 전개된다. 또한 이런 식의 '테크노 음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사람까지 배려하듯 흥미로운 기타 사운드가 여기저기 양념처럼 삽입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춤도 추고 혁명도 외치는 음악'이라는 평에 어울리는 음악이자, 1990년대 후반의 테크노/일렉트로니카 씬은 물론 대중음악 씬 전체를 고려하더라도 가장 신선하고 독창적인 음반이다. 물론 레게나 방그라같은 음악은 '빈티나고 쌈마이스러운 스타일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숭고한 영국 음악에 왠 아시아적 요소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양자 모두 제외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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