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Review

  • DJ Cheb I Sabbah, [Shri Durga], SIx Degrees, 1999

다국적 DJ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든 라가트로닉스(ragatronics)

먼저 밝혀둘 점은 이 음반의 주인공이자 '일렉트로니카 DJ'인 솁 이 사바(Cheb I Sabbah)가 예상과는 조금 달리 '인도계 영국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알제리 태생의 이 인물이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현재 정착한 곳은 샌프란시스코다. 혈통(?)이나 활동 중심지의 차이가 반드시 음악적 스타일의 차이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는 차이가 선명하다. 간략히 말해서 런던의 '아시안 언더그라운드'의 DJ들이 댄스 지향적인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기반하여 펀잡이나 벵골의 '민속 음악'을 믹스하는 것에 반해 솁 이 사바는 힌두스탄의 라가(raga)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음악은 댄스 클럽으로부터 파생된 것은 분명하지만 '실전용'이라기보다는 '감상용'이거나 '명상용'에 가깝다.

베이스 연주자인 빌 래스월(Bill Laswell)과 드러머 케빈 칸스(Kevin Carnes)가 참여하여 비트와 리듬을 들려주기는 하지만, 그건 '지루한' 부분이 2-3분 이상 지속된 다음이다. 첫 트랙 "Womb Of The World"나 세 번째 트랙 "Gazelle Memories"가 이런 진행을 가지고 있는데, '전통적인 라가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평이 무슨 뜻인지 짐작하게 해 준다. 비교적 리듬이 강한 편인 "Love Dreams"도 영국산(産) 일렉트로니카에 비하면 토속적(ethnic)이다. "Waiting For Parvati" 같은 곡은 아예 '정지한 음악' 같다. 2분간 시타(sitar)의 독주 뒤에 신서사이저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다가 주문을 외는 듯한 남자의 챈트가 흘러나오고 바이올린이 흐느적거리다가 끝나고, 마지막 트랙 "Yoga Of Sound"는 제목만 보아도 어떤 음악일 지 짐작할 수 있다.

비교적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은 타블라 연주와 훵크/힙합 풍의 비트가 등장하는 5번과 6번 트랙이다. 이 경우도 2분 정도는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런 스타일이 친숙하게 느껴진다면 또는 댄스 클럽의 느낌을 갖고 싶다면 이 음반의 리믹스 음반인 [Maha Maya]를 들어도 좋을 법하다. 특히 "Shri Durga"(앨범 이름과 혼동하지 말길)는 인더스트리얼로부터 차용한 듯한 기계적 비트도 등장한다. 앨범 [Shri Durga]가 '칠 아웃'용이라면 리믹스 음반은 '파티용'에도 어울릴 것 같다.

만약 영국의 '아시안 언더그라운드'에서 나오는 음악에 식상한 사람이라면 이 음반에 흥미를 보낼 지도 모르겠다. 탤빈 씽이나 아시안 덥 파운데이션의 음악이 '이제는 팝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물론 한국어로 된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음반을 들은 뒤 "지난 2년 간 여기 앉아서 우리를 깨워 줄 사람을 기다리다가, 우리는 이제 깨어나서 미소짓고 있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누군가 했더니 악명 높은 펀더멘털(Fun^da^mental)이란다. 줄기찬 투쟁에도 명상과 쉼이 필요한 모양이다. 서양인들이 저술한 책들을 읽다가 가끔은 라즈니쉬나 노자의 사상을 담은 책을 집어 들 듯이 이런 음악도 어쩌다가 한번 들으면 좋을 것이다. 이런 말도 한번쯤은 경청해 보자. 갑자기 생각을 확 바꿀 필요는 없지만.

"소리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에테르(ether)의 진동(vibration)이며 다른 하나는 공기의 진동이다. 에테르의 진동은 물리적 지각으로 인식될 수 없으며 모든 영혼의 형태화(manifestation)의 원리이자 모든 실체의 기초로 간주된다."  20010714


수록곡

Shri Durga

1. Shri Durga, The Jagad Yoni Mix: Womb of The World Based on Raag Durga  
2. Kese Kese, The Zindegi Meera Mix: Love Dreams Based on Raag Mishra Darbari
3. Mere Kabu, The Baba Bulley Shah & Baba Farid Mix: Gazelle Memories
4. Maheshvara Yogi, The Mount Kailash Mix: Waiting For Parvati Based on Raag Jog
5.
Ganga Dev, The Prakriti - Purusha Mix: River of Mercury Based on Raag Bhairavi
6. Radhe Krishna, The Sahajiya Rasa Lila Mix: Divine Pastime Based on Raag Kirvani
7. Durga Puja, The Nada Mrahman Mix: Yoga of Sound Based on Raag Durga

Maha Maya: Shri Durga Remixed

1. Samarpanam (The Dhuni Mix)
2.
Shri Durga
3. Durga Puja
4. Kese Kese (Where's The Sarangi Mix)
5.
Ganga Dev

6. Kese Kese (Beast Of Asia Mix)
7. Shri Durga (The Organic Science Mix)
8. Radhe Krishna (The Babu Chandidasa Mix)

관련 글

아시아를 벗어난 아시안 비트(4): 신대륙으로 건너간 아시안 비트

관련 사이트

DJ Cheb I Sabbah 공식 사이트
http://chebisabbah.com

* 웹진 [weiv]에 게재됨.

  

 

 

 

 

 

먼저 밝혀둘 점은 이 음반의 주인공이자 '일렉트로니카 DJ'인 솁 이 사바(Cheb I Sabbah)가 예상과는 조금 달리 '인도계 영국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런던의 '아시안 언더그라운드'의 DJ들이 댄스 지향적인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기반하여 펀잡이나 벵골의 '민속 음악'을 믹스하는 것에 반해 솁 이 사바는 힌두스탄의 라가(raga)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음악은 댄스 클럽으로부터 파생된 것은 분명하지만 '실전용'이라기보다는 '감상용'이거나 '명상용'에 가깝다.

댄스 클럽의 느낌을 갖고 싶다면 이 음반의 리믹스 음반인 [Maha Maya]를 들어도 좋을 법하다. 특히 "Shri Durga"(앨범 이름과 혼동하지 말길)는 인더스트리얼로부터 차용한 듯한 기계적 비트도 등장한다. 앨범 [Shri Durga]가 '칠 아웃'용이라면 리믹스 음반은 '파티용'에도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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