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Ravi Shankar, [The Sounds of India], Columbia, 1989

시타의 거장의 자상한 교시와 시범

이 음반의 시작은 "라가는 명확한 멜로디 형태이니라. 단지 음계가 아닌 것이니라"라는 스승의 목소리다. "알~겠느냐?"라는 말이 이어질 것만 같은 가르침이고, 첫 트랙은 이런 가르침이 '시범'과 더불어 계속된다. 드론을 만들어주는 탐푸라(tampura) 소리에 맞추어 즉흥연주(improvization)를 들려준 다음 타블라 소리에 맞추어 탈라(tala)라고 불리는 리듬 패턴을 들려준다(탐푸라는 N.C. 멀릭(Mullick)이, 타블라는 찬투르 랄(Chatur Lal)이 연주하고 있다). 유심히 들으면 탈라가 마디(bars)로 구분된 서양(유럽) 음악과 달리 16박자, 10박자 등으로 하나의 단위를 이룬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열려 있고 이완된 마음으로 들어라"라는 감상법이나 "화성이나 대위법 등 여타의 요소들을 기대하지 말고 즉흥연주를 즐겨라"는 권고를 던지고 있다.

정리하면 라가는 멜로디 형식이고 탈라는 리듬 패턴이고, 이 두 가지가 인도의 고전음악의 기본적 요소를 이룬다. 따라서 라가를 하나의 '장르처럼' 간주하는 것은 서양인들이 인도 음악을 수용하면서 저지른 실수 때문인 것 같다. 라가는 멜로디와 음계가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단위고, 다음의 인용구를 통해 라가가 뭔지 각자 더듬어 보기 바란다. "각각의 라가는 평온, 헌신(devotion), 에로티시즘, 고독, 페이소스, 영웅주의 같은 원칙적 무드를 가지고 있다. 각각의 라가는 이런 무드에 따라 각각의 낮과 밤, 계절의 특정한 시간대와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서양 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게 이 음반은 여전히 낯설 것이다. 그렇지만 몇 번 반복해 듣다 보면 '라가'로 입문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의 트랙들 도입부에서 "이 라가는 어떠어떠한 것이다"라는 해설이 들어있는 것도 이런 입문 기능에 어울린다. 그렇다고 해도 "Introduction"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트랙은 "라가(및 탈라)의 다양한 형식과 그 변주"라는 '서양 음악식'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네 트랙 모두 처음에는 시타(sitar)로 차분하고 느리게 시작하다가 타블라 소리가 나오면서 보다 다이내믹해지고 클라이맥스를 형성하는 진행을 취하고 있다. 점층적으로 고조되기 때문에 클라이맥스는 부지불식간에 도달된다.

이런 음악적 구조는 연주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두 번째 트랙인 "Dadra"는 기타의 벤딩(혹은 가야금의 농현) 같은 시타 주법이 마치 기타 즉흥연주를 듣는 듯한 감흥을 안겨준다. 후반부에서 '속주' 비슷한 연주가 전개될 때는 황홀경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Maru-Bihag"는 "원 투 / 원 투 쓰리" 패턴을 취하는 리듬(탈라) 위에서 애틋하고 안타까운 감정이 표현되어 있는데, 한 해설에 의하면 이런 리듬은 "헤어져 있으면서 서로 보고 싶어하는 연인들의 시적 은유를 반영한다"고 한다. "Bhimpalasi"는 느린 템포의 14박자의 탈라 위에서 마치 수도승의 고행을 표현하듯 다소 신경질적이고 긴장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 트랙 "Sindhi-Bhairavi"는 강하지 않은 리듬과 느릿느릿하고 로맨틱한 연주로 음반을 마무리한다.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Monterey International Pop Festival)'이나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방글라데시를 위한 콘서트'에서 라비 샹카를 처음으로 보고 그의 음악세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할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 이 음반은 최적의 텍스트일 것이다. '동서양의 퓨전'이 이루어지기 전의 '순수한' 인도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양음악에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의 자상한 배려가 여기저기 담겨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언젠가 한 평론가가 브라이언 이노의 앰비언트 음악에 대해 "어떤 사람에게는 해탈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낮잠"이라고 했던 평은 이 음반에도 유효하겠지만. (참고로 이 음반은 1960년대의 레코딩이지만 1989년 CD로 재발매되었다.)  200100714

수록곡

1. An Introduction to Indian Music

2. Dadra

3. Maru-Bihag

4. Bhimpalasi

5. Sindhi-Bhairavi

관련 글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4): 신대륙으로 건너간 아시안 비트

관련 사이트

 

Ravi Shankar 사이트들

http://www.rsuniversity.com

http://www.ravishankar.org

 

인도 고전음악에 관한 사이트

http://culturopedia.com/Music/musicintro.html

 

시타 사이트

http://chandrakantha.com/articles/indian_music/sitar.html

 

 

* 웹진 [weiv]에 게재됨.

  

 

 

 

 

 

라가는 멜로디 형식이고 탈라는 리듬 패턴이고, 이 두 가지가 인도의 고전음악의 기본적 요소를 이룬다....'몬터레이 팝 페스티벌(Monterey International Pop Festival)'이나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방글라데시를 위한 콘서트'에서 라비 샹카를 처음으로 보고 그의 음악세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할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 이 음반은 최적의 텍스트일 것이다. '동서양의 퓨전'이 이루어지기 전의 '순수한' 인도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양음악에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의 자상한 배려가 여기저기 담겨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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