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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4): 신대륙으로 건너간 아시안 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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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에서의 방그라

1947년 인도 독립 이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남아시아계 주민들, 그 중에서도 펀잡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대규모로 이민을 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가장 많은 이민자들이 목적지로 선택한 곳은 영국이었지만,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발길을 돌린 이들도 많았다. 캐나다는 영 연방에 속해있었다는 사실이 이민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고, 미국의 경우는 세계 각지에서 이민자들이 몰려오는 곳이라는 일반적 특징이 작용했음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 결과 북아메리카 대륙 주요 도시들의 인도/파키스탄계 커뮤니티에서는 영국의 도시들처럼 방그라 문화가 정착하게 되었다. 방그라 댄스 경연대회(dance competitions)가 연례 행사로 자리잡았고, 펀잡계를 비롯한 여타 남아시아계 주민들뿐만 아니라 남아시아계가 아닌 주민들도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런 행사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주최하는 사물놀이 경연대회'나 비슷한 것이므로 특별한 중요성을 갖지 않을 지도 모른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방그라의 경우 연례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댄스 클럽을 매개로 다른 음악 문화들과 '리믹스'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시아계 주민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웨스트코스트 지역의 댄스 클럽에서 방그라는 다른 음악과 복잡하게 혼성교배되고 있다.

그리하여 북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재지 베인스(Jazzy Bains), 빈다 자트(Bhinda Jatt)같은 솔로 가수를 비롯하여 산제트 그룹(Sangeet Group), 펀자비 바이 네이처(Punjabi by Nature) 그룹 같은 방그라 아티스트들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방그라가 레게나 테크노와 뒤섞이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면, 북아메리카에서는 이들 뿐만 아니라 힙합이나 인더스트리얼과 혼합되는 양상도 보인다. 물론 이들과 영국의 방그라 아티스트들 사이에는 직·간접적인 교류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터론토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8인조 그룹 펀자비 바이 네이처의 리더 토니 씽(Tony Singh)은 영국 여행 때 본, 알랍(Alaap)의 공연에 영향을 받아 그룹을 결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알랍의 공연을 보고 나서 그는 "방그라와 다른 음악적 영향을 사용하여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는데, 그전까지 그에게 방그라는 '아버지가 듣는 음악'이었을 뿐이었다고 한다.  

Punjabi By Nature - Lonely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아메리카에서 방그라는 영국 수준의 '레코딩 산업'이 형성되지는 않고 있다. '리믹스 시장'이나 '클럽 문화'는 영국 못지 않게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레코드 판매나 라디오 방송은 아직 언더그라운드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비교적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경우도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면서 여가 시간에 음악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토니 씽같이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탄 뮤지션조차도 은행에서 컴퓨터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북아메리카에서 방그라는 아직 영국에서처럼 '크로스오버 히트'를 기록하지는 못하고 있다. 즉, 남아시아계 커뮤니티 이외의 주민들도 대중적으로 향유하는 음악이 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북아메리카는 영국에 비해 방그라 음악에 대한 일상적 수요가 적다는 점이다. 한 예로, 영국의 방그라 음악인인 인디언 라이언(Indian Lion)은 "영국에는 주말마다 결혼식이 있고, 1800 파운드만 받으면 연주해 주는 방그라 밴드가 있다. 반면, 북아메리카에서는 결혼식에서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전통이 없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또한 방대한 국토로 인해서 순회공연(circuit)이 힘들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구체적인 사정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캐나다의 경우 미국의 '문화 제국주의'로 인해서 '로컬' 음악산업 자체가 취약하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백인계 아티스트들도 어느 정도 명성을 쌓으면 미국시장으로 활동의 근거지를 옮기는 상황에서 소수민족 커뮤니티 출신의 아티스트가 크로스오버 히트를 기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아프리카계의) 힙합이나 (히스패닉계의) 살사처럼 소수민족 커뮤니티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상당수의 백인 청중을 확보하여 대중음악의 주류로 안착한 음악이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방그라가 범아메리카적 대중음악이 되기에는 아무래도 불리한 조건이다. 여기에는 멀티컬처라고 해도 이민자들의 문화를 '자국의 문화'로 포용하는 정책을 펼쳐온 캐나다와 달리 알게 모르게 인종간·민족간의 장벽이 엄존하는 미국의 문화적 특징도 작용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아프리카계나 히스패닉계와 달리 남아시아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포츠 종목이 없다는 사실도 지적할 수 있다.

주)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아시아계는 아프리카계는 물론 히스패닉계에 비해서도 매우 이질적이다(히스패닉계 내부에서 멕시코계와 푸에르토리코계 사이의 적대 관계는 악명높은 일이다. 호야와 트리니다드의 프로 권투 경기가 최근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백인 주류 사회에서는 모든 황인종들을 '아시안'으로 호명하지만 남아시아계(인도계), 동아시아계(중국계, 한국계), 동남아시아계(필리핀계), '퍼시픽 아시안'들은 각기 상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아시아계는 상대적으로 백인 문화에 동화하려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이는 영국에서 아시아계가 남아시아 중심으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이들 다양한 민족 집단을 '아시아계'로 간주하는 미국 주류 사회의 시각이 편향된 것이지만, 미국에서 '아시아계들 사이에서의 문화적 차이'를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영국(런던)에서의 방그라'는 '미국(뉴욕)에서의 살사'와 유사한 궤적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미국에서의 방그라'는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방그라가 미국에서 아시아계의 정체성을 구성한다'는 것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아시안'인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아티스트'로 대우받는 북아메리카의 방그라 아티스트들은 '팝' 음악의 시스템보다는 '재즈'나 '월드 뮤직'의 시스템을 통해 활동한다. 민간에 의해 상업적으로 기획된 공연보다는 공공기관과 연계한 페스티벌이나 경연대회에서 방그라 음악을 더욱 자주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남아시아에 뿌리를 둔 음악들 중에서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보다 호의적으로 수용되는 음악은 방그라같은 대중음악보다는 보다 '예술적'인 음악이라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라가(raga)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음악이다.  200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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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목차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1): 타블라를 두드리면서 춤추는 '영국인'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2): 방그라, 드럼 머신과 레게를 만나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3): 정치 선동 그리고 파란 눈의 아시안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4): 대서양을 건너간 아시안 비트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5): 아시아 대륙으로 돌아온 아시안 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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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1): 타블라를 두드리면서 춤추는 '영국인'들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 (2): 방그라, 드럼 머신과 레게를 만나다.

Ravi Shankar, [The Sounds of India] 리뷰

Ry Cooder(feat. V.M.Bhatt), [A Meeting by the River] 리뷰

DJ Cheb I Sabbah, [Shri Durga] 리뷰

Tabla Beat Science, [Tala Matrix] 리뷰

 

관련 사이트

펀자비 바이 네이처(Punjabi by Nature) 사이트 및 관련 기사
http://www.punjabibynature.com/
http://www.canoe.ca/JamMusicArtistsP/punjabi.html

DJ 솁 이 사바(Cheb i Sabbah) 공식 사이트
http://chebisabbah.com

타블라 비트 사이언스(Tabla Beat Science) 인터뷰
http://www.globalvillageidiot.net/TABLABEAT.HTM

프로듀서 빌 래스월(Bill Laswell) 사이트
http://www.axiom-records.com

 

* 웹진 [weiv]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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